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은 12월 21일, 홈페이지에 병역기피자 266명의 이름, 나이, 주소 등의 인적사항을 공개했습니다. 작년 12월 20일 첫 공개를 한 뒤로 두 번째 병역기피자 신상공개입니다.

병역기피자 신상공개는 작년 첫 시행 때부터 여러 시민사회 단체의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신상공개자 237명 가운데 160명 이상이 병역거부자였습니다. 사실상 병역거부자 신상공개였습니다. 이미 실형 살 것을 각오한 병역거부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아무런 예방적 효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전형적인 낙인찍기이고 이중처벌의 요소까지 다분했습니다. 한편 지난 5월 서울행정법원에서는 병역거부자 116명의 신상공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는 법원에서도 신상공개 제도에 문제점이 있거나 최소한 문제점이 있을 수 있으니 사회적으로 토론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병무청은 이처럼 문제점이 노출된 제도를 무리하게 또 다시 실행했습니다. 병무청이 2017년 병역기피자 신상공개를 준비해온 12개월 동안 시민단체들이 신상공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병역거부자들이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신청했지만, 병무청은 집행정지 신청을 한 250여 명의 병역거부자들만 제외한 나머지 266명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266명 가운데는 여전히 병역거부자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처 집행정지 신청을 하지 못한 병역거부자 50여 명의 신상이 공개되었습니다. 또한 작년과 마찬가지로 고위층 자제나 연예인, 스포츠 스타는 한 명도 없습니다. 물론 고위층 자제나 유명인들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기피 사실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신상공개 제도의 헛점 때문인지는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만, 연구자들과 시민단체들이 여러번 지적 한 바 이 제도가 사실상 평범한 사람들의 명단만을 공개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우려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작년과 올해의 명단이 거듭 보여줍니다.

병무청은 신상공개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 시민사회 단체들이 지적했을 때 이를 바로잡았어야 했습니다. 적어도 유엔 자유권 위원회에서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말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 했을 때 신상공개 제도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검토했어야 했습니다. 최소한 작년 첫 시행 결과를 마주하고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라도 신상공개 제도의 문제점을 자각하고 대처해야했습니다.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여러 번의 좋은 기회를 병무청은 번번이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전쟁없는세상은 병무청이 같은 잘못을 거듭 반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인권 침해 요소가 지적되는 제도로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심지어 실효성마저도 없다는 것이 이미 증명된 제도이기까지 합니다. 병무청은 오늘 홈페이지에 공개한 명단을 하루 빨리 내리고 두 번의 신상공개가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반대로 어떤 우려 지점들을 양산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 토대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관련 법 규정을 면밀히 검토해서 신상공개 제도를 폐지해야 합니다.

 

2017년 12월 22일 전쟁없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