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야(전쟁없는세상 무기감시팀)

 

지난 4월 4일, 7명의 시민이 세계에서 가장 큰 핵잠수함이 저장된 킹스베이 해군기지로 들어갔다. 이들의 목적은 핵잠수함에 피를 뿌리고 망치로 치는 비폭력 직접행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4월 4일은 마틴루터킹 목사의 암살일이고, 올해는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스스로 ‘플라우쉐어들(Ploughshares)’라 지칭한 이들의 행동은 “칼을 쳐서 보습으로”라는 성경구절을 딴 국제 반핵평화운동인 플라우쉐어(Plowshares,쟁기날) 운동이다. 대량살상 핵무기를 평화의 농기구로 바꾸자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비폭력 직접행동이다.

플라우쉐어 운동은 1980년, 미국에서 형제이자 신부인 대니얼과 필립 베리건이 처음 시작했다. 당시 각각 60세와 58세이던 두 형제는 펜실베니아의 핵무기 제조 공장에 들어가 핵미사일 부품에 피를 뿌리고 망치로 내려치는 시위를 했다. 바로 체포된 두 형제는 10가지가 넘는 혐의로 기소됐고 10년의 상소와 항고 끝에 1990년 가석방됐다. 이때 판사가 “이후로는 그런 행위를 멈추겠냐”고 묻자 대니얼 신부는 재판장에게 “부시 대통령에게 미사일 만드는 걸 중단할 것인지에 대해 먼저 질문해야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계속된 체포와 감옥살이에도 굴하지 않고 저항하고 투쟁한 이들의 비폭력 직접 행동은 세계 곳곳의 플라우쉐어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동티모르 폭격을 위해 인도네시아로 수출되는 전투기를 망치로 부순 여성 플라우쉐어들을 비롯하여, 1년 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로 수출되어 예멘 침공에 쓰일 전투기를 생산하는 BAE Systems의 군수공장으로 망치를 들고 들어간 감리교 목사 댄 우드하우스까지 1980년 이후 지금까지 100회가 넘는 플라우쉐어 운동이 있었다.

기지로 들어가기 전 사진 찍는 7명의 플라우쉐어들, 표정이 밝다. (Steve Kelly, Liz McAlister, Carmen Trotta, Clare Grady, Mark Colville, Martha Hennessy, Patrick O'Neill)

기지로 들어가기 전 ‘트라이던트의 결국은 인류의 절멸이다’라는 문구를 새긴 피켓을 들고 사진 찍는 7명의 플라우쉐어, 표정이 밝다. (왼쪽부터 Steve Kelly, Liz McAlister, Carmen Trotta, Clare Grady, Mark Colville, Martha Hennessy, Patrick O’Neill)

이들 중에 리즈 맥캘리스터(Liz McAlister), 마사 헤네시(Martha Hennessy)는 제주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에 연대하기도 했던 분들이다. 현재 이들은 조지아 주 연방정부에 의해 “모의, 해군 기지 재산 파괴, 정부 재산의 침해와 무단 침입” 등 4개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 5월 24일 Martha Hennessy, Patrick O’Neill, Carmen Trotta 등 3명은 보석으로 석방되었다고 한다.

작은 망치 하나로 거대한 전투기를 부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기지로 들어간 플라우쉐어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수많은 사람이 어찌 보면 무모하고 순진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는 비폭력 저항 행동을 해온, 또 지금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1년 콜롬비아대의 Chenoweth와 Stphan의 논문 ‘비폭력저항이 효과적인 이유(Chenoweth, E., & Stephan, M. J. The strategic logic of nonviolent conflict. Columbia University Press)’에서 1990년부터 2006년까지 전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323개의 폭력적/비폭력 저항 캠페인을 분석한 결과 비폭력 캠페인(53%)이 폭력적 캠페인(26%)보다 완전한/부분적 성공을 이루는 확률이 2배 이상이었다. 그리고 비폭력 캠페인의 반 이상이 성공했다.

비폭력분석

논문은 이에 대한 이유를 크게 2가지로 분석한다.

