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악희(리셋터즈 베이시스트,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

 

나는 음악은 어떤 것이든 표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정치적 메세지가 강한 뮤지션을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다. . 이것은 나의 뮤지션으로서의 자아와 활동가로서의 자아가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한데, 음악에 메세지를 싣는 건 자유지만 동시에 자칫하면 메시지가 기존 운동에 누를 끼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 몇몇 예외적인 아티스트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이다.

매시브 어택은 위대한 뮤지션들이다. 트립 합(Trip Hop)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키고 완성시켰다. 브리스톨의 자메이칸 사운드 시스템(거대한 스피커를 트럭에 싣고 다니며 음악을 들려주는 DJ, MC, 사운드 엔지니어들의 크루)에서 시작한 이들은 태생적으로 반인종주의적이고 다문화적이며 진보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지난 4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공연에서 사회에 대한 메세지를 발산해왔고, 공연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화두라는 평가를 받곤 했다.

매시브 어택이라는 뮤지션(들)이 생소한 사람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을 덧붙이자면,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성장 배경인 브리스톨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브리스톨은 영국 내에서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지닌 도시로 통한다. 과거 대서양 무역의 중심지였고(게다가 노예 무역의 중심지였다는 어두운 과거도 있고), 남아시아와 캐리비안 이주민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생동감있는 도시다. 매시브 어택은 이런 배경을 통해 트립 합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힙합과 레게, 펑크, 정치적 의식 등 다양한 개념과 문화가 섞이면서 브리스톨은 그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를 생성해 냈다. 일설에 따르면 유명한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고향으로도 알려져 있다.

영국의 대중음악에서 사회 참여적인 메세지가 등장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수들의 정치적 발언을 반기지 않는 한국과 일본의 분위기와는 달리, 1960년대 히피의 시대에는 많은 뮤지션들이 베트남전쟁 반대를 외쳤고, 70년대의 펑크 뮤지션들은 Rock Against Racism 운동에 동참하여 극우 청년문화의 부상을 막았다. 매시브 어택도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기에, 이들은 영국 팝 음악계에서 가장 밀접하게 액티비즘과 결합되어 있는 뮤지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시브 어택의 멤버인 로버트 델 나자는 이라크전을 반대하며 동료 음악가 데이먼 알반(Damon Albarn. Blur의 보컬리스트)과 NME 잡지에 전쟁 반대 전면광고를 낸 바 있다. 그는 트라이던트 핵 프로그램에 반대하여 그린피스의 시위를 지지하기도 했고, 멸종반란 운동의 강력한 지지자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운동에 참여했다. 그래서 이들의 한국 공연에 어떤 상징과 연출이 등장할지 자못 궁금하기도 했다. 

처음 이들의 공연 후기를 접했을 때, 약간은 우려가 앞섰다. 케이팝(K-Pop)을 두고 저항의 아이콘처럼 평가한 것도 다소 사실과는 다르며, 광주 항쟁의 영상에 모자이크를 덧씌운 것도 참상을 지우는 효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참혹한 현실은 가감없이 내 보임으로써 고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우려는 전체 공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펜타포트 페스티벌에 가지 못한 탓에, 뒤늦게 공연에 관한 자료를 종합하여 복기해 본 결과, 이들의 메시지는 일관되었다.. “누가 전쟁을 조종하고 있는가? 누가 전쟁으로 돈을 벌고 있는가? 이 모든 것들이 누구의 욕심 때문인가? 우리는 지금 이것을 제어할 수 있는가? 제어할 수 없다면 누가 이것을 조작하고 있는가?”

매시브 어택과 오랫동안 함께 해 온 위대한 레게 보컬리스트 호레이스 앤디(Horace Andy)가 “Girl I Love You”를 부르는 동안, 뒷편의 화면에서는 전 세계에 빼곡히 들어있는 빅테크 군사기업 팔란티어의 AI 감시 시스템을 보여준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 팔란티어는 전 세계를 조망하며 국경을 넘어 인간을 감시하고 있다. 또한 팔란티어는 이스라엘 국방부와 협약을 맺고 가자지구 작전에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고 있다. 곡이 끝나자 화면에는 팔란티어의 창업자이자 이사인 피터 틸이 한 말이 표시되었다. “나는 더 이상 자유와 민주주의가 양립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보컬리스트 데보라 밀러(Deborah Miller)의 피처링으로 연주된 “Safe From Harm”에서는 화면 뒷편에 끊임없이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의 피해 통계를 보여주었다. 이 곡의 연출의 압권은 곡이 끝나갈 때 즈음 2025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 총액이 표시된 것이었다. 끝없이 올라가는 숫자는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군사비는 2조 8,870억 달러에서 멈추었다. 이윽고 화면 가득히 각종 방위산업체의 매출이 빼곡히 자막으로 표시되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전쟁으로 돈을 벌고 있음을 알려 주었다.

매시브 어택은 우리의 생각도 외부의 AI의 알고리즘으로부터 주입된 것일 수 있음을 거듭 주지시키며, 이 수많은 전쟁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민족의 생존이나 국가 보위와는 전혀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서 “Free Palestine(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을 외친 그들은 관객들에게 이러한 잔향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가?

 

*이미지 출처: 매시브 어택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https://www.instagram.com/massiveattack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