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라 타바시Tara Tabassi (전쟁저항자연맹 전국 조직담당자)
어반실드, 경찰의 군대화 사업에 나서다
세계 최대의 경찰특공대 훈련 및 전쟁무기 박람회 어반실드Urban Shield가 뉴욕시 9/11 참사 14주기를 맞는 9월 11일부터 캘리포니아주 베이에어리어Bay Area에서 개최되었다. 베이에어리어 알라메다카운티에서 2007년부터 개최되는 어반실드에는 지방정부와 연방정부, 나아가 국제적 차원의 법집행기관 및 무기제조업체 수백 개가 참여해 군대급 무기를 거래하고 전술을 교류한다. 행사가 개최되는 베이에어리어 곳곳에서는 훈련이 진행된다. 경찰봉으로 상징되는 전통적 경찰을 특공대처럼 중무장한 ‘로보캅’으로 변신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원스톱 쇼핑’으로 편리하게 구할 수 있는 ‘경찰의 군대화 박람회’는 어반실드 외에도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개최되고 있다. 물론 미국 경찰은 2007년 어반실드가 처음 개최되기 훨씬 전부터 잔혹행위를 저질러 왔다. 1960년대 중반~1980년대에는 ‘마약과의 전쟁’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첨단 군사장비 및 기술을 경찰에 이전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군사주의, 특히 경찰의 군대화가 긴급상황 대비와 공공안전이라는 미명하에 중앙집중화/체계화되는 현상은 ‘테러와의 전쟁’ 및 국제적으로 나타나는 경찰의 군대화 과정에서 새롭게 두드러진다. 어반실드는 국가폭력의 군사주의가 미국의 지역사회에 깊이 침투하는 과정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허리케인이 테이저건에 반응하지 않는다. 2단계를 발령한다. 지금 즉시 탱크를 보내라!”
<국민을 재해로부터 보호하지 못하는 어반실드. Since 2007>[1]
경찰국, 경찰특공대, 소방당국, 응급의료기관은 어반실드 기간 공동훈련을 실시하고, 무인기와 장갑차부터 DNA 판독기까지 전 세계 무기제조업체의 최신 제품과 감시기술을 선보이는 박람회에 참석한다. 어반실드는 “인구밀도와 위험도가 모두 높은 도시지역”을 위한 “긴급상황 대비훈련”[2]이라고 홍보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긴급상황과 자연재해에 대한 두려움을 공략한다. 하지만 어반실드는 미 국토안보부의 후원으로 개최되기 때문에 훈련 시나리오, 워크숍의 주제, 박람회에 나오는 업체의 제품은 모두 “테러 위협과의 연관성”이 있어야만 한다. 간단히 말해 어반실드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와 신체적/정신적 응급상황에 대한 유일한 대책으로 군사주의를 홍보하는 국제 대테러 행사다.
언론은 매년 항공무기와 탱크 등 오클랜드(캘리포니아주의 도시 – 옮긴이)에서 판매되는 어반실드의 첨단제품을 주로 다룬다. 2015년에는 위 사진과 같이 “Black Rifles Matter” 등의 구호가 적힌 티셔츠들도 모습을 드러냈다(경찰의 흑인 총격살해에 항의하는 “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대한 조롱 – 옮긴이). 세계적/국가적 차원의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심리상태라 할 수 있는 군사주의는 무기부터 감시기술까지 명백한 형태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이미 사회적으로 버려진, 위험한, “급진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에 대한 유머, ‘게임’ 문화, 폭력의 일상화를 통해 확산된다. 이로 인해 두려움, 백인 우월주의, 이성애중심 가부장제, 전쟁의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군사화된 사고방식은 경찰국 등의 기관에 침투하고, 미국 전역에서 경찰폭력의 심각성을 배가시킨다.
