[2018 평화캠프 특집] 비폭력 행동의 198가지 방법

쥬, 아침 (전쟁없는세상 피망팀)

사회운동의 꽃 – 비폭력 행동

사회운동을 식물의 성장에 비유하자면 사회의 수많은 문제와 적폐, 불의는 땅이 될 것이고, 다양한 의식과 감수성(젠더, 인권, 평화, 민주주의 등), 인의예지, 사랑과 자비 등은 씨앗이 될 것이다. 이 씨앗은 고통받는 약자들의 이야기와 슬픔과 분노라는 비료를 통해 싹을 틔우고, 인간과 사회의 구조 및 역사, 사회 변화에 대한 희망을 공부하고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뜻을 모으고 자원을 쌓는 과정에서 뿌리를 내린다.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역할을 나누고, 민주적으로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뿌리는 더욱 탄탄해지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운동의 전략과 전술을 구상하는 작업으로 줄기를 올린다. 이러한 준비 작업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외부 활동을 통해 잎을 내고, 비폭력 행동이라는 꽃도 피우면서 마침내 사회 변화라는 열매를 맺게 된다. 이 열매는 축하와 평가 내지 반성을 통해 성공과 실패의 요인을 분석하고 다시 새로운 씨앗을 키우기 위한 준비로 이어진다.

물론 사회 변화는 때로 유혈 혁명이나 게릴라전 같은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비폭력 사회운동에 집중하는 까닭은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비폭력 사회운동이 실용적이고, 결과론적인 관점에서도 그것만이 진정으로 모든 폭력과 억압에 대항하고 오늘날 우리가 꿈꾸는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회운동의 꽃에 해당하는 비폭력 행동에 대해 더 살펴보기로 하자.

비폭력 행동의 198가지 방법

“비폭력은 강력하고 정당한 무기다. 그것은 상처를 내지 않고 자르며 휘두르는 사람을 고상하게 만드는 실로 역사상 유일한 무기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비폭력 사회운동을 연구한 정치학자 진 샤프는 저서 『비폭력 행동의 정치학』에서 비폭력 행동의 방법 198가지를 정리하여 소개한다. 무엇을 비폭력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폭력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여기서는 논의의 범위를 최대한 확장하고자 물리적 폭력을 사용하지 않은 모든 행위를 비폭력 행동으로 볼 것이다.

비폭력 행동이 반드시 물리적 외력 내지 경제적·사회적 권력 등을 동원하는 ‘직접행동’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의회 로비나 협상, 외교처럼 정치적 중재나 제도 내적 장치를 이용하는 것도 포함한다. 킹 목사의 말마따나 비폭력 행동은 무기로서 누구의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좋은 일에도 쓰일 수 있고 나쁜 일에도 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제적 비협조의 방법에 속하는 직장폐쇄는 주로 사측이 노동조합의 활동을 탄압하는 데 사용되는 수단이다.

다양한 비폭력 행동은 특성에 따라 3가지 큰 틀로 묶을 수 있다. 같은 행동이 상황과 관점에 따라 다른 범주에 속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단지 편의를 위한 것이며 임의적인 것이므로 그 자체에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다. (자세한 내용은 위의 책 또는 국내에 번역된 같은 저자의 『독재에서 민주주의로』를 참고하라.)

(1) 비폭력 항의와 설득은 평화적인 저항이나 설득을 위한 상징적 행위를 말한다. 이것은 특정 사안에 대한 지지 혹은 반대, 감정의 표현, 도덕적 규탄, 반대자에 대한 설득 혹은 경고, 대중과의 의사소통, 피해자에 대한 연대 등 다양한 목적에 사용될 수 있다. 예시로는 성명, 탄원, 연설, 토론회, 그림, 현수막, 깃발, 출판물, 방송, 집회, 행진, 공연, 예배, 추모, 침묵 시위 등이 있다.

2015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공공기관 주변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한 새 법률이 통과된 것에 항의하는 세계 최초의 ‘홀로그램 시위’가 열렸다.

