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홍(아수나로 활동가)
지난 8월, 3박 4일동안 진행된 평화캠프에 참여했다. 사실 평화캠프가 뭔지, ‘전쟁없는세상’이 어떤 단체인지도 잘 모르는 체로 함께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간다고 하기에 따라 신청했다.
첫째 날, 참여자들이 모여 캠프 규칙을 정했다.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의견들이 나왔고 캠프 중에 육식을 전시하는, 비인간동물 착취적인 말이나 행동은 피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꽤 오랜 시간동안 식사 메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동물권에 대해 얘기했다. 그 과정에서 채식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식단에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던 우유가 포함된다는 것을 알았고 조금 허탈했다. 내가 생각하는 ‘채식’과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채식’은 다른 것일까?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인권 활동 안의 비인간동물권 인식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대추리 마을 투어가 진행됐다. 사실 나는 굉장히 게을러서 밖으로 나가 마을 투어를 한다고 했을 때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마을 투어에 참여하지 않고 쉬었다면 정말 큰 후회를 할 뻔했다. 나는 이번 평화캠프를 통해 대추리 마을을 처음 알았고 미군기지를 세우기 위해 대추리 마을에 벌어졌던 일들 또한 처음 알게 되었다. 평소에 어디를 가든 그 장소가 어떤 곳인지,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알기 위해 노력했던 적이 거의 없어서 대추리 마을에 대해 알게 되는 시간이 무척 신기하고 소중했다. 경기도 수원 공군기지 근처에 위치한 부모의 집에서 항상 비행기 소음이 엄청났는데, 평화캠프를 다녀오니 그 비행기 소리가 새롭게 들리기 시작했다.
둘째날 저녁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서울에서 열리는 ADEX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사실 뉴스에서 비행기들이 빠르게 날면서 멋진 쇼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얼핏 봤던 거 같다. 하지만 그게 ADEX인지도 몰랐고, 전 세계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서 무기 거래를 하는지도 처음 알았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대체 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 이렇게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전혀 몰랐던 걸까? 마치 도살장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그리고 평화캠프에서 창의력 프로그램을 통해 ‘파티 기획하기’라는 시간을 가졌는데, 예산이 무척 많다는 전제 하에 파티를 기획해보고 예산이 엄청 많이 줄었다는 소식과 함께 기획안을 수정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만약 처음부터 얼마 안 되는 예산으로 파티를 기획했다면 기획하는 재미도 없을 뿐더러 다양한 기획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적은 예산에 맞게 수정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에 한정되지 않고 자유롭게 기획을 했더니 엄청 창의적이고 재밌어 보이는 파티가 완성됐다. 지금까지 청소년 인권 활동을 하면서 만들었던 많은 모임과 집회, 기자회견들이 떠오르면서 그 때 이런 방식으로 했더라면 좀 창의적인 행동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파티 기획하기뿐만 아니라 ‘역할극’,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기’ 등등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평소엔 할 수 없을 거 같은 경험이 되었다. 평소에 쉽게 만날 수 없는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과 방법을 모색하고,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의 고민을 듣고 나누는 시간이 사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이디어 분수’ 시간에서 함께 동물권 액션을 기획하고 여러 방안을 찾았던 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거 같다. 그 때 나누었던 정말 많은 아이디어들은 꼭 간직하고 언젠가 모두 이뤄내고 싶다.
3박 4일이라는 시간동안 어쩌면 이 캠프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다. 막상 끝나고 나니 왜 그때 더 즐겁게 보내지 못했을까, 왜 그때 더 적극적이지 못했을까 후회도 했다. 하지만 함께 캠프를 보낸 사람들 덕분에 그 시간들이 오직 후회만으로 남지는 않는 거 같다. 캠프 참여자들 각자의 활동에서 다시 만나기도 하고, 언젠가 또 다시 캠프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새롭고 창의적인 3박 4일을 선물해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 마지막 한마디 간식으로 먹었던 비건 빙수의 맛이 아직도 생생하다. 감자전도! 콩나물찜도! 아, 떡볶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