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목사, 영화배우)

 

올해 73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집총거부자가 주인공인 전쟁영화 ‘핵소 리지’(Hacksaw Ridge)가 비경쟁부문에 초청받았다. 이 영화는 집총거부자로서 미군의 최고 영예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받은 데스몬드 도스(Desmond Doss)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17년 2월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헥소리지' 포스터. 2차대전 당시 군대에서 집총거부를 했던 데스몬드 T.도스의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2017년 2월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헥소리지’ 포스터. 2차대전 당시 군대에서 집총거부를 했던 데스몬드 T.도스의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집총거부는 물론 병역거부를 하면 감옥으로 가게 되는 한국의 현실을 돌아볼 때, 훈장까지 주는 실화를 듣고 보니 괴이하다는 느낌까지 받게 된다. 더구나 이 영화의 감독인 멜 깁슨은 잘 알려진 우익 기독교인이다.

데스몬드 도스가 다녔던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한국에서도 똑같았을까? 한국전쟁 당시 남쪽과 북쪽에서 안식교인으로서 집총거부를 하였던 사례들이 있었고, 비전투병과에서 근무하도록 조치를 취해졌었다고 한다. 하지만 군부독재 이후 감옥으로 끌려가고, 출소 후에 다시 감옥에 그리고 또다시 감옥에 가는 일들이 많아지자 ‘비무장 군복무’의 입장을 포기하게 된다. 2000년대 들어 재림교인들의 집총거부가 다시 등장하였다고 한다.

50년대 안식교도들의 집총거부에 대한 논란을 다룬 당시 신문기사들 (출처:한겨레21)

50년대 안식교도들의 집총거부에 대한 논란을 다룬 당시 신문기사들 (출처:한겨레21)

한국교회에서는 ‘재림교회’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 본토에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하기야 교리마저 바꾸게 만드는 것이 한국사회 아닌가. 동성결혼이 합헌이 되자 받아들이지 못하고 소속교단을 탈퇴하는 미국 내 한인교회들을 보면 이해가 된다.

역사적으로 기독교인들의 병역거부는 교회가 시작되면서부터 함께 했다. ‘예수를 위하여 평화의 자녀가 된 우리는 더 이상 나라를 위하여 칼을 들지도 않고, 전쟁을 배우지도 않는다’는 오리겐의 말처럼 로마 제국에 의해 초대 기독교인들의 박해받았던 주된 이유 중의 하나는 병역거부였다. 반군사주의는 바로 초대교회의 주된 교리였다. 하지만 콘스탄티누스의 밀라노 칙령 이후 제국종교가 된 다음부터 기독교 본연의 평화주의, 병역거부의 전통은 소종파 운동에 의해 명맥이 유지 되었다. 잘 알려진 재세례파와 퀘이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신학자 월터 윙크는 그의 책 『사탄의 체제와 예수의 비폭력』(원제 ‘Engaging the Powers’)에서 기독교가 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채 로마 제국에 대해 승리했던 것이, 로마 제국이 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채 복음에 대해 승리했다고 말하고 있다. 박해받던 소수가 국가를 떠받치는 특권 종교가 된 것이다. 로마의 전쟁 종교(war cult)를 흡수한 기독교는 정당한 전쟁(Just War)이라는 괴이한 원칙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월터 윙크는 정당한 전쟁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라며 정당한 성폭행, 정당한 아동학대, 정당한 학살이라고 말할 수 없듯이, 정당한 전쟁이라는 말도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두 차례 세계대전 이후 가톨릭을 비롯한 주류 교단에서도 정당한 전쟁론을 폐기하고 기독교 평화주의의 전통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참고: ‘정당한 전쟁’에서 ‘정당한 평화’로 – 비폭력과 정당한 평화 컨퍼런스 참가기 )

아나키스트이자 기독교인인 자크 엘륄(Jacques Ellul)은 기독교인은 현실을 직시하고 끊임없이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야 하기에 세상 속에서 혁명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하였다. 엘륄은 아나키즘이 권력과 폭력에 대한 절대적 거부이기에 기독교와 가장 맞닿아 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는 기독교인들이 그들의 소명을 수행하면서 모든 위험을 무릅쓰려는 담대함을 가졌는지 묻고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 영화 ‘핵소 리지’의 예고편을 보면, 훈련소에서 겁쟁이라 따돌림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총을 들 수 없기에 겁쟁이라 불린 것이었다. 영화는 훈장을 받는 장면으로 끝날 것이다. 총을 들지 않는 전쟁영웅이라는 기이한 영화, 한국에서는 영화 홍보를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