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앤드류 미써번 (Andrew Metheven,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활동가)

번역: 쭈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전쟁없는세상 주: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War Resisters’ International)이 지난 2019년 5월에 발행한 글을 한국어로 옮깁니다.

왜 기후변화 행동을 위해 군사주의에 대한 행동이 요구되는가?

지난 수 개월간 영국의 풀뿌리 운동은 기후 변화 문제를 언론에 알려왔다. 멸종저항운동은 특히 영국에서부터 전 세계로 확산됐으며,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그레타 툰베리 (Greta Thunberg)가 주도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chool strike for climate)을 계기로 학교를 벗어나 기후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요구했다.

그러나 멸종저항과 같은 그룹을 포함한 기후위기 대응 운동의 확산과 목표 달성은 전 세계적으로 더욱 군사화 되어가는 권력 구조를 해체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기후가 변화한 것과 마찬가지로 급진적이며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군사주의와 기후변화가 어떻게, 어떤 이유로 동전의 양면으로 존재하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둘 다 동일한 권력구조로 작동되고 유지되며 우리 삶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군사주의란?

군사주의는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의 주요 원인이다. 군사화된 사회에서는 세계를 수많은 위협이 존재하는 ‘위험한 곳’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폭력이나 폭력의 위협을 정상적이며 합리적인 것으로 여길 뿐만 아니라 가장 선호하는 대응으로 간주한다. 한 사회는 엄격한 서열과 규율, 극단적 폭력의 정상화, 엄격한 이분법적 젠더 규범 등 군사주의적 가치와 우선순위들을 채택하면서 군사화된다. 군사주의는 갈등에 대응하는 방식, 어린이와 젊은 세대를 위한 교육, 소비, 성별에 대한 이해, 관계 형성, 위협에 대한 인식 등 실제로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군사주의가 우리 사회의 모든 틀과 구조에 깊숙이 침투해있으며, 개인적 수준에서 국제적 수준에 이르기 까지 모든 층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군사주의는 또한 자본주의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뒤에 좀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국가는 종종 지속적인 착취와 채굴 산업을 위해 군사적 수단을 이용한다.

왜 기후변화와 군사주의를 연결지어 이야기해야 하는가. 둘을 함께 다루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복잡한 문제일까? 만일 우리가 목격하는 전쟁이 빙산의 일각이라면, 수면 아래 존재하는 것이 군사주의이다. 이 “빙산” 이론은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수면 위로 보이는 것이 극한의 날씨라면, 수면 아래에는 기후변화의 구조적(자본주의), 문화적 요인이 (그리고 우리의 대응 부족이) 숨겨져 있다. 자유 시장주의, 신자유주의, 식민주의, 탐욕, 무관심, 무지, 빈곤, 인종차별, 착취 등 이 모두는 다양한 방식으로 군사주의에 의해 지속된다.

기후변화는 실존적인 위협을 가하하고 있고, 전 세계는 이미 극단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날씨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멸종저항(XR, Extinction Rebellion)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보다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일례로, 영국의 멸종저항은 정부에 2025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화하도록 요구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착취와 탄소 중심의 산업에서 벗어나는 급진적인 사회 변혁을 필요로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의 핵심은 군사화된 우리 삶에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시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 사회가 군사화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기후 정의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여기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이유 1. 급진적인 변화에 대한 요구는 군사적 대응에 직면한다

무장한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군사주의는 단지 기후변화의 핵심 동인이 아니다. 우리는 활동가들의 행동과 요구가 커질수록 더 큰 군사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2016년 말에서 2017년 초 스탠딩록(Standing Rock) 시위대가 다코타(Dakota) 대형송유관 건설을 반대하며 공사 현장을 막았을 때, 경찰의 최루탄, 후추 스프레이, 자동 무기, 개, 장갑차, 대규모 체포 등을 동원하며 매우 폭력적으로 대응했다. 국제앰네스티는 경찰을 “싸움터에 더 어울릴법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묘사했다.

이처럼 변화에의 요구와 저항에 대한 군사적 대응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수많은 경찰들은 종종 최루탄이나 소위 ‘비살상’ 무기를 선호한다. 기후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아랍의 봄” 기간에 목격된 강경 진압은 체제 변화 요구에 직면했을 때 국가가 어떻게, 얼마나 기꺼이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폴 로저스(Paul Rogers)교수는 “리디즘(Liddism)”이라는 개념을 통해 국가와 엘리트 집단이 현상 유지를 위해 폭력이나 여러 수단을 택하면서 어떻게 ”사태를 덮어버리려 하는지“를 설명한다. 전 세계의 군사화된 경찰들이 사용하는 최루가스 등 ‘비살상’ 무기들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있다. (최루 가스와 기타 무기에 대한 소개는  아나 페이젠바움 _Anna Feigenbaum의 책 “Tear Gas”가 다루고 있다)

군사주의와 기후변화는 인종차별과 식민주의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미니에 라흐만(Minnie Rahman)은 멸종저항에 대한  비평글을 통해 무기 회사들이 기후변화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인식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국경 지대는 점점 더 군사화 되어가고 이를 유지하려는 국가, 기업, 국가의 군대를 돕는 준 군사집단으로 인해 선주민 공동체 구성원들은 일상적인 위협에 시달리며 살해당하고 있다.

