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야(전쟁없는세상 무기감시팀 활동가)
3월 8일, 성주군 소성리로 향했다. 당초 하반기로 예정되었던 사드 배치를 전격 앞당겨 한두 달 내에 완료한다고 발표한 다음 날이었고, 이를 규탄하는 소성리 수요 집회와 평화 행진이 있는 날이었다.
우리는 마을회관에 삼삼오오 모여계신 할매들을 찾았다. 160명 남짓한 100가구가 사는 아주 작은 산촌 소성리 주민 대부분은 70대에서 90대의 할매들이었다. (마을에서 제일 젊다는 부녀회장님이 60대이다.) 평생을 오롯이 참외 농사만 지으며 살아온 할매들의 등은 크고 작게 굽어 있었다. 참외 농사 특성상 항상 허리를 숙이고 일해야 해서 그렇단다. 할매들이 직접 농사지은 거라며 껍질째 먹어도 맛있다는 참외를 받아먹었다. 달고 시원하고 아삭했다.

소성리 할매들은 대부분이 70대 이상이다. 가장 젊은 부녀회장님이 60대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할매들의 울먹이던 얼굴이 계속 맴돌았다.
“이북 막는다 카던데?”
할매들은 처음에 그렇게 들었다고 한다. 북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포착해 공중에서 폭파시켜주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소성리와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지켜줄 고마운 무기가 사드라고. 마을에도 사람에도 자연에도 무해하고 안전한 무기가 사드라고.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무기가 사드라고.
하지만 이제 할매들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사드는 북한 미사일을 막아줄 수도, 마을을 지켜줄 수도 없는 무기임을. 정반대로 할매들이 평생 일궈온 일터와 삶터를 파괴하게 될 ‘반드시 막아야 할’ 무기임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사드가 배치되면 반경 3.5km 이내는 사람 출입이 통제된다는데, 골프장에 2km 남짓한 거리에 마을회관이 있고, 할매들의 집이 있고, 원불교 성지가 있다. 할매들은 울먹이며 말한다.
“우리는 허수아비인가보다.”
“우리는 벌레인가보다……”
할매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국방부, 정부 그 어디 누구 하나 소성리 할매들에게 설명하러 온 인간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골프장 쪽으로 가봤다. 아직 롯데에서 국방부로 등기이전도 안 된 상황이라는데 골프장 입구로 가는 길 곳곳에는 펜스와 경찰 버스가 놓여있었다. 국방부와 롯데 간 부지 교환계약이 체결된 날부터 마을에 들이닥친 1,500여 명의 경찰들이 펜스 앞에 서서 보초를 서고 있었다. 밤이 되면 2명씩 짝을 지어 100미터 간격으로 산과 집을 후레쉬로 이리저리 비추며 순찰을 돈다고 했다.
“(고령 할매가 전부인 마을에) 뭐 순찰할 게 있다고 그러는 걸까요?”
“그러게요, 아마도 위압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게 아닐까요?”
보초만 서는 게 아니라 달마산 등산로 입구를 밤낮으로 지키고 서 있는 경찰은 산에 올라가려는 사람들에게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한 번은 마을 이장님이 부지도 아닌 산 정상에 올라가 서 있었는데, 군용헬기가 날아오더니 머리 위를 계속 빙빙 돌다 갔다고 한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할매들의 울먹이던 얼굴과 목소리가 계속 맴돌았다. 작년 여름, 전 사드 배치지였던 성산포대 인근 주민 2만 명은 삶터는 지켜졌지만, 그 대신 소성리 주민 160명의 평범하고 평화롭던 일상이 빼앗길 운명에 처했다.
여기, 소성리에 5천 명이 모였다
3월 18일 다시 소성리로 향했다. 이번에는 전국에서 5천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걷기에 딱 좋은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이 함께하는 맑은 날이었고, 걸음마다 시선마다 만나게 되는 드넓게 펼쳐진 수많은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참외가 맛나게 익고 있었다.