(2) 비협조는 사회적·경제적·정치적으로 기대되는 특정 행위를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마지못해 복종하는 것이다. 먼저사회적 비협조에는 특정 사람이나 단체와의 관계 단절, 사교와 스포츠 등 사회적 활동 중지, 동맹휴업(수업 거부), 칩거, 은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경제적 비협조에는 대표적으로 노동자가 노무 제공을 거부하는 행위인 파업이 있다. 일반적인 파업뿐 아니라 태업(고의적 업무 지체), 준법투쟁(능률 저하를 위한 필요 이상으로 엄격한 규정 준수 또는 연가, 병가 등 보장된 권리 행사), 제한적 파업, 전문직 종사자의 파업, 동조 파업, 총파업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 밖에는 행위 주체에 따라 소비자 보이콧, 생산자 보이콧, 판매자 보이콧, 재산 소유자의 투자 철회 및 납세 거부, 정부 차원의 금수조치 등이 있다.

정치적 비협조는 정부의 권위 및 정당성에 대한 거부와 지지 철회, 입법·사법·행정 기관에 대한 보이콧, 공무원·경찰·군인의 부당한 명령 거부, 부당한 법률에 대한 시민불복종 등 국가 권력과 관계된 것이다. 국가 차원의 외교 관계 단절 및 인정 철회, 국제기구에서의 탈퇴 등도 이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대학 거부 운동 – 법률적·제도적 의무는 아닐지라도 통상적인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행위는 비협조로 분류할 수 있다.

(3) 비폭력 개입은 비협조와는 반대로 특정 행위를 능동적으로 함으로써 대항하고자 하는 체계의 작동을 방해하거나, 대안적인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저항적 개입은 단식, 연좌농성, 토지 및 시설 점거, 봉쇄, 업무 과부하(개인이나 사업장에 단체로 전화 및 민원), 화폐 위조 등을 포함한다. 한편 대안적 개입의 예시로는 대안적인 교육·소통·화폐 체계의 창조와 이용이 있다.

저항적 개입 – 1960년대 미국 민권운동 당시 흑인 활동가들은 버스, 식당 등에서 백인 전용석을 차지하고 앉아 일어나지 않는 연좌시위(sit-in)를 벌였다.

대안적 개입 – 한국의 페미위키(Femiwiki)는 남성 중심주의를 벗어난 대안적 정보·소통 체계를 만들어낸 사례이다.

샤프의 책이 쓰인 지는 이미 30년이 넘게 지났고, 최근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비폭력 행동이 많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지금은 198가지보다 훨씬 더 긴 목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투쟁 수단을 만드는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행정 전산화에 의한 조세 및 주민등록 체계의 강화로 납세 거부, 징병 거부 등은 과거보다 더 행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인터넷에 의한 정보 감시는 활동가와 시민들을 사찰하고 수사, 처벌하는 데 직접 이용될 뿐 아니라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민주주의에 근간인 표현의 자유 전반을 움츠러들게 한다.

사회운동이 성공하려면

사회운동의 성공과 실패는 운과 같은 외부 요인에도 많은 영향을 받지만, 외부의 기회를 이용하고 위협을 회피하는 데는 결국 운동 내부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약점은 극복하려는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전략적인 비폭력 캠페인을 계획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아주 많다.

상황을 분석하고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는 법, 관련 사례를 연구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법, 상대편 및 협력자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를 맺을지 결정하는 법,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단계들을 살펴보는 법, 현 체제에 저항하는 것을 넘어 건설적이고 대안적인 활동을 구상하는 법 등을 끊임없이 연습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그 자체로 공동체를 강화하고 그에 힘을 부여한다. 운동이 성공적이었든 아니었든 우리는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캠페인 전략 개발은 한 사람이나 한 차례의 모임에 의해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의사결정과 민주적 조직 운영, 건설적 대안 창조의 모든 과정을 수반하며, 초창기에 잠깐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운동의 전 과정을 통해 이어져야 한다. 전략을 개발하고 조직화하는 기술들을 위한 연습은 행동 전에 우리를 준비시킬 뿐만 아니라, 운동이 더 민주적이고 창의적인 형태로 꽃피울 수 있도록 돕는다. 전쟁없는세상이 제공하는 비폭력 트레이닝과 매년 여름 열리는 평화캠프가 각자 운동의 승리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