이 모든 군사적 대응의 핵심 동인은 군사 산업이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방식에 있다. 군사 사회에서는 기후변화를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고, 군사 계획에 관여하는 많은 사람들은 미래 갈등 요인 분석에 있어서 기후변화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2003년 이전까지 미군은 기후변화를 “위협의 승수‘로 묘사했고, 이는 그들이 기후변화가 다른 위협의 영향을 증가시킬 거라고 믿고 있음을 의미한다.

군대의 시각을 통해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 기후변화를 문제로 인식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해결책이 공평하거나 정당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닉 벅스톤(Nick Buston)이 묘사한 바와 같이, “기후변화를 안보 문제로 규정하는 것은 ···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응 방식에 있어 중요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군사화되고 있는 국경 지역의 모습이다. 전 세계의 부유한 국가들은 기후변화가 발생시키는 이주를 제한할 방법을 찾고 있으며, 무기 회사들은 해당 지역을 발 빠르게 군사화하여 이익을 얻는다. 이러한 군사적 해결책이 악화되도록 방치한다면, 기후변화의 큰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 구성원은 억압 체제 속에서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사람들로 여겨지기보다, 계속해서 반격해야 할 위협으로 취급될 것이다.

식량 불안, 대규모 이주, 자원 경쟁, 고용 기회 상실을 비롯한 여러 압력들이 증가함에 따라 군사적 대응은 기후 정의를 위한 가능성을 제한할 것이다. 우리가 군사적 대응을 발생시키는 군사적 내러티브를 약화시켜야 하는 이유다.

 

이유 2. 군사주의는 기후변화처럼 실존적 위협을 드러낸다

지구종말 시계가 자정을 향하고 있다.

군사주의와 기후변화가 연결되어있는 다른 이유는 인류와 지구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있다. 군사주의와 기후변화는 둘 다 인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다. 원자과학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의 지구 종말 시계는 인류가 얼마나 자정에 가까워져있는지를(혹은 우리가 만들어낸 위험한 기술들이 얼마나 우리의 세계를 파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이 분석에 있어 기후변화와 핵무기는 모두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되고 있다.

핵무기는 인류에게 더욱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 긴장은 높아지고 수많은 핵무기 보유국들은 무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미국은 핵무기를 보다 “사용 가능”하게 만들고, 더 큰 핵무기로의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저강도 ‘전술’ 핵무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1987년 합의하여 발효된, 사정거리가 500~1,000km의 단거리 미사일(지대지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미사일 발사대)을 폐기하는 INF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중거리핵전력폐기조약)에서 손을 뗐다. 우리가 멸종을 막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때, 군사주의는 기후변화와 마찬가지로 인류와 자연에 대한 실존적인 위협이 된다.

 

이유 3. 군대는 탄소 배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어쩌면 기후변화와의 연결성을 고려해야 하는 가장 확실한 이유는, 군대가 탄소 배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단순하고 명확한 사실 때문일 것이다. 미군은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국이지만, 1997년 열린 교토 회의(각주1)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책임에서 면제됐다. 이후 세계의 어느 군대도 탄소 배출량 감축 협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군대에는 원하는 만큼 계속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프리패스가 부여됐다.

군대는 막대한 온실 가스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문제 대응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수많은 재원과 인적 자원도 빼앗아 간다. 2017년 전 세계 군비 지출은 1조 7천억 달러였다. 2015년 영국의 국방비는 250억 파운드로 책정된 반면, 에너지 및 기후변화에 책정된 예산은 15억 파운드에 불과했다. 수많은 핵무기 보유국들은 시스템을 현대화하여 미래의 무기 지출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다. 논리는 간단하다. 이 막대한 돈은 물론이고 기술자,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그리고 전문가들의 모든 기술과 지식이 기후변화 퇴치에 더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전 세계의 지역들, 특히 이미 불안정한 기후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 있는 대부분의 국가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점점 더 군사적 해결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만일 우리가 기후 정의의 가치를 변화의 중심에 두고 근본적으로 변화된 세계를 원한다면, 급진적인 비무장화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위협이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와 경제의 불안정을 가져오는 한, 비무장된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로 변화된 세계와 급진적인 비무장화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각자의 도착점은 서로의 적극적인 응답에 의존한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이 정의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함을 알고 있다.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구조와 체계가 군사주의에 의해 지지되고 유지되는 한 이러한 해결은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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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1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비관세 장벽을 적용키로 한 최초의 국제 협약, 1997년 교토에서 개최된 지구 온난화 방지 교토 회의에서 채택되었으며 2005년 발효되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던 미국은 군대 활동의 경우에는 온실가스를 방출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요구해 포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