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4일 제주에서 세 명의 여성 평화활동가가 병역거부 선언을 했다. 최성희, 엄문희, 에밀리 세 명의 활동가들은 제주 강정마을에 거주하며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 운동, 제2공항 건설 반대 운동 등 다양한 사회운동을 펼쳐왔다.

최초의 병역거부자들은 종교인들이었다. 예수의 길을 따르고자 로마군 입대를 거부하고 순교한 막시밀리아누스처럼 그들은 개인적이고 종교적인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했다. 병역거부가 전쟁을 막기 위한 직접행동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였다. 그후로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 전쟁 당시 무하마드 알리처럼 입영 자체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혹은 군대에서 탈영하는 방식으로, 혹은 전쟁터에서 일어난 전쟁범죄를 고발하거나 국가의 거짓말을 폭로하면서 부당한 전쟁을 멈추기 위한 직접행동으로 병역거부를 실천했다.

여성의 병역거부 선언은 이처럼 다양한 의미로 확장되는 병역거부 운동의 흐름 속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품고 등장했다. 여성들의 병역거부 선언은 병역거부를 입영 영장의 테두리 밖에서 실천하면서 군대와 군사주의에 대해 더 예리하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고, 군사주의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새롭게 만들어 주었다. 군사주의가 단순히 군대의 존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군사주의는 무수히 많은 방법으로 일상 생활에 스며들고 우리 삶을 변형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군사화되었고, 따라서 우리 모두는 병역거부자가 될 수 있다.

오늘 최성희, 엄문희, 에밀리 세 여성 평화활동가들의 병역거부 선언은 이처럼 병역거부 운동 역사의 한 장면이며, 이미 세계의 많은 여성들이 군사주의와 가부장제의 공모를 꿰뚫어보며 이에 저항하는 방식을 함께 공유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사건이다.

최성희, 엄문희, 에밀리 세 여성 평화활동가들의 병역거부 선언을 적극 지지한다.

 

2019년 5월 15일 전쟁없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