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년 이상 실형이 확정된 수형자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놨다. 6월 24일 헌법재판소는 “선거권 박탈은 범죄자에 대해 가해지는 형사적 제재의 연장으로서 범죄에 대한 응보적 기능도 가진다”는 선례(2022헌마355등 결정)를 변경할 만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재판관 5(합헌)대4(위헌) 의견으로 이같이 판단했다. 우리는 보통선거권을 보장하는 국제인권법의 취지조차 무시한 헌법재판소를 규탄한다.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사람”의 선거권을 박탈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경우는 실형 1년 이상을 선고 받고 교정시설에 수용된 수형자와 가석방자이다. 1년 이상의 징역형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로 지난 2025년 6월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권을 박탈당한 수형자 10인은 같은 해 9월 헌법재판소에 이번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이번 결정이 유지한 선례에서 헌법재판소는 선거권 박탈이 “수형자 자신을 포함하여 일반 국민으로 하여금 시민으로서의 책임성을 함양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 의식을 제고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통선거 제도는 사회적 신분·인종·성별·종교·교육 등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일정한 연령에 달한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선거권 제한의 입법목적으로 범죄 예방과 준법의식의 함양을 거론하지만, 선거권 박탈이 마치 범죄 억지력이 있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징역형과 같은 형벌을 받을 것을 두려워하여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는 있더라도 징역형에 덧붙여 그 집행 기간 동안 선거권이 제한된다는 점을 고려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형자를 재사회화하고 사회에 복귀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권을 부여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동질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형사책임을 지는 것과 시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위헌 의견을 낸 김상환·김복형·정계선·마은혁 재판관의 “공동체의 구성원 중에서 통치 조직의 구성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구성원과 바람직하지 아니한 구성원을 나눌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정치적 영역에서의 평등과 보통선거의 원칙에 배치된다”는 반대의견에 우리는 주목한다.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은 입법목적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는 재판관 4인의 지적에 나머지 재판관들은 침묵했다.

 

빈민, 흑인, 여성들의 참정권 투쟁으로 일구어 진 보통선거의 원칙은 선거권자의 재산, 성별, 사회적 지위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당연히 선거권을 가진다는 원칙이다. 수형자도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한 시민으로서 주권자로서 기본권의 주체로 대우받아야 한다. 수형자도 형벌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자유박탈 이외에는 이른바 ‘일반인’과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 단지 1년 이상의 실형 선고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이라면 누구나 향유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권의 행사를 부정당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 오히려 선거권 박탈은 수형자·가석방자를 ‘사회구성원인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들을 배제함으로써 사회적 낙인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선거권 박탈은 이른바 ‘범죄자’를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낡은 시대의 유물일 뿐이다.

 

이번 결정은 수형자의 선거권을 보장하는 세계적인 추세를 외면한 것이다. 외국의 경우 과거에는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을 ‘시민법상 사망한 자’(civil death)로 간주하고 재판청구권, 계약권, 연금수혜권, 혼인할 권리 등과 함께 선거권을 박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권 박탈의 범위는 점점 축소되었고 현재는 수형자도 선거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캐나다 최고재판소는 1992년 모든 수감자에 대해 선거권을 박탈하는 법 규정을 만장일치로 위헌이라고 선언한데 이어, 징역 2년 이상의 수감자에 대해서만 선거권을 제한한 개정 법률에 대해서도 2002년 거듭 위헌 결정을 함으로써 모든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 외에도 스웨덴, 스위스, 슬로베니아, 아일랜드, 체코, 핀란드 등은 수형자의 선거권을 전혀 제한하지 않는다(2022헌마355등 결정).

 

애초 선거권 박탈 여부에 관해 국회가 선택한 ‘실형 1년’이라는 기준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일부 수형자의 선거권은 어떻게든 제한해야 한다는 비합리적인 편견에 근거한 것으로 순전히 입법 편의적 사고의 산물이다. 법무부 교정본부가 발간한 『2025 교정통계연보』의 2024년 <수형자 형명·형기별 현황>에 따르면, 선거권이 보장되는 실형 1년 미만 수형자는 5,414명으로 전체 수형자 40,954명의 13.2%에 불과할 정도로 대다수 수형자가 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게다가 실형이 선고된 제1심 형사공판 사건 중 징역·금고 1년 이상 선고 비율은 △2017년 58.7%, △2018년 60.1%, △2019년 62.7%, △2020년 69.4%로 꾸준히 늘어나다가 △2021년 71.3%로 70% 선을 돌파하였으며, △2022년 70.1%, △2023년 70.2%, △2024년 70.4%로 70%대를 유지하고 있는 등 전반적인 중형화 경향으로 인하여 과거와 비교해 선거권이 박탈되는 수형자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2022헌마355등 결정).

 

특히 이번 결정은 보통선거권을 보장하는 국제인권법의 취지조차 무시한 것이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병역법 위반)로 1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선거권을 박탈당한 김아무개씨 등 4명이 낸 개인진정(Individual Complaint) 사건에서 2025년 3월 유엔자유권위원회는 자유권규약 제25조가 보장하는 보통선거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한국 정부는 자유권규약 선택의정서 가입을 통해 개인진정에 대한 위원회의 심리 권한을 인정했고 규약상의 권리 침해에 대하여 구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으므로 개인진정에 따른 자유권위원회의 결정에 따를 국제법적 의무가 있다. 위원회는 수형자 선거권 제한 법률에 대한 검토 등 조치에 대한 정보를 180일 이내에 제출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으나, 정부는 개선 계획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거듭 합헌 결정을 내놓고 있지만, 위헌 의견을 내는 재판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7년에는 2016헌마292등 결정에서 재판관 1인(이진성)이, △2019년과 2023년에는 2017헌마442 결정과 2020헌마958등 결정에서 재판관 2인(이석태, 김기영)이, △2026년에는 2022헌마355등 결정과 이번 2025헌마1160 결정에서 재판관 4인(김상환, 김복형, 정계선, 마은혁)이 반대의견을 내는 등 위헌 의견을 내는 재판관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오늘의 소수의견이 내일의 다수의견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우리는 이번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공직선거법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26년 7월 2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전쟁없는세상, 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