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냐옹(츄르와 평화를 사랑하는 고양이 행동연대 상임활동가)
인터뷰이, 기록: 발칙한양(저임금 개인활동가)

 

전쟁없는세상 주:

이 글은 이번 아덱스 저항행동에 참가한 발칙한양 님의 이야기를, 고양이 활동가  냐옹이 인터뷰한 형식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사진 설명은 편집자가 달았습니다.

 

※ 알림: 시중에 고양이를 위한 키보드자판을 판매하고 있지 않아 인터뷰이인 발양님께서 대신 기록을 해 주셨습니다옹. 주말에 인터뷰까지 받아주시고 저 대신 기록까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옹. 앞으로 고양이를 위한 맞춤형 제품들이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할 것이다옹.

 

냐옹: 안녕하시냐옹. 연락 드렸던 ‘츄르와 평화를 사랑하는 고양이 행동연대 상임활동가 냐옹입니다옹. 주말에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다옹. 먼저 제 소개를 짧게 하겠다옹. 저는 활동한 지 1년이 조금 넘었고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묘권운동의 일환으로 평화라는 화두가 나에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옹.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겁이 굉장히 많고 소심한 냥이였는데,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고양이로서의 자부심과 자존감이 높아졌습니다옹. 동료 꽁치의 제안으로 상임활동가를 시작하게 되었다옹.

발칙한양(이하 발양):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저임금 개인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는 발양이라고 합니다. 아… 뭐, 엄청 게으르고, 누워있는 거 좋아하고, 돈은 못 벌지만 돈 쓰는 것을 좋아하는 닝겐이구요… 뭘 소개할지 모르겠네요.

 

냐옹: 아, 그럼 질문을 좀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시냐옹?

발양: 넹넹.

냐옹: 발양님에게 인터뷰를 제안한 것은 아덱스 저항행동 활동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옹. 아덱스 저항행동에 몇 번 참여했고, 참여한 동기가 뭔지 여쭤보고 싶다옹.

발양: 아덱스 저항행동은 처음 활동 했어요. 아덱스 저항행동을 알게 된 것은 2년전 페이스북에서 지인들이 활동한 모습을 보고 알게 되었어요. 이번에 활동을 함께 하게 된 동기는 뭐 엄청난 포부를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제가 올해 7월까지 모 시민단체 상근활동가로 활동하다가 활동에 지쳐서 퇴사를 했거든요. 퇴사를 앞두고 한 참 힘들어 하고 있었을 때, 전쟁없는 세상에서 ‘평화캠프’를 한다는 것을 보고 프로그램 내용이 기대되어 평화캠프에 참여했었어요. 그 때 전없세 활동가들이 10월에 아덱스 저항행동이 있는데, 여기계신 분들 함께 하면 좋겠다, 함께 할 수 있는 분들 손 들어 달라고 해서… 약속한 것도 있고 해 보고 싶어서 하게 되었어요. 상근활동을 그만 두니 평일에 좀 여유도 생겨서요.

냐옹: 아, 그렇구나옹. 평소에 평화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었나옹?

발양: 질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 주면 좋겠는데… 흠… 일단 전 여성주의자로 정체화 하고 있고요. 주요 키워드는 여성주의활동, 구체적으로는 젠더폭력이었어요. 10대 때부터 젠더폭력에 관심을 두었고 비청소년이 된 이후로 젠더폭력과 관련한 활동들을 시작 했구요. 여성인권단체에서 성폭력, 가정폭력 전화상담과 해당 단체에서 주최하는 영화제 자원활동을 했어요. 그리고 올해 7월까지 상근활동 하던 곳은 풀뿌리 기반이었고, 주로 담당했던 활동은 십대여성지원과 활동가 양성과정교육 기획-자원활동가 조직 등 이었어요. 평화에 관심은 있지만 그것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활동해 본 적은 없구요. 아… 넓게봐서 공부도 활동에 일환이라면 평화교육을 하는 단체에서 교육을 받았구요.

 

발칙한양 님이 아덱스 저항행동을 처음 알게 된 2017년 평화캠프.

발칙한양 님2017년 평화캠프에 참여해 아덱스 저항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었다.

