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없는세상 영돌

주최 측 추산 약 100만 명의 모였다는 11월 12일 민중총궐기는 다양한 외신보도를 이끌어냈다. AP통신을 비롯해 미국의 뉴욕타임스, 미국의 소리(VOA), 독일의 타우누스 차이퉁, 중국의 환구시보, 일본의 산케이신문, 요미우리신문, 도쿄신문 등 각 국가의 메이저 언론 및 지역지가 해당 사건을 무겁게 다루었다.

외국인 혹은 해외에 거주하는 지인이 있는 사람들의 입에서도 ‘대통령 하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비(非)아시아적 문화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샤머니즘’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독재자의 딸이었다는 사실까지 제 3자의 시각에서 꽤나 흥미롭고 충격적인 사건일 것이다.

사실 국제사회에 잘 보여야 할, 혹은 괜찮은 나라로 보여야 할 무조건적인 이유는 없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면 말이 아닌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각자가 알아서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너네 나라 괜찮아?’하는 식의 외국인 친구의 질문을 들을 때 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은 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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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KVW의 방송화면. 덴마크어는 잘 모르지만…Weapons? Produce the weapons?..이쯤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구글 번역기도 비스무리하게..말하는..)

얼굴을 빨갛게 하는 사건은 또 있다. 지난 3월 덴마크의 한 방송은 유럽의 동전을 만드는 원자재를 수출하는 한국기업 ‘풍산’을 소개한 바가 있다. 동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풍산’이라는 비윤리적 기업 그 자체였다.

2010년 체결된 확산탄 금지 협약(The Convention on Cluster Munitions)에 따르면 해당 협약 체결 국가의 경우 확산탄 생산 및 이전은 물론 생산 기업에 대한 투자가 금지되어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CCM의 당사국이고 ‘풍산’은 세계 최대 규모의 확산탄 생산기업이다. 덴마크 방송 이후 풍산에 대한 투자 철회 성명을 발표한 기업도 생겨나는 실정이다. 사람을 죽이는 기업에 돈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 최대의 확산탄 생산기업 ‘Textron’은 확산탄에 대한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CCM 당사국이 아니라는 점,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무기를 생산하고 또 판매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례적인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전쟁마니아’이자 자본주의 그 자체인 미국의 기업이 해당 무기의 생산을 중단했다고 선언할 정도면 이 무기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비난을 받고 있고, 효용성 또한 떨어지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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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탄

그러나 우리의 대한민국은 여전하다. 100만이 모여도, 촛불은 그저 촛불일 뿐이라는 확고한 믿음으로 결코 내려오지 않는 그분처럼 몇 명이 죽든, 그 과정이 어떠하든, 몇 십 년이 지나도 멈추지 않는 불발탄 사고가 있든 ‘의지의 대한민국’은 멈추지 않는다.

협약을 체결하라는, 생산을 중단하라는 다양한 압박에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주는 북한이라는 존재 덕일 것이다. 혹은 ‘신(新)성장 동력’이라는 신기루, 무기는 비싸니까 그 비싼 무기를 팔면 또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이야기 덕일 수도 있겠다.

사람을 밟고 일어난(혹은 일어나려고 하는) 나라에게 부끄러움은 필수적이다.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가 노예와 여성, 외국인을 짓밟았듯이, 박정희 신화로 불리는 60년대 경제성장이 노동자를 짓밟았듯이, 현재의 대한민국이 안보와 성장을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그 영광은 결코 빛날 수 없다.

올해 6월 발간된 국제 평화단체 PAX의 <Worldwide investments in Cluster Munitions- a shared responsibility>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한화’와 ‘풍산’은 전년도에 이어 또다시 Hall of Shame, 다시 말해 수치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내년에는 풍산을 수치의 전당에서 내려오게 해주려는 친절한 움직임이 유럽에서 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