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없는세상 영돌
국정운영 및 인사, 국가기밀사안, 선거운동부터 인수위까지 이른바 ‘비선실세’라고 불리는 최순실씨의 죄목에 새롭게 추가된 사항이 있다. 방산비리.
록히드 마틴의 F-35A의 선정과정에서 발생한 논란들, ‘정무적 판단’이라는 모호한 단어를 사용하며 해당 논란을 종식시키려했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로비스트 ‘린다 김’과 최씨가 절친한 사이였다는 증언.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최씨를 둘러쌓고 있는 방산비리 논란은 일정부분 설득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대통령의 위에 있다고 여겨시는 최씨의 방산비리 혐의 논란에 사실 놀라울 것은 없다. 지난 2014년 11월 출범한 방위산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약 1년간 현직 장성급 11명을 포함해 77명을 기소한 바가 있고 합수단의 발표에 따르면 방산비리 액수가 총 1조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리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방위산업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가 빠지면 섭섭할 노릇이다.
최씨의 방산비리 혐의 논란의 진실여부를 떠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권력자들의 민낯은 국제여성영화제인 ‘Feminale’의 공동창립자 카린 유르시크가 올해 발표한 <War and Games>라는 다큐멘터리를 떠오르게 했다.

‘War and Games’의 감독 카린 유린시크
<War and Games>는 드론의 탄생과정, 기술수준을 비롯해 원격조종 무기와 전쟁 로봇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마치 비디오 게임을 하듯 스트린을 통해 무기를 조종하고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포착되고 이러한 양상은 전쟁의 모습을 바꿀 뿐만 아니라 인류의 사고방식까지 바꿀 것이라는 다소 무섭고 충격적인 입장들을 제시한다.
드론의 최초 제작자, 자신들의 발명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자신감. 공군이 없으면 승리할 수 없다는 구호를 외치는 국방부 관계자. <War and Games>가 보여준 세상은 스마트폰 업데이트도 제 때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SF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 마저 자극했다.
외신들이 번역의 고초를 겪고, 이곳이 ‘헬조선’이 아니고 고조선이였다는 조소가 터져나올 정도로 현대인에게 생소한 샤머니즘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드론이라는 최첨단 장비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는 것은 조금은 어색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죄책감도 보이지 않는 비선실세 관계자들과 드론을 통해 모니터 속의 사람을 감시, 공격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군인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낀 것은 분명 그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부정(不正)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드론과 대치(?)중인 아이들. 장난감 무기를 손에 들고 있다. ‘War and Games’ 중
최첨단 무기와 대한민국의 권력자들.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이기 때문에, 피부에 와닿지 않는 상대이기 때문에 쉬웠을까? 모니터만 끄면 보지 않아도 될 현실이라서, 그저 권력자들끼리의 세상에 있으면 듣지 않아도 될 여론이라서 뭐든 마음가는 대로 하기가 수월했을까?
고통스러워 하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까, 내 편은 지키면서 상대 편은 죽일 수 있으니까, 나라꼴이 어떻게 되든 나는 잘 먹고 잘 살 수 있으니까. 대통령이라는, 최순실이라는 원격조종 무기를 통해 전쟁을 수행하면 말 그대로 무인전쟁, 일상의 전쟁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아도 되니까.
<War and Games>에는 과학이 발전하고 기술이 독점되면서 인류의 미래가 처참히 기획되고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수 만명의 사람들은 오직 기술 그 자체, 나의 고객이 만족할 만한 성과만을 위해 일을 할 뿐이라고. 그들이 만든 발명품 혹은 무기가 세상에 나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리적 고민 없이 탄생한 어떠한 것들이 인류 전체에 미칠 영향은 실로 엄청날 것이라고.
그가 우려하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그리고 물론 활동가로서 희망적인 메세지를 던지며 운동을 이어나가야 하지만, 미래에 대한 그의 생각에 이견을 표하고 싶다. 이미 대한민국에서 무인전쟁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