 

냐옹: 아, 그렇구냐옹. 답변 감사합니다옹. 이번 2017년 아덱스 저항행동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소감에 대해서 이야기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옹~

발양: 말 주변이 없어서… 일단 키워드로 이야기 해 볼게요. ‘어리벙벙, 아무것도 모름, 무서움, 두근거림’이에요. 뭐, 비장함, 진중함 이런 것은 없었구요. 만약 예전의 저라면 나는 활동가인데 왜 아무것도 모르고, 왜 이렇게 멍청하지, 왜 다른 활동가들처럼 비장하고 똑똑하지 않지? 라는 생각이 들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거든요. 좀 더 풀어서 이야기 해 보자면 처음 활동했기 때문에 사전 회의 때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따라가고 이해하는 것도 어려웠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뭘 알아야 할 수 있는데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없으니 의견을 내기도 쉽지 않았어요.
무서움과 두근거림은 현장활동 때 인데요- 제가 하기로 한 행동은 첫 날 ‘르 메르디앙 호텔’ 리셉션 때 미술관 관람객으로 위장(?)해서 때가 되면 현수막을 펼치는 활동이었어요. 이런 적이 처음이라 내가 현수막을 잘 펼칠 수 있을까,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뜨리면 어떻하지, 뒤집어서 펼치면 어떻하지? 이런 생각 때문에 정말 많이 긴장이 되었어요. 너무 떨려서 옆에 있던 아침 님이 현수막을 펼치는 것을 도와주었어요. 어느 정도였냐하면 “이쪽 손으로 여기를 잡아라, 저쪽 손으로는 여기를 잡아라…” 이렇게 구체적으로 알려줄 만큼 저는 긴장했었어요.

냐옹: 평소에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시냐옹?

발양: 그렇지 않아요. 이어서 더 이야기 해 보면 제가 걱정했던 것은 경찰조사를 받게 되거나, 법정에 가게 되고, 벌금을 구형받을까에 대한 고민도 있었어요. 경찰조사 자체가 걱정이라기 보다는 가족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고, 나는 돈도 없는데 벌금을 물게 되면 적금통장을 깨야하니까… 혹시 벌금을 내게 된다면 엄마가 내 줄까? 욕 엄청 먹고…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사전회의 때 의견으로 ‘벌금낼 만한 행동을 하지 말자. 벌금 물게 되면 장기 팔아야 한다…’라고 했었거든요. 결과적으로 회의 때 여러 사람들 의견이 반영되어 그들이 법으로 물고 넘어지지 않을 만큼 정도의 행동을 하자는 활동 약속이 있었구요.
둘째 날, 성남 서울공항에서는 일반관람객으로 위장잠입(?)했어요. 록히드마틴 앞에서 메시지가 적힌 판넬을 들고 서 있은 후 주변으로 한 바퀴 돌았어요. 본격적인 행동을 하기 전, 일반 관람객인 척하고 있을 때 심장이 엄청 두근거렸어요. 관람객처럼 이것저것 둘러보고, 전쟁무기 회사 직원에게 멋지다는 표정을 보이고… 우리가 약속한 신호에 맞추어 한 두명 록히드 마틴 앞에 섰어요.

냐옹: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냐옹?

발양: 생각보다 길게 활동했어요. 왜 경호원이 오지 않지? 왜 경찰이 제지하지 않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길었어요.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돌고 있는데 해외에서 온 무기상인이 저기 좀 보라며 가리켰던 거 였어요. 짧은 순간이긴 했지만 우리의 메시지를 한 두 사람이라도 더 본다면, 마음이 불편하고, 거슬리게 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느껴졌어요.
참, 그런데 첫날 르 메르디앙 호텔에서 리셉션 할 때에는 무기 상인들의 반응이 ‘저 파리들은 뭐지?’이런 눈빛이었어요. ‘너네 같은 애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봤다’ 이런 걸까? 싶더라구요. 아무런 동요 없이 우아하게 술 마시고, 이야기 나누더 라구요. 어쩌면, 해외 특히 정치적 자유, 개인의 신념 표현이 권리로서 잘 보장되는 서구권에서는 더 과격하고, 대규모적인 활동을 많이 봐서 우리를 파리같이 보는 건가 싶었어요.

 

아덱스 환영 리셉션장. 각국 VIP들과 무기 업체 고위 관계자들의 만찬장에서 "무기 장사 멈춰라" "STOP ADEX"를 외쳤다. 왼쪽 현수막을 들고 있는 사람이 발양 님.

아덱스 환영 리셉션장. 각국 VIP들과 무기 업체 고위 관계자들의 만찬장에서 “무기 장사 멈춰라” “STOP ADEX”를 외쳤다.

 

냐옹: 전쟁피해자들의 삶이나 이번 저항행동을 함께 하면서 고민되는 지점이나 다듬어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무엇이었냐옹?

