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신 각 언론사 정치부·사회부
발    신 전쟁없는세상, 한베평화재단
담    당 이용석(전쟁없는세상 활동가, 02-6401-0514), 권현우(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 02-2295-2016)
제    목 [보도자료] 병역거부자 처벌이 아니라 대체복무제를 개선해야 한다 – 병역거부자 두부(김민형)의 무죄 판결 촉구 기자회견
날    짜 2026. 9. 10. (총 14 쪽)
보도자료
병역거부자 처벌이 아니라 대체복무제를 개선해야 한다

-병역거부자 두부(김민형)의 무죄 판결 촉구 기자회견
일시 : 2026.9.10. (월) 오전 10시

장소 :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법원삼거리)

 

1. 병역거부자 두부(본명 김민형)의 첫 재판에 앞서 무죄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9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전쟁없는세상과 한베평화재단, 서울인권영화제, 피스모모를 비롯해 두부의 병역거부를 지지하는 시민들 20여 명이 참석했다. 

2. 두부는 현재의 대체복무제도가 헌법의 양심의 자유를 보호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자신이 대체복무제를 거부하는 이유를 밝혔다. “심사기구가 군사행정으로부터 충분히 분리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복무조건 역시 지나치게 무겁습니다. 36개월이라는 긴 복무기간, 교정시설로 한정된 복무영역, 예외 없이 이어지는 장기간의 합숙이 한꺼번에 부과됩니다. 저는 이러한 복무조건이 양심과 신념을 보장하기보다, 양심을 지키려는 사람에게 과도한 대가를 요구하는 징벌적인 제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자신의 양심을 지킬 수 있도록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요구하였다. 재판의 결과로 처벌을 받게 될 수 도 있지만 이 문제를 계속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3. 한베평화재단 구수정 상임이사는 한베평화재단에서 하는 일은 결국 하나의 질문을 마주하는 일이라며 “나는 전쟁과 폭력 앞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두부의 답이 병역거부라고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두부가 베트남의 피해생존자들 곁에서 평화를 배웠듯이, 우리도 두부의 곁에서 평화가 무엇인지 다시 배우겠”다고, “두부가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서 있는 동안, 우리도 두부의 곁을 지키겠”다고 이야기했다. 

4. 피스모모 문아영 대표는 얼마전 다녀온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 자율살상무기체계 정부전문가회의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더 짧은 시간동안 더 많은 표적을 타격하고, 누구보다 더 압도적인 폭력을 행사할 방법을 고안하는 세계. 더 빠르게, 더 강하게라는 목표만을 강요하는 세계” 에서 “두부의 병역거부 선언은 누가 양심적이고 누구는 비양심적인지를 나누는 선언이 아닙니다. 전쟁이 기본값이 된 세계를 반박하는 각각의 목소리들은 동질성으로 가득찬 세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좁은 문입니다.”이라고 이야기 했다. 

5. 오랫동안 병역거부 운동을 해온 국제 단체들과 해외 단체들 (War Resisters’ International, World without War, Aseistakieltäytyjäliitto (Union of Conscientious Objectors, 핀란드), Connection e.V., Conscientious Objection Watch(튀르키예), International Fellowship of Reconciliation (IFOR), International Peace Bureau (IPB), New Profile(이스라엘))은 공동 지지 성명을 발행해 김민형 활동가의 병역거부가 한국이 비준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18조가 보장하는 사상·양심·종교의 자유에 내재된 권리임을 확인했다. 또한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양심과 신념, 평화주의적 확신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을 국가가 처벌하거나 범죄화하거나 구금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던 것을 강조하며, 한국의 대체복무제는 국제인권기준에서 징벌적이며 이를 거부한 김민형의 병역거부는 “분명한 평화주의적 양심에 따른 선택”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6. 기자회견이 끝난 뒤 11시 1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317호에서 병역거부자 두부의 첫 공판이 열렸다. 첫 공판에서는 기소 사실을 확인하고 변론 기일을 확정했다. 다음 재판은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며 11월 12일 오후 3시에 서관 317호 법정에서 열린다.

