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새연(완벽한 날들 책방지기)
고유의 뜰에서 진행되는 병역 거부 활동가 ‘두부’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던 날은 이스라엘 군에 나포되었던 한국인 2명이 풀려났다는 기사로 주위가 시끌하던 시기였다. 인천 공항에 도착한 김아현(해초) 활동가는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폭격 뿐 아니라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 그곳에 사람이 있기 때문에 중동 정세가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다시 항해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을 했다. 인터뷰를 본 많은 이들이 전쟁으로 인해 방문이 금지된 곳을 찾아갔던 활동가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과 날선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소식을 보고도, 전쟁의 끔찍함과 무자비함을 느끼면서도 우리는 왜 군대의 존재에 대한 의구심을 품지 못할까? 한글을 떼면서 국민의례를 줄줄 외우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 하는 나라. 국민으로서 국가에 충성을 다하고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나라. 전쟁의 결과물인 휴전선으로 인해 육로를 이용한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상상할 수 없는 나라인 한국에 살면서, ‘병역’과 ‘거부’라는 단어의 조합이 얼마나 뜬금없는지 곱씹어보며 이야기를 들으러 갔다.
오늘의 자리는 한베평화재단 활동가인 두부 님의 병역거부 이야기와 ‘전쟁없는세상’ 이용석 님의 병역 거부 현안에 대해 두루 듣는 자리였다. 휴전선 너머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북쪽 동네에서 나고 자란 두부 님의 병역거부를 하기까지의 과정과 병역을 거부할 경우 주어지는 대체복무제도의 부실함은 오해하기 쉬운 병역거부 운동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한베평화재단과 ‘전쟁없는세상’에서 전쟁에 반대하지만 당장 실천하지 못해 막막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일상에서 누구나 연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안내해 주셨다.

이날 행사는 강릉, 양양, 속초, 고성 등지에서 온 10여 명의 참여자들이 고유의뜰을 가득(!) 채웠다.
두 분의 이야기가 끝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흥미로웠던 순간이 있었다. 병역거부 운동의 나아갈 방향으로 모병제도를 언급하는 참석자가 있었다. 과거 여러 정치인들이 모병제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을 뿐 아니라, 군대를 보유한 여러 나라들 중 모병제도를 시행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모병제도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다. 하지만 마치 모병제도가 우리가 나아가야 할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가고 싶은 사람만 군대에 가는 것’이 과연 평등한 제도인지, 병역거부 운동이 넓은 의미에서 평화운동의 한 부분이며, 차곡차곡 쌓고 있는 한 걸음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에서 병역거부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잘 짚어 주셨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전쟁과 군대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옳은지 그른지를 미리 정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불합리한 제도로 다음 세대를 가두는 것이다. 두부 님을 비롯한 활동가들이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기성 세대가 만들어 놓은 틀과 공권력에 대한 저항이었으며,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용기 있는 시도였다. 기성 세대가 의심하지 못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만들어 놓은 유산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가능성을 막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된다.
대한민국에서 성장한 평범한 청년 남성이 병역이 아닌 평화를 선택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필요한 건 개인의 큰 용기나 미래를 희생하는 숭고함이 아닌, 자유로운 선택이 존중 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병역거부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고 당연한 세상,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세상을 꿈꿔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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