<비폭력 캠페인이 폭력적 캠페인보다 완전한/부분적 성공을 이루는 2가지 이유>

  • 국내외 정당성을 강화하며 보다 많은 사람이 저항 행동에 참여하게 만든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므로 내외부적 지원이 강화된다. 이는 저항하는 정권(대상)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정권의 정치적, 경제적 심지어 군사적인 힘도 약화시킨다.
  • 정부의 무장한 반란군에 대한 무력 진압은 정당성을 얻지만, 비폭력 운동에 대한 정부의 무장진압은 그 체제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잠재적으로 동감하는 대중’은 무장 투쟁 세력에 대해 극단주의자 또는 극단적인 목표를 지닌 대상으로 인식하지만, 비폭력 저항 행동을 하는 조직에 대해서는 덜 극단적인 대상으로 인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폭력 저항 행동은 대중의 호소력을 높이고 협상을 통한 양보를 얻어낸다.

그렇다. 사회를 변화시키고 바꾸는 힘은 우리를 억압하는 체제의 폭력과 같은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힘은 폭력의 비정당성에 저항하는 시민의 목소리로부터 나온다. 지난 2008년 호주에서는 시민들의 항의로 무기박람회(APDSE/Asia Pacific Defence & Security Exhibition)가 취소됐다. 한국은 최순실과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리고 새 정부를 세운 결과를 만든 지난 촛불 혁명을 통해 비폭력저항행동의 성공을 직접 확인했다. 아직 완전한 성공에 가지 못했지만, 비폭력행동이 가져올 변화의 힘을 믿고 있는 사람들은 오늘도 행동한다. 강정마을은 최근 해군기지 반대 투쟁 4천일을 맞았다. 기지는 세워졌지만 어김없이 기지 앞에서는 매일 아침 7시 백배, 12시 인간띠잇기와 춤추기가 이어지고 있다. 4천일을 매일같이 투쟁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강정마을은 전세계에 있는 거의 모든 미군기지가 들어선 마을이 그러하듯 주민이 쫓겨나고, 삶의 터전인 땅을 빼앗기고, 유흥업소로 넘쳐나는 마을로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다. 성주 소성리도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정부와 미군에 맞서고 있다. 전쟁없는세상은 격년으로 열리는 아덱스 개최 무기거래박람회(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기간에 리셉션장 기습 피케팅, 박람회장 내부 퍼포먼스, 대중 캠페인 등 평화활동가와 시민들과 연대하여 아덱스 폐지 캠페인을 벌여오고 있다.

워싱턴 도심에서 펼쳐진 미국 국군의날 기념 행진 /Armed Forces Day Parade 2018

워싱턴 도심에서 1991년 걸프전 이후로 27년만에 열린 국군의날 기념 행진(Armed Forces Day Parade 2018)

미국은 매년 5월 셋째 주 토요일이 국군의 날이다. 올해는 5월 19일이었다. 워싱턴 도심 한복판에서는 걸프전이 열린 1991년 이후 27년 만에 대규모 국군의 날 기념 행진이 펼쳐졌고 수많은 군중이 거리로 나와 국군의 날을 기념했다. 그런데 같은 날을 다르게 기념한 시민이 있다. 아이오와주에 있는 무인 항공기 통제 센터 앞에서 “Stop the Killing”을 외치던 시민과, 직접 들어가는 비폭력행동으로 체포된 2명의 시민이 그들이다.

아이오와주에 있는 무인 항공기 통제 센터로 들어가 체포된 2명의 시민 Frank Cordaro(왼쪽)와 Elliot Adams(오른쪽)

아이오와주에 있는 무인 항공기 통제 센터로 들어가 체포된 2명의 시민 Frank Cordaro(왼쪽)와 Elliot Adams(오른쪽)

남과 북의 정상이 공표한 군축과 비핵화, 그리고 평화 선언은 한반도와 세계 곳곳에 유례없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평화는 선언만으로는 오지 않는다. 평화의 실천을 양도하고 지켜보고만 있는 것은, 평화를 권력과 돈벌이로 생각하는 기업과 정치인들에게 또 다른 폭력을 생산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평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약속과 실행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저항과 투쟁에는 나이가 없다. 평화는,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와주는 것이 아니다. 개인과 공동체의 모든 일상에 존재하는 부조리와 폭력을 인식하고, 침묵하지 않고,  저항할 때 얻어지고 지켜지는 것이 평화이다. 진짜 평화는 우리 중 어느 누구에게도 아직, 오지 않았다.