어반실드가 베이에어리어의 지역사회는 물론 행사에 참여하는 경찰당국이 소재한 도시나 국가에 군사주의를 확산시킨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지만, 긴급상황 대응팀이나 소방당국이 흑인과 이슬람에 대한 혐오를 동반하는 군사화된 경찰특공대 훈련에 참여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어반실드의 훈련 시나리오에는 “자생적 국내 테러리스트”와 정치적 시위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2014년 어반실드와 베이에어리어는 UC 버클리에서 대회 형식의 공개훈련을 실시했는데, 참가자들에게 제시된 시나리오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하드 관련 글을 인터넷에서 본 무슬림이 유태인을 인질로 잡고”, 화학무기를 사용해 “유태인에게 위해를 가해 무슬림에게 저지른 일에 보복하려고 하는” 상황이 포함되어 있었다.[3] 이러한 시나리오는 이미 일상화된 ‘무슬림 테러리스트’라는 관념을 강화한다. 또한 법집행당국이 일상적으로 아랍인 및 무슬림을 대할 때 미국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침공이나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 지원과 마찬가지로 군사적 수준의 대응책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관념을 암묵적으로 제시한다. 이와 같은 무기와 전술은 미국 내에서 이미 ‘적’으로 상정되는 집단을 대상으로 사용될 때 더욱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흑인, 선주민, 멕시코계, 무슬림, 유색인종, 빈곤층, 특히 홈리스는 경찰특공대의 진압작전(연 5만건), 비사법적 살인extrajudicial killing, 경찰의 잔혹행위, 인종기반 프로파일링, 의심행동보고정책, 퓨전센터Fusion Center (국토안보부 산하 대테러 정보수집기구 – 옮긴이), 감옥산업복합체prison-industrial complex의 급속한 확장 등으로 나타나는 경찰의 군대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어반실드는 알라메다카운티 보안관실에서 주관하지만 도시지역안보이니셔티브Urban Areas Security Initiative 덕분에 개최되는 행사다. UASI는 국토안보부가 미국 전역의 각종 기관에 총 6억 달러의 예산을 지원하는 연방정부 차원의 정책이다. 국토안보부는 UASI가 “위협 수준과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지역” 39개를 지원해 “테러 행위에 대한 예방, 보호, 완화, 대응, 회복에 필요한 역량을 강화/유지하는”[4] 정책이라고 홍보하지만 사실 미국 전역에서 국가의 탄압을 강화/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UASI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작년에만 예산이 3천만 달러 가까이 증가했고, 2007년 이후 어반실드는 캘리포니아주,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은 물론 텍사스주 중부(포트워스, 댈러스, 오스틴)에서도 개최되었다. UASI의 최대 수혜자는 2014년에만 1억 7800만 달러를 지원받은 뉴욕 대도시권(뉴욕시와 주변지역을 포함하는 권역 – 옮긴이)이고, 시카고, 로스앤젤레스/롱비치, 워싱턴 D.C., 베이에어리어, 휴스턴이 매년 각각 2천만 달러 이상을 지원받으며 뒤를 잇는다. UASI 지원 대상에는 어반실드 같은 박람회뿐만 아니라 시정부의 전쟁무기 구매사업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시카고의 감시카메라, 노스다코타주 파고와 뉴햄프셔주 킨의 베어캣 탱크BearCat Tank, 롱비치의 장갑차 구매 등이다.
전 세계의 경찰당국, 대테러부대, 국경경비대는 어반실드에 모여 국가의 탄압과 군중통제를 위한 전술과 무기기술을 교류한다. 지금까지 어반실드에 참여한 국가는 이스라엘, 바레인, 그리스, 싱가폴, 브라질, 요르단, 카타르, UAE, 캐나다 등이다. 올해에는 텍사스주와 플로리다주 경찰당국 등의 국내기관과 한국, 요르단, 우루과이, 콜롬비아, 태국, 중국 등 외국기관이 참여했다. 이러한 행사의 주최측은 흔히 다음에는 “어느 때보다 국제적인 행사가 될 것”이라고 당당히 선언한다. 어반실드는 사파리랜드Safariland 등을 ‘플래티넘 참여업체’로 섭외하며 영향력을 세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사파리랜드는 브라질, 바레인, 캐나다를 비롯해 수많은 국가에 최루탄과 탄압기술을 수출하는 주요 무기제조업체다. 어반실드의 폐막 다음날에는 런던에서 세계 최대의 무기박람회 국제방위안보장비전Defense and Security Equipment International이 개막한다. DSEI에는 전함부터 미사일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세계 3위의 무기제조업체 BAE 시스템즈 등 어반실드에 참여했던 기업 상당수가 그대로 참여한다.[5]
경찰와 군대는 미래의 해답이 아니다!
미국 사회운동의 역사에서 국내외의 경찰 탄압과 군사주의에 대한 저항은 계급과 인종에 따라 분산되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경찰의 잔혹행위로 나타나는 국내 탄압에 저항하는 사회운동과 시위의 주도 집단은 과거는 물론 지금도 노동자 계급, 흑인 빈곤층, 유색인종 등이며, 가시화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거리경제 혹은 지하경제 종사자, 성적소수자 등이다. 작년에는 퍼거슨과 볼티모어의 흑인 시위와 전국적으로 펼쳐진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계기로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 이러한 운동은 경찰의 지역사회 주민 살해로 촉발되었지만 실업과 자원부족 등 구조적 억압에 대한 반응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국제적 탄압에 맞선 반군사주의 운동의 구성원은 백인과 중산층이 다소 많았다고 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다양했고, 미국의 군산복합체에 맞선 국제주의적 연대와 인식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반전운동은 한때 대중적 동력을 얻었지만 지금은 세력이 약화된 주변부 운동이 되었고, 다른 사회운동에서 고립된 백인 노인층이 구성원의 다수를 이룬다.