발양: 보편적으로 전쟁 피해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어린아이, 여성’이 잖아요. 미디어에서도 전쟁피해자로 어린이 피해자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요. 그에 대한 대중적인 반응으로 ‘어린 천사가 떠났네…’, ‘불쌍하다’ 등이잖아요. 물론 사회적 소수자로서 아동과 여성이 더 큰 피해를 입지만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서 ‘불쌍함, 무기력함, 순수한 피해자’라는 것을 지워내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한 사람의 생명권, 생존권,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로서 한 사람의 삶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피폐해졌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는 방식으로 보도를 했으면 좋겠어요. 이미지 작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지를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서 더 치열한 고민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대부분은 피해자가 ‘순수한 어린아이’일 때 더 많은 반응을 보이잖아요.
사전회의 때 사람 인형을 사용하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때 스치는 고민으로는 시중에 나와있는 사람 인형은 아기 인형이거나 바비 인형이잖아요. 만약 여성으로 패싱되는 사람 인형을 도구로 사용할 경우 어떻게 비춰지고 해석될지 고민이 되었어요. 고민을 하고 말하려던 찰나에 다른 사람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냈었구요. “특히 성별이 두드러지는 인형을 사용하게 될 경우에는 고민을 많이 해야한다, 자칫 대상화로 이루어지기 쉽다. 고민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차이가 있다”라구요.

냐옹: 그렇구냐옹….

발양: 네… 둘째날, 행사장에서 한 분이 전쟁피해자 분장을 하셨는데, 그 분이 예술적 활동으로 메시지를 전달 하시는 분이고, 빠르게 분장을 하고 나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이세요. 일반 관람객처럼 들어왔다가 빠르게 평상복을 벗고 분장을 하는 능력은 정말 중요한데… 한편으로는 그 분이 사회적 기준으로 보았을 때 지정성별 여성, 작은 체구, 어려 보이시는 외모를 가지셨거든요. 만약 여성인지 남성인지 성별구분이 어려운 외모, 키가 크고 뚱뚱한 몸, 중년 혹은 노년인 사람이 전쟁피해자로 분장을 했다면?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마 그 사진에 엄청난 외모 품평, 비하가 달리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또 ‘불쌍하게 느껴짐’, ‘마음이 아려옴’ 정도가 비슷할까? 이런 생각도 스치네요.

냐옹: 필요한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옹. 우리 사회가 피해자를 바라보는 방식이 ‘약함, 나를 공격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어린 사람, 순진무구한 피해자(로 보여지는 사람)’에게 훨씬 더 쉽게 감정이입을 하니까옹.

발양: 그렇죠. 2015년도 9월 바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시리아 난민 고인 쿠르디 님 사진이 여기저기 올라오고 쿠르디님을 묘사하는 언론의 방식으로 마음이 심란했어요. 아, 이거 말할까 말까 고민되는데요… 스치는 생각으로 만약 내가 전쟁피해자 분장을 하게 된다면? 이런 생각을 하니 일단 살부터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머리로는 전쟁피해자도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뚱뚱한 제가 전쟁피해자 분장을 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제 몸이 적합한 편은 아니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했어요. 더 나아가 제 몸으로 분장을 하면 메시지가 전달되기 보다 비웃음 거리가 되거나 엄청나게 악플이 달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냐옹: 흠… 아무래도 특히 여성의 몸에 대한 품평이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지니까 그런 염려를 충분히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옹… 흑흑
아덱스 저항행동을 하면서 배웠던 점이나 좋았던 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옹?

발양: 앞서서 제가 아는 것이 없고, 회의 때 내용을 따라잡기가 어렵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회의에서 소외되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이해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 질문을 할 때 다른 참여자들이 차근차근 잘 설명해 주었어요.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질문을 해도 괜찮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잖아요? 질문을 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라면 하지 않았을 거에요.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이전에는 어떻게 활동을 했는지, 현장 분위기는 어떤지 등등… 아덱스 저항행동 활동을 처음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섞이지 못하는 느낌을 받지 않았어요. 그래서 감사해요.

 

아덱스 비지니스데이 때 행사장 안에서 펼친 퍼포먼스. 준비회의 과정에서 피해자를 어떻게 형상화할지에 대해 토론했다.여성, 아이로 대표되는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의 문제와 우리 메세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을 나눴고, 그 과정에서 퍼포먼스 내용이 바뀌기도 했다.

아덱스 비지니스데이 때 행사장 안에서 펼친 퍼포먼스. 준비회의 과정에서 피해자를 어떻게 형상화할지에 대해 토론했다.여성, 아이로 대표되는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의 문제와 우리 메세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을 나눴고, 그 과정에서 퍼포먼스 내용이 바뀌기도 했다.

 

냐옹: 발양님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옹.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냐옹?

발양: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전쟁과 전쟁무기, 전쟁무기를 생산하는 기업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어떤 방법으로 압박을 가할 것인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각자가 처한 위치, 환경, 자원, 관심사는 다 다르잖아요. 저는 여성인권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국가에서의 여성시민에 대해서 알아가고 싶어요. 또한 소비를 할 때 이 기업이 전쟁이 기여하는 것이 있는지를 알아나가면서 불매를 할 거구요.

냐옹: 오늘 늦은 시간까지 인터뷰 감사합니다옹. 이런 거 오글거리지만 우리 구호 외치면서 끝낼 수 있으실까옹?

냐옹&발양: 전쟁장사 중단하라옹! 죽음의 무기상인 물러가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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