나는 바다 건너 제주 강정에서 온 분들과 함께 걸었다. ‘욱꽃’이라는 분이 더 즐겁게 걷고 싶어 가져온 기타를 꺼내 메고는 걷는 내내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함께 노래하며 춤추며 걸었다. 가장 자주 부른 노래는 2004년 평택 집회에서 문정현 신부님이 하신 발언에 평화활동가 조약골이 곡을 붙인 <평화가 무엇이냐> 였다.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 복직하는 것이 평화
두꺼비 맹꽁이 도룡뇽이 서식처 잃지 않는 것이 평화
가고 싶은 곳을 장애인도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평화
이 땅을 일궈온 농민들이 빼앗기지 않는 것이 평화
성매매 성폭력 성차별도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평화
배고픔이 없는 세상 서러움이 없는 세상
쫓겨나지 않는 세상 군림하지 않는 세상
마을로 향하는 길 곳곳에 피켓을 든 소성리 주민과 할매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떤 할매는 손을 흔들며, 또 어떤 할매는 가뜩이나 굽은 허리를 더 굽히며 와 줘서, 함께 해줘서 고맙다며 말했다.
“사드 들어오면 밀양 할매들처럼 드러 누울 끼다.”
나는 문득, 욱꽃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 수없이 연행되면서도 온몸으로 투쟁해왔던 욱꽃에게 할매들의 말이 어떻게 들렸을까? 한 식구나 다름없던 공동체가 반으로 쪼개진 마을의 현실을 사는 욱꽃에게, 아직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소성리 주민들의 모습은 어떻게 보였을까?
욱꽃의 답은,, 기타를 메고 걸어 발목이 퉁퉁 부은 것도 잊은 채 소성리로 향하는 걸음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멈추지 않고 평화를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바다 건너 제주 강정에서 온 분들과 함께 걸었다. 우리는 욱꽃 의 기타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행진을 했다.
미국의 어느 마을에도, 사드가 배치된 곳은 없다
여기 소성리에, 일상의 죽음이, 관계의 죽음이 그리고 생의 죽음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대추리, 강정 그리고 밀양 마을에서처럼. 국가의 이익, 안보, 안녕 중 그 어떤 이름도 국민을 죽음을 밟고 올라 정당화될 수 없다. 정의도 평화도 존재할 수 없다.
미국과 미국의 뜻을 따르는 한국 정부의 주장은 변함없다.
사드는 무해하며 안전하다. 사드는 국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알고 있는가? 미국 어느 도시에도 사드가 배치된 곳은 없다.
사드가 배치된다는 곳은 먼 나라 소성리가 아닌 당신과 내가 발 디뎌 살아가는 대한민국이다.
Tip 1. 사드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
Q 사드는 북한 막기 위해서 있는 거 아냐? 성능 좋고 안전하다던데?
- 사드는 50km~150km 사이로 날아오는 미사일만 막을 수 있다. 북한에서 주력 생산되는 노동-무수단 미사일은 비행고도가 400~1000km에 이르기 때문에 사드 탐지 범위에서 사라지므로 막을 수 없다.
- 사드는 눈과 비와 황사와 같은 먼지바람에 약하다. 좋은 날만 골라서 미사일이 날아와 줘야 요격이 가능하다.
- 사드는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어 무기이지만, 미국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발사된 미사일’을 대상으로 요격 실험한 적이 없다.
Q 사드는 골프장에 설치되는데 왜 소성리 주민이 난리지? 님비(지역이기주의) 아니야?
- 사드가 배치되면 전방 100m까지는 안전펜스가 설치되고, 반경 3.5km까지는 사람 출입이 통제된다. 사드 배치 예정지인 골프장은 소성리 주민의 집과 밭이 모여있는 마을회관에서 불과 2km 거리에 있다. 마을이 사라질 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리고 소성리는 ‘우리 동네 사드 반대’가 아닌 ‘대한민국 사드배치 철회’를 외치고 있다.
Q 전자파도, 소음도 무해하거나 문제될 게 없다는데?
- 사드가 배치된 괌 원주민들은 안 그래도 군사기지화 되고 있는 괌에 사드까지 배치되어 북한, 중국, 러시아 국가들의 공격 목표가 되었다며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일본의 사드 기지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은 처음 배치됐을 때는 잠들기 힘들 정도로 소음이 컸는데, 2년이 지나자 괜찮아졌다고 했다. 문제는 그 이유가 소음이 작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큰 소음에 적응이 되어서’이다. 기지 근처에 가면 구토와 어지럼증이 있다고 호소하는 주민들도 있다.
Tip 2. 좀더 자세히 알고 싶은 당신을 위해
- ‘4년째 임시배치’ 괌 주민들 “사드가 지켜준다? 불안의 주범일 뿐”(민중의소리)
- 강한 전자파…“기지 근처 가면 구토·어지럼증” (한겨레)
- 사드 배치에 관한 정부의 21가지 거짓 주장을 반박한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Tip 3. 이 글을 다 읽은 당신이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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