킹스베이 해군기지로 들어가서 '핵무기는 불법, 비도덕적' 문구를 새긴 피켓을 펼쳤다.

킹스베이 해군기지로 들어가서 ‘핵무기는 불법, 비도덕적’ 문구를 새긴 피켓을 펼쳤다.

킹스 베이 플라우쉐어 활동가 성명서

우리는 위대한 선지자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슬픈 순교 기념일에 평화의 뜻을 가지고 이곳에 왔다.

50년 전 오늘인 1968년 4월 4일은 킹 목사가 테네시 주 멤피스에서 “인종주의, 극단적인 물질주의, 군사주의라는 거대한 세 쌍둥이”에 맞선 노력에 대한 반발로 암살당한 날이다. 우리는 이사야 선지자의 “칼을 쳐서 보습으로”라는 부르심에 응답해,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핵무기인 트라이덴트 잠수함을 무장해제하기 위해 킹스 베이에 왔다.

우리는 미국과 전세계에서 유색인종의 삶을 억압하고 생명을 았아가고 있는 백인우월주의의 죄를 회개한다. 우리는 세계지배를 강제하기 위해 치명적 폭력을 차용하고 있는 군사주의에 저항한다. 우리는 빼앗긴 땅, 노동, 삶에 대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킹 목사는 “오늘날 세계에서 폭력을 확산시키는 데 가장 앞장 서고 있는 것은 바로 내 나라의 정부다.”라고 말했다. 이는 끝없는 테러와의 전쟁 속에 있는 오늘날도 여전하다. 미국은 영속적인 전쟁경제를 받아들였다. 일촉즉발의 경보로 작동되는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힘을 통한 평화”라는 것은 위험한 거짓말이다. 트라이덴트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단 한발의 무기만으로도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파괴될 수 있다. 핵무기는 채굴, 생산, 시험, 저장, (주로 선주민 땅에서 이뤄지는)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매일같이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이 무기체계는 지구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는 장전된 총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백인 카톨릭 신자로서 이 “세 쌍둥이”와 우리와의 공모관계에서 파생된 잔학한 범죄를 참회할 책임을 받아들인다. 올바른 관계의 회복은 그때서야 시작될 수 있다. 우리는 핵무기도, 인종주의도, 경제적 착취도 없는 세상을 추구한다. 우리는 우리의 교회에 폭력과 전쟁과의 공모관계를 끝내기를 간구한다. 평화를 소망하며 기도하는 동시에 전쟁무기를 축복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눈감아줄 수는 없다.

프란시스 교황께서는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는 것이 하느님의 창조물을 파괴로부터 지킬 유일한 방법이라 말씀하셨다. 프란시스 교황께서는 우리 교회의 가르침을 분명히 하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이를 사용하겠다는 위협뿐 아니라 보유 그 자체도 강하게 비난받아 마땅하다. 대량살상무기, 특히 핵무기는 안전함에 대한 허상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창조하지 못한다.이로써는 인류 가족 간의 평화적 공존의 기초를 세울 수 없다. 이는 연대의 윤리에 영감을 받아야 한다.”

핵무기는 법의 지배의 근간을 뒤흔들며, 백인우월주의를 강화하고, 끝없는 전쟁과 환경 파괴를 영속화하며, 반인도범죄 일체에 대한 불처벌을 보장하는 것이다. 킹 목사는 “인종주의의 결국은 대량학살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우리는 “트라이던트의 결국은 인류의 절멸이다.”라고 외친다.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계는 우리의 기도에 행함을 더할 때 가능할 것이다. 칼을 쳐서 보습으로 만들라!

엘리자베스 맥알리스터, 마크 콜빌, 클래어 그래디, 마타 헤네시, 스티븐 켈리 S.J., 패트릭 오닐, 카르멘 트로타

(번역: 박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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