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 (평화활동가)

 

우리가 친구가 된 뒤로 군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었나? 돌이켜보면 군대는커녕 사회 이슈나 정치에 대한 이야기도 일부러 피했던 것 같아. 고등학교 때 친해진 우리는 각자 다른 대학에 가고, 나는 자꾸만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어져 생각이 엇나가던 때였으니까. 우린 싸우지 않기 위해 말을 아꼈었지.

나는 너와 멀어진 뒤에 페미니즘에 대해 알게 됐고, 평화운동을 하는 활동가와 병역거부자 선배·동료들을 알게 되었지만 솔직히 말해 병역거부에 대해서 크게 관심 두지 못했어. 변명하지 않을게, 활동가가 된 후에도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에 대한 내용 알기를 게을리했었던 게 사실이야.

시간이 흘러 나도 3년 차 활동가가 됐지만, 여전히 병역거부에 대해 모르는 건 마찬가지. 그 가운데 마주하게 된 게 두부 님의 완전거부 선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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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없는세상

평화의 길을 내는 외침

난 사실 두부 님과 친분이 깊지는 않아. 재작년에 전없세가 주관하는 평화캠프에서 처음 인사했고, 서로 지인이 겹쳐 신기해했고, 후에 그가 한베평화재단에서 활동하게 됐다길래 ‘잘됐다!’ 생각한 정도. 활동하며 종종 마주쳤지만 진득하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한 적은 드물었거든.

되려 두부 님이 완전거부 선언을 준비하며, 그의 곁에 서고자 하는 활동가 동료들을 지켜보며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어.(왜, 내적 친밀감이라는 말도 있잖아?) 병역거부를 선택하기까지, 그리고 현행 대체복무제를 비판하며 완전 거부를 선언하기까지 과정에 대해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어. 그래서 가장 떨릴 것 같은, 두부 님이 완전 거부를 선언하는 날 국회 앞으로 갔어.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은 많겠지만 함께 자리할 때 받는 에너지가 분명 있을 테니까.

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비롯해 (지난 2월 당시에는) 이란의 독재에 반하는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탄압으로 쓰러져 갈 때. 한국 정부의 베트남 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로 인해 희생된 이들과 생존자를 만나는 평화활동가 두부의 ‘전쟁을 거부한다’는 외침이 호소력있게 와닿았어. 이 목소리가 모이고, 많아져 더 크게 울린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에 대한 뉴스가 매일 들려와. 호르무즈 해협이 뉴스에 언급되는 만큼 많은 이들이 호르무즈 섬에 대해 알게 되면 좋겠어. 산업과 경제적인 측면 외에 붉은 모래와 독특한 모양의 지층이 있는 자연이 아름다운 섬이라는 걸. 해협 봉쇄로 상승한 유가와 비닐 원재료에 대한 소식만큼 전쟁으로 희생되고 파괴된 이들에 대해서도 조명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

 

전쟁을 거부하는 행동으로 ‘말 걸기’

왜 이 얘기를 너한테 하냐고? 너라면 전하지 않는 편지를 쓰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했겠지. 그치만 난 활동하며 답답할 때 머릿속으로 너에게 설명하고, 너와 대화하며 내 입장을 설득하는 상상을 종종 해왔어. 낯선 시민들에게 말 거는 일이 꼭 멀어진 친구와 대화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

두부 님의 완전 거부가 세상에 말 거는 행위가 되기를 바라. 전 세계가 ‘전장’이 되어 가고 시민들이 학살되는 현장이 우리가 살아갈 세상인지, 이대로 괜찮은지 되묻기. 벌어지는 전쟁을 멈출 수 있냐는 물음에 대한 응답.

전쟁을 거부하며 병역을 이행하지 않는 것. 시민운동의 성과로 이뤄냈지만 반인권적인 대체복무제 마저 ‘완전 거부’하는 일이 현재 전 세계에 발발한 전쟁과 폭력을 멈출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저항이라고 생각하니까.

종종 세상을 시민의 힘으로 바꾼다는 구호가 수식어로만 느껴지고 무력감이 커질 때, 그때마다 두부 님의 외침을 생각하려고 해.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자신의 평화에 대해, 병역거부를 선언하기까지 이야기를 전할 그의 의지를 떠올려.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에서 피스마크가 그려진 현수막을 들고 ‘평화의 길’을 만들던 사람들을 기억해. 두부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모인 이들을 생각하면 나도 손에 힘이 꽉 들어간다. 기분이 전이되고, 연대가 이어지는 것처럼 말이야.

전쟁을 기획하고 폭력을 재생산하는 군대에 가지 않겠다고,

이런 군대에 더이상 머물 수 없다고 선언하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면.

평화를 원하기에 무기를 들지 않겠다고, 징벌적인 대체복무마저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세상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고 믿어.

경찰 조사를 앞둔 두부 님에게 응원과 연대의 메세지 먼저 남기려고. 작지만 깊은 움직임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아니까.

“두부 님의 행동에 연대와 지지를 표합니다. 동료 활동가로서, 시민으로서 전쟁을 멈추는 한 걸음에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2026년 4월,
이제 연락하지 않는 옛 단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