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목사, 비폭력 트레이너 네트워크 망치)

 

 

넷플릭스에 올라온 정윤석 감독의 <논픽션 다이어리>를 보았다. 김영삼 정권 시절 있었던 지존파 살인사건과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들여다보는 영화였다. 영화 종반에 이르러 1년도 안 돼 사형이 집행된 지존파와 적은 형량을 받고 풀려나는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의 주범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김영삼은 1994년 10월 6일에 15명, 1995년 11월 2일에 지존파를 포함해 19명, 그리고 1997년 12월 30일에는 23명을 사형시켰다. 특히 마지막 23명은 김대중 후보가 당선된 지 12일 밖에 안 된 인수위 기간 중에 집행되었다. 집권기간 동안 총 57명, 이전 노태우 정권보다 더 많은 사형집행이 문민정부 시대에 벌어진 것이다.

영화에서 김형태 인권변호사는 지존파로 인한 부유층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IMF를 비롯한 자신의 실정을 감추기 위해, 여론에 휘둘려 사형제를 이용했던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말한다. 영화를 보고 난후 내게 있어 김영삼은 ‘3당 합당의 주범’보다 ‘하루에 23명을 사형시킨 대통령’으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영화 포스터

영화 <논픽션 다이어리> 포스터

 

지존파보다 더 큰 트라우마, 삼풍백화점

처음으로 돌아가, 영화에는 지존파를 직접 체포했었고 우연히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그 자리에도 있었던 서초경찰서 강력반 고병천 반장이 등장한다. 지존파를 잡았던 그도 삼풍백화점 트라우마가 더 컸다고 고백한다.

“눈앞에서 사람을 찌르거나 돌로 쳐서 죽이는 전통적 의미의 살인은 쉽게 공분을 사지만,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의 관리 태만으로 수많은 사람을 죽게 만든 책임은 결과론적으로 더 큽니다.”

대형 인명피해를 초래하고도 적은 징역을 살고 나온 이들과 지존파 중 누구의 죄가 큰 것일까. 광주학살로 사형을 선고 받았던 전두환, 노태우도 김영삼에 의해 특별사면을 받았다. 세월호에서 승객보다 먼저 탈출했던 선원들은 적게는 1년 6개월에서 12년을 받아 이미 출소한 이도 있고, 선장 이준석은 무기징역을 받아 형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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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논픽션 다이어리> 스틸컷

 

문재인 대통령 시대, 국가의 연쇄살인이 멈추기를

엊그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공은 공대로 계승하고 실패한 부분을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말했다. 소위 민주정부 10년을 발전적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이 10년이 정리해고, 비정규직을 만들어 낸 정권, 이라크 파병, 대추리에서의 군사작전 트라우마로 기억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시대를 지나 이제 한국은 매년 만 오천 명, 소도시 하나가 자살하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 자체가 연쇄살인마가 되버린 것이다. 쌍용차 노동자 28명을 죽음으로 내몬 범인은 정리해고였고, 한국에서만 판매된 치명적인 가습기 살균제는 결국 자본주의의 문제였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회운동으로 인해 사회 변화는 이루어 진다. 사형제폐지운동으로 이제 20년째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 된 것처럼 말이다. 글을 마감하는 지금,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속보가 올라오고 있다. 어서 이 연쇄살인이 멈췄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