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영(평화를 고민하는 사람)

 

성공회대학교 인권주간 때 병역거부 토크쇼를 인연으로 평화수감자의 날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그 전까지 사실 병역거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 없었습니다. 활동가분들을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제 친구들의 군대 경험과 그 이야기를 듣던 저에 대한 생각이 들어 관심이 생겼죠. 제가 사랑하는 것들은 왜 다 하나같이 이렇게 연약한 존재들인지.

지정 성별 여성으로 태어나서 ‘군대’라는 존재에 대해 별로 고민해 볼일이 없었습니다. 어쨌건, 생애주기에 군대가 들어있지는 않으니까요. 친구들이 군대에 가는 것도, 그냥 웃긴 일이었는데… ‘내 친구가 군인 아저씨가 되었어’하는. 하지만 막상 군대 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다른 일이 되더군요. 군인이 된다는 건, 정말로 손에 총을 쥐고 사람을 쏘는 연습을 한다는 뜻이었구나. 군대에 간다는 것은 페미니스트임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내 친구가 자신이 군대에서 나올 때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하고, 다른 폭력적인 일들이 너무 많아서 페미니즘의 가치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뜻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친구들의 고민이 너무 우습게도 한국사회가 돌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고, 또한 언제든지 삭제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그냥 늘 그랬듯이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어요.

평화수감자들에게 엽서를 쓰고 있는 한 참가자. 병역거부자들은 평화수감자의 날에 국내외에서 많은 엽서를 받습니다. 이 엽서들이 감옥 생활에서 큰 힘이 된다고 말합니다.

평화수감자들에게 엽서를 쓰고 있는 한 참가자. 병역거부자들은 평화수감자의 날에 국내외에서 많은 엽서를 받습니다. 이 엽서들이 감옥 생활에서 큰 힘이 된다고 말합니다.

본인이 겁쟁이여서 병역거부를 한다고 어떤 분이 말씀하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겁쟁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사회라니, 너무 최악이죠. 자신에게 필요하고 유의미한 존재들만 챙겨가는 사회니까요. 그리고 겁쟁이인 게 이유라면 그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다른 많은 사람에게도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말이기도 하고요. 정말 겁쟁이는 이 사회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인지. 과연 그게 정상사회일지.

평화수감자의 날 참가자들이 정성스럽게 쓴 엽서들

평화수감자의 날 참가자들이 정성스럽게 쓴 엽서들

엽서 쓰는 일은 조금 심장 아팠어요. 저의 많은 부분에 대해 담아서 보내고 싶었지만 괜스리 모르는 분에게 너무 구구절절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왠지 용기가 나지 않아 그러지 못했네요. 그냥 적당히 따뜻한 말들을 골라서 적었어요. 그래도 제 마음이 담겼으니, 정말 따뜻하리라 믿습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의 병역거부 지지 기자회견과 그 이후 이화여대 총학생회에 쏟아진 비난에 대해 소개하는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오리. 병역거부 운동에서 언론에 주목 받는 건 남성인 병역거부자들이지만, 실제로 운동을 이끌어 가는 데는 여성활동가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의 병역거부 지지 기자회견과 그 이후 이화여대 총학생회에 쏟아진 비난에 대해 소개하는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오리. 병역거부 운동에서 언론에 주목 받는 건 남성인 병역거부자들이지만, 실제로 운동을 이끌어 가는 데는 여성활동가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마지막으로 할 이야기가 두 가지 있어요! 먼저, 여성 활동가분들이 많아서 기뻤어요. 평화/병역거부 운동에 여성 활동가들이 주축이 된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실제로 그분들의 입으로 역사에 대해 운동의 역사에 대해 들으니까 굉장히 설레더라고요. 그리고 두 번째로, 그날 저의 루트와 집의 상황 상 순구(강아지)와 함께 놀러 갔었는데요! 카페에 들어와도 괜찮다고 해주신 국민티비 카페에게 감사합니다.

다음 행사 때도 놀러갈게요, 불러주세요!

뿅!

 

*2017년 평화수감자의 날 행사는 인권재단 사람의 반차별데이 기금을 지원받아서 진행되었습니다. 이 글은 반차별데이 기금 사업 결과 보고서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