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 (인권운동사랑방, 공권력감시대응팀)
4월 3일 금요일, 전쟁없는세상 경찰무기 감시 캠페인팀 ‘감시자들’에서 세미나를 시작했습니다. 감시자들은 작년 한국의 경찰(치안)무기 수출을 감시하며 문제 제기하고, 대응에 관해 천천히 고민을 쌓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보다 구체적으로 긴밀히 대응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 문제에 함께 주목하자고 다른 이들에게 말 건네기 위해선 우리부터 공부를 선행해야겠다는 공감대를 확인했죠. 그래서 세미나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경찰폭력에 대응하고 집회시위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하는 ‘공권력감시대응팀’에서 감시자들에 함께하고 있는데요. 제가 활동하기 시작했을 땐 대부분의 경찰무기들이 (적어도 서울에서는) 자취를 거의 감췄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경찰 무기/장비를 구체적으로 공부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또 최근 AI 강국을 내세우는 현 정부에서 생활, 노동현장에 그치지 않고 치안에도 AI를 활용하려고 하리라 예상하며 관련한 고민이 필요하다 싶기도 했죠. 무기를 감시하려는 저희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듯, 어떤 자료를 읽을지 고르는 것부터 순탄치 않더라구요. 관련된 서적을 찾아보려고 했더니, 무기에 관한 연구가 국가기밀이어서인지 실제 연구 자체가 많이 없는지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읽을거리를 모아서 세미나가 시작됐습니다.
첫 모임의 읽을거리는 유엔 고문 특별보고관 보고서 「A/78/324: 법집행기관 및 기타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고문 및 기타 잔혹하고 비인도적이며 모욕적인 대우나 처벌을 가할 수 있는 무기, 장비 및 기기의 세계적 거래에 관한 주제별 연구」였습니다. 보고서는 수사 과정의 폭력, 시위 진압, 정치적 반대세력 탄압, 구금시설 내 폭력, 사형제도, 재생산 권리 침해 등 고문이 매우 넓은 형태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동시에 전기충격 장비, 구속 의자, 스파이크 무기, 최루탄, 물대포 등 국가/공권력이 사용하는 장비들을 금지 대상(A)과 규제 대상(B)로 나누어 국제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모임의 토론은 먼저 가장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했습니다. 왜 고문은 사라지지 않는가. 국제법과 국내법이 존재하고, 많은 국가들이 공식적으로는 고문을 금지한다고 말하는데도 현실에서는 반복되고 있으니까요. 여기에는 고문이 단지 강도만으로 따져져선 안된다는 문제의식이 함께 붙었습니다. 어쩌면 저희는 고문을 옛날옛적의 야만적인, 물리적 폭력으로만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면서요. 고문의 정의에서 중요한 건 안보와 질서라는 명분 속에서 묵인되고 정당화되는 폭력이라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기에 고문은 특정 개인(고문 행위자)의 일탈이라기보단 개인과 공권력 사이 권력의 비대칭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폭력이라고 봤습니다. 또 고문이 폐쇄된 공간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짚어봤습니다. 고문에 대한 대응은 대부분 사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텐데, 그렇다면 우리는 고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후 과정의 굴레를 끊는 문제제기를 해야하겠다는 생각도 나눴습니다.
이어 보고서가 제시한 “장비 규제”의 실효성도 중요한 논점이었습니다. 고문 장비의 생산과 거래를 막는다고 해서 고문 자체가 사라질까? 일상적인 물건이나 맨손으로도 폭력은 가능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저희는 국가가 고문을 보다 손쉽고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만드는 환경을 제거한다는 점에서 규제는 여전히 의미 있다고 보았습니다. 비록 완전한 해결책은 될 수 없을지라도, 고문을 가능케 하는 인프라를 약화시키는 조치라는 것이죠.
이는 ‘책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고문을 직접 수행한 경찰이나 군인, 이를 지시한 국가 권력, 장비를 개발·생산·판매한 기업. 그 중 기업은 무기가 권리를 탄압하는 데 쓰일 가능성에 대한 고려보다 시장 논리로 장비를 생산하고 공급 및 수출하는 데만 열중합니다. 국가는 이를 허가하거나 묵인하고, 현장 집행자는 실제 폭력을 수행하지요. 고문이 여러 주체가 복잡하게 연결된 산업적·제도적 구조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A급(금지) 품목과 B급(규제) 품목을 어떻게 나눌 수 있는가도 흥미로웠습니다. 어떤 장비는 그 자체로 고통 유발 외에 정당한 목적이 없다고 판단되지만, 어떤 장비는 통상적 치안 업무에도 쓰일 수 있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으로 분류됩니다. 자료에는 “정당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나 오용 위험 높음”이라 적혀있었는데, 과연 ‘정당한 기능’은 어디까지 용인되어야할지도 고민됐습니다. 집회와 시위에 있어서도 참가자들 혹은 비참가자 시민을 ‘보호’하겠다는 명분과 ‘통제’의 정당화는 동전처럼 붙어있던 게 떠올랐습니다. 또 현실에서는 ‘비치명적’이라는 이름의 장비가 더 쉽게, 더 자주 사용되며 오히려 폭력을 일상화하기도 합니다. 최루탄, 고무탄, 테이저건 등이 예시가 될 수 있겠지요. 위험한 것은 장비 자체만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명분과 사용 방식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 기술 변화 속에서 고문은 어떻게 변형될 수 있을까요? AI를 활용한 군중 스캔, 표적화, 개인 정보 분석을 통한 맞춤형 탄압, 감시 자동화 등이 새로운 형태의 위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해외에는 사례가 있기도 하죠. 앞서 이야기했듯 이제는 직접적인 신체 폭력만에 더불어 인간을 통제하고 길들이기 위한 기술 전반을 어떻게 볼 것인지 질문을 확장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고문은 과거 독재 시기의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치안·국경·감시 체제 속에서 계속 재생산되는 문제로 바라보게 했다는 점에서 이번 모임의 의미를 떠올려보게 됩니다. 결국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문을 금지한다는 ‘선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텝니다. 어떤 장비가 만들어지고, 어디로 수출되고, 누구에게 사용되는지까지 추적하고 통제할 때 비로소 금지의 원칙을 현실성을 가질 수 있겠습니다.

2024 국제치안산업대전에 전시된 ‘금지 품목’인 전기충격봉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성명] 평화활동가 두부의 완전 병역거부 선언을 지지한다 – 국회는 대체복무제 즉각 개선하라](https://withoutwar.org/www_wp/wp-content/uploads/2026/02/dubu-45x45.png)
![[보도자료] 군대도 대체복무도 거부합니다-평화활동가 두부(김민형)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https://withoutwar.org/www_wp/wp-content/uploads/2026/02/20260223_051_DSC_6683-45x45.jpg)
![[평화를 살다] 전쟁을 멈출 수 있냐는 네 물음에](https://withoutwar.org/www_wp/wp-content/uploads/2026/04/54591390037_5275d951ab_o-45x45.jpg)
![[평화를 읽다] “역사는 오늘 시작된다” – 존 다우어, <전쟁의 문화>를 읽고](https://withoutwar.org/www_wp/wp-content/uploads/2026/04/1111-45x4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