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부천 녹색당, 병역거부자)

 

 

작년 평화캠프에 대한 안내를 받았을 때 ‘활동가를 위한 2018 평화캠프’라는 제목의 무게에 눌려서 신청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전쟁없는세상의 활동회원들과 만나면서 간간이 이런 얘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으신 분’도 추천한다고 하기에 용기를 내어 참가 신청을 했다. (물론 비폭력행동을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기획하는 트레이닝이라고 해서 또 쫄기는 했다. ㅎㅎ)

병역거부를 하고 전쟁없는세상에서 주최하는 행사에는 1년에 서너 번 정도 참가한다. 5월 15일 병역거부자의 날과 12월 1일 평화수감자의 날, 그리고 간간이 이용석 활동가가 참가를 명령하면 휴가를 내고 참가를 했다. 평화운동가가 아닌 직장 생활인으로서는 적극적인 참여라고 할 수 있지만, 다 준비된 행사에 몸만 가는 것이라 내가 ‘활동가’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지금 회사에 다닌 지도 4년이 넘어가서 안정감을 찾다 보니 관심사가 다른 곳으로 뻗쳐서 요즘에는 경기도 부천에서 녹색당 지역 모임을 꾸려가려고 노력 중이다. 원래 나의 목적은 지금까지 해왔듯이 이미 활발히 운영되는 부천녹색당에 몸만 담근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랐고, 지금은 내가 운영위원을 맡아서 당원들에게 모여보자고 외치고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여러 문제로 고민을 하던 중에 평화캠프에 대한 안내를 발견했고, 나는 그곳에서 무언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소극적이고 자신감 없는 나 같은 사람도 참여할 마음을 갖도록 안내했다는 점에서 2019 평화캠프는 홍보부터 성공적이라고 개인적인 평가를 한다. ㅎㅎ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돼보겠다며 1년간 컴퓨터학원에서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고, 5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의 영혼은 성과주의로 잠식당해 갔다. 직장에서도 부천녹색당에서도 능력이 부족한 나를 자책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불만을 품었다. 평화캠프는 무엇보다도 그런 나에게 편안함을 주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동료들과 만나고 아이디어를 나누고 전략과 전술을 배우고 계획해보는 모든 과정에서 자유로움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다른 곳에서라면 발표가 진행되는 과정에 참여자가 누워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용납할 수 있을까? 평화캠프에서는 참여자에 대한 신뢰가 있다. 앉아서 이야기를 듣든 누워서 듣든, 물구나무를 서서 듣든 각자의 참여 스타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창의적인 행동이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뢰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롭고 편안하게 참여하는 평화캠프 참가자들

평화캠프에서 나는 두 가지의 소득을 얻었다. 한 가지는 캠페인 클리닉을 받았는데, 부천녹색당에서 여성당원모임을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지 캠프 참여자들에게 물었다. 사실 내가 한 질문이 포괄적이고 명확하지 못했기 때문에 답변하기가 어려웠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제안을 받았다. 대체로 지역모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년여성의 활동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여성당원모임을 활성화하겠다는 생각에 확신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부천녹색당의 환경에서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힌트를 많이 얻었다.

두 번째 소득은 평화캠프에서 연습했던 창의적 행동 기획을 바로 다른 곳에서 써 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평화캠프에서 엄청난 것들을 배운다는 소문이 경기녹색당에까지 퍼졌는지, 9월 21일 있을 ‘기후위기 비상행동’에서 좀 더 창의적인 행동을 해볼 수 있도록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나 혼자서는 당연히 안 되고 다행히 평화캠프에서 몇 개의 꼭지를 진행했던 뭉치와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덜컥 수락했다.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아서 여전히 소심하고 성과에 대한 욕심을 쉽게 버리지 못하지만, 인생은 길고 할 일은 많으니 즐기면서 하리라. 평화캠프에서 느끼고 배운 것들을 살아가면서 계속 연습하고 써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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