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형근(지순협대안대학 학생)

 

 

평화수감자와 ‘전쟁없는세상’에 대해서는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전부터 후원을 하고 계시기도 했고 제가 다녔던 ‘제천간디학교’는 평화를 중요시하는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부족하지만 병역거부를 주제로 인문학캠프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체검사에서 공익 판정을 받아서인지, 이것저것 하느라 바빠서 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병역거부가 제 관심에서 점차 멀어졌던 것 같습니다.

평화수감자의 날 행사에 대해서 알게 된 것도 이리카페에 자주 가는 친구가 말해주어서 입니다. 처음에는 수감자에게 편지를 써야하나 싶어서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쓰기 싫으면 가서 안 쓰면 되니까 큰 부담 없이 참가했습니다. 어떤 분위기일까 궁금했는데 낯익은 얼굴의 활동가분들도 만나고 짧은 인사도 나누는 편한 분위기였습니다. 비슷비슷한 단체 활동가들끼리 모인 송년회 같은 따듯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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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전반적으로 시간가는 줄 모를 만큼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지만 그중에 하나만 꼽으라면 최근 한국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여성 징병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은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전부터 가부장제와 군사주의, 여성억압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고 하나의 것을 우선시하며 다른 것을 배척하는 방향의 운동은 옮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저의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았던 것들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좀 더 정리가 되었습니다.

완전거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완전거부 역시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랑 비슷해서 그랬습니다. 저는 공익이지만 왜 제가 군사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고, 대한민국에서 지정성별 남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2년 동안 최저임금도 못 받으면서 노동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평화주의자도 아니고 아직 어디 가서 이런 얘기 했다가는 돌 맞기 십상이기 때문에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편지 쓸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중간에 활동가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편지를 쓰라고 하셨지만 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편지를 쓰는 것이 쉽지 않아서 나중에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편지를 쓰는 시간이 부족하더군요. 그래서 두 장 밖에 못 쓰고 나머지는 집에 가서 쓰려고 했지만 저의 게으름 때문에 아직 쓰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니까 제 문제 같네요. 다른 아쉬웠던 것은 편지를 통해서라도 지금 복역 중인 평화수감자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옥에 있으니 현실적으로 불가능 할 수도 있겠지만 평화수감자의 날이니 만큼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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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2017 평화수감자의 날’은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것뿐이었지만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적잖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미루고 있지만 훗날 제가 병역의무에 대해서 선택을 할 때 많은 도움을 받고 싶다는 욕심이 듭니다.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평화수감자의 날 같은 행사에 더 많이 참석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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