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석 (목사, 영화배우)
지난 9월 23일 DMZ영화제에서 김미례 감독님의 신작 <늑대부대를 찾아서>를 보았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다룬 다큐였다. 영화를 보고 난 후 GV를 통해서 일본 내에서도 전선을 우리만큼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45년 일본의 무조건 항복 이후 30년이 지난 어느 날 전범기업인 미츠비시중공업 앞에서 폭파사건이 일어났다. 자신들을 전선의 ‘늑대부대’라고 밝힌 이들은 수 차례에 걸쳐 전범기업 혹은 전쟁수혜기업에 대한 테러를 감행했다. 원래 천황을 암살하려고 준비한 시한폭탄은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GV에서 역사학자 후지이 다케시는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전후 일본’이란 무엇이었는가와 관련되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중요한 것이 ‘일본이 패전 직후 과거 제국주의의 역사를 청산하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필요를 못 느끼고 있었다’라는 게 아주 큰 거 같아요. 그래서 전후 민주주의라는 게 미국의 점령을 거쳐서 만들어졌다는 식으로 얘기가 되지만, 그때 일본 사람들 대부분이 생각하고 있는 자기의 위치는 ‘피해자’, 자기들은 ‘군국주의의 피해자였고 괜히 전쟁에 말려들어서 고생을 했다’, 그래서 ‘다시는 전쟁 같은 걸 하지 말자’ 라는 방식이었죠. 사실은 식민지배나 침략에 대해서는 반성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런 것이 전후 30년이나 지난 뒤에야 비로소 나왔다고 할 수 있는데요

GV에서 이야기를 하는 후지이 다케시. 출처: DMZ영화제 홈페이지
늑대부대를 주도했던 ‘다이도지 마사시’는 자신이 살고 있는 훗카이도가 아이누족을 침략함으로 만들어졌고 조선, 아시아를 식민지화 시킨 것에 대한 것을 역사모임을 통해 배웠다고 한다.
1968년, 1969년 이때쯤에 일본 대학에서는 전공투 투쟁이라는 것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었는데, 그때 그들이 내세웠던 것 중 하나가 ‘자기부정’이라는 것이었어요. 근데 그것은 기본적으로는 대학에서 운동을 하고 있으니까 ‘특권자로서의 대학생인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대학생이라는 위치뿐만이 아니라 과연 일본 제국주의, ‘일본에서 이렇게 태평스럽게 대학을 다닐 수 있는 나는 무엇인가’, ‘나는 이렇게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베트남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게 무엇일까’ 라는 것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하게 된 것이죠
늑대부대로부터 시작된 전범기업에 대한 공격은 이후 ‘대지의 엄니’, ‘전갈부대’ 등의 그룹이 등장하면서 계속 됐다. 결국에는 관련자들이 하나둘씩 체포되면서 사형과 같은 중형을 받게 되었다. 아직까지 사형수로 갇혀 있는 이도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출소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전략과 전술에 동의하지 못함에도 40년 동안 지원해왔던 그룹이 있었고, 몇 년 전에 출소한 할아버지 또한 지금은 감옥 내 처우개선을 위해 활동하신다고 한다.
망치를 든 평화 활동가들
영국에서도 전쟁수혜기업에 대한 공격들이 있었다. 철조망을 뜯고 기지안에 들어가 망치를 들고 전투기를 부셔버리거나, 핵잠수함에 들어가 컴퓨터를 파괴하는 평화 활동가들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직접행동은 퀘이커 활동가 샘 왈튼과 감리교 목사 댄 우드하우스가 BAE systems의 군수공장에 망치를 들고 들어간 일이다.군수공장에서 만들어진 전투기는 사우디아라비아에 팔리고 결국 예멘 침공에 쓰일 것이다.

이들을 결국 직접행동을 성공하지 못하고 연행되었다. 영국 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 이전에는 동티모르를 폭격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수출되는 전투기를 여성 활동가들이 망치로 부순 사건이 있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이사야 2:4)
이 성경구절은 plowshare(보습, 무기해체운동의 상징) 직접행동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참고로 영국 법정은 꾸준히 이들에게 더 큰 살인을 막았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리고 있다.
ADEX 저항행동과 한화
2년마다 열리는 무기박람회 ADEX에 맞서는 저항행동, 올해도 리셉션 현장과 비즈니스 데이, 퍼블릭 데이 현장 곳곳에서 전쟁수혜기업의 무기장사에 훼방을 놓았다.
ADEX는 2년마다 열리지만 평소에 전쟁수혜기업을 공격하는 방법은 없을까? 바로 한화와 같은 국내 전쟁수혜 기업들의 정체를 폭로하는 것이다. 한화는 야구팀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주변 활동가들 중에서도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는 사람이 많다. 매년 하위권에 머무는 약자 이미지 때문에 응원하기도 한다.
한화가 야구에서는 약자일지는 모르지만 확산탄을 생산하는 비윤리 기업이다. 확산탄은 전 세계 113개국이 금지조약에 참여할 정도로 대표적인 비인도 무기이며, 많은 기업들이 확산탄 생산을 그만두고 있지만 한화는 여전히 확산탄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ADEX에서도 한화 부스는 괄목할 만하게 규모가 커졌다. 삼성 이재용의 세습에도 이용되었던 국민연금도 한화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무기장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의 사회공헌 중에 하나라는 불꽃축제에 쓰이는 화약 또한 전쟁무기에 쓰이는 화약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2017 ADEX 환영리셉션이 열린 만찬장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평화활동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