전쟁저항자연맹War Resisters League은 92년 전에 미국에서 결성된 단체로, 반전/반군사주의 직접행동과 조직화 위주로 활동해 왔다. 다양한 운동과 집단을 가로지르는 조직화를 정치적 전략으로 채택하며, 경찰과 군수산업이 이론과 실제 모두에 있어 협력과 전술교류를 추구한다는 점, 그리고 여러 운동에 걸친 정치적 연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경찰폭력 반대운동 및 반전운동의 분열과 주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런 노력의 첫 사례는 경찰 최루탄의 표적이 되는 활동가들이 국제 네트워크를 이뤄 최루탄 제조업체에 맞선 공동행동을 벌이는 최루탄저지운동Facing Tear Gas Campaign이었다. 이후 UASI 문제를 파악한 후에는 ‘보건과 안보의 탈군사화Demilitarize Health and Security’ 운동을 전국적으로 진행했다(미 국토안보부와 동일한 약자 ‘DHS’를 사용한 일종의 언어유희). DHS 운동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경찰군대화저지연대STOMP Coalition, 뉴욕시의 브래튼부대해체운동Dismantle Bratton’s Army (윌리엄 브래튼 뉴욕시경찰국장이 창설한 ‘대테러’ 특수부대 반대운동 – 옮긴이),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어반실드저지연대Stop Urban Shield Coalition 등 세 지역에서 구체적인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어반실드저지연대는 흑인 및 중남미계 지역사회의 군사화에 저항하기 위해 다양한 집단이 풀뿌리 차원에서 힘을 모은 특별한 사례다. 경찰폭력과 군사화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이들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지만, 지역사회 조직과 전국조직이 모두 참여해 다양한 인종, 종교, 정치성향, 사회적 배경을 가진 구성원을 포괄한다. 연대의 목표는 “경찰의 군대화를 저지하고 우리 지역사회를 세계적 탄압 전술의 시험장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폭력을 줄이고, 지역사회의 자기결정권을 확보하며, 지역사회 차원에서 국가폭력과 탄압에 맞서 지속적으로 싸우는 것”[6]이다. 2014년 어반실드저지연대는 진 쿠안Jean Quan 시장으로부터 ‘오클랜드시는 더 이상 어반실드를 개최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를 얻어냈다.[7] 기분 좋은 성과였지만 얼마 후 어반실드는 오클랜드 근교의 플레즌튼Pleasanton으로 장소를 살짝 옮겼고, 베이에어리어의 알라메다카운티에서도 계속 개최되었다. 올해 어반실드저지연대는 ‘미국의 시정부와 카운티정부가 특정 인종에 대한 탄압과 폭력에 협력하는 행위에 책임을 묻는다’는 목표에 따라 베이에어리어 주민 조직화에 나섰고, 알라메다카운티에 어반실드 전면 거부를 촉구했다.
어반실드저지연대는 우선 알라메다카운티 감독위원회 위원들에게 전쟁으로 이윤을 챙기는 자들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입장을 대변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항의전화의 날’을 조직했다. 게릴라식 도로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고, 알라메다카운티 보안관실 건물 앞에서 시위도 벌였다. 연대는 이처럼 다양한 전술을 사용해 경찰의 군대화가 지역사회, 특히 유색인종에게 미치는 실질적 영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했다. 어반실드 중단을 위한 전국 서명운동에는 약 1만 명이 참여했고, 감독위원회 위원들에게는 앞으로 어반실드와의 계약을 승인하지 말라는 전화 수백 통이 빗발쳤다. 어반실드는 다양한 기관의 긴급상황 대비태세 강화가 아니라 미국 전역의 흑인, 아랍계, 무슬림, 이주민, 빈곤층에 대한 군사화된 긴급상황의 일상화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를 군사화하는 어반실드. Since 2007>[8]
어반실드저지연대의 활동은 단지 경찰의 군대화가 지역사회에 주는 피해로 한정되지 않는다. 연대는 유색인종이 주도하는 강력한 연합조직이며, 경찰과 군대가 통치하지 않는 세상을 건설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인종, 종교, 계급, 교파를 가로지르는 강력한 운동을 건설하고, 도시를 연결해 군사화에 저항하는 전국적 운동을 펼치는 방법을 제시하는 특별한 사례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 ‘테러와의 전쟁’의 산물인 어반실드를 미국에서 몰아내고 경찰과 국토안보부의 비대한 권한을 박탈한다면 미국이라는 전쟁기계의 핵심을 탈군사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우리는 미국의 군사주의에 저항하는 운동을 진정으로 세계적 차원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1] 에단 하이트너Ethan Heitner가 전쟁저항자연맹에 제공한 만화.
[2] www.urbanshield.org
[3] http://english.al-akhbar.com/node/21498
[4] http://www.economist.com/news/united-states/21599349-americas-police-have-become-too-militarised-cops-or-soldiers
[5] https://www.caat.org.uk/issues/arms-fairs/dsei/exhibitors
[6] https://www.warresisters.org/stop-urban-shield-2015
[7] http://wagingnonviolence.org/2014/09/oakland-mayor-announces-urban-shield-will-returning-oakland
[8] 에단 하이트너가 전쟁저항자연맹에 제공한 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