 

 기자회견 프로그램  

    • 사회: 최정민(전쟁없는세상 활동가) 
    • 발언 순서

 

  • 당사자 발언: 두부(김민형) (한베평화재단 활동가) 

 

    • 한베평화재단 발언: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 
    • 연대발언1: 최건희 (병역거부자, 2026년 2월 대체복무 소집해제)
    • 연대발언2: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
    • 연대발언3: 국제인권평화단체 공동 연대 성명(대독: 아침 한베평화재단 활동가)

 

문의 및 기타 

 

첨부자료1 두부(김민형) 발언문   

 

안녕하세요. 병역거부자 두부, 김민형입니다.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제 정말 정해야 합니다. 언제 총과 칼을 놓을 것인지. 국가도, 개인도, 그리고 저 역시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2월 23일, 입영하지 않는 것으로 제 선택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입영을 거부한 일로 재판을 받습니다.

저는 사람을 죽이거나 전쟁을 준비하는 군사훈련에 참여할 수 없었기에 현역병 입대를 거부했습니다. 나아가 군사력을 평화를 지키는 기본 수단으로 삼는 국방부의 체계에 제 삶을 보태지 않기 위해 병역을 거부했습니다.

이러한 병역거부자에게 국가가 제시하는 대안이 대체복무입니다.

그러나 현행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병무청장 소속입니다. 심사위원의 약 40퍼센트는 국방부와 병무청의 추천을 받은 인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의 양심을, 그 병역을 관리하는 기관에 속한 위원회가 심사하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 구조에서 병력을 확보하고 관리해야 하는 병무청의 역할과,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역할 사이에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심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특정 위원이 실제로 편파적인 판단을 했다고 단정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문제 삼는 것은 개인의 공정성이 아니라 제도의 구조입니다. 독립성은 개별 위원의 양심에만 맡겨질 것이 아니라, 조직과 권한의 분리를 통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19년에 심사의 공정성·객관성·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심사기구를 국방부와 병무청으로부터 분리하여 설치할 것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저에게 이러한 대체복무를 받아들이는 것은 제가 거부했던 군사주의의 권위를 다시 받아들이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병역을 거부했지만 그 대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군사행정의 영향력과 마주하며 제 양심을 인정받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체복무제는 2018년 헌법재판소가 병역거부자의 양심과 신념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의 필요성을 확인하면서 도입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복무제는 단순히 제도의 외형을 갖추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병역거부자의 양심과 신념을 실제로 보장할 수 있는 제도여야 합니다.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또 다른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는 그 취지에 충분히 부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사기구가 군사행정으로부터 충분히 분리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복무조건 역시 지나치게 무겁습니다. 36개월이라는 긴 복무기간, 교정시설로 한정된 복무영역, 예외 없이 이어지는 장기간의 합숙이 한꺼번에 부과됩니다. 저는 이러한 복무조건이 양심과 신념을 보장하기보다, 양심을 지키려는 사람에게 과도한 대가를 요구하는 징벌적인 제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제 양심을 지킬 권리의 보장과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며, 지금의 대체복무까지 거부합니다.

국방부와 병무청으로부터 독립된 대체복무를 요구합니다. 과도한 복무기간과 획일적인 합숙을 개선하고, 돌봄과 보건, 재난 대응을 비롯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복무의 길을 열어 달라고 요구합니다.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의심하고 벌하는 제도가 아니라, 그 양심을 존중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제도를 요구합니다.

저는 결국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어떻든 이 문제를 계속 이야기할 것입니다.

미래에 법은 결국 바뀌고, 대체복무제도는 개선될 것입니다. 그리고 적대적인 힘의 논리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의 논리가 더 강해지는 사회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 시대의 대체복무제도는 지금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것보다 더 발전된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결국 그런 사회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유죄입니까. 무죄입니까.

지금의 법이 저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미래의 사회는, 그리고 미래의 저는, 오늘의 저에게 “너는 죄인이 아니다”라고 말해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는 그 말을 미래에만 맡겨두지 않겠습니다.
지금, 제가 저에게 말하겠습니다.

저는 죄인이 아닙니다.
저는 제 양심에 따라 평화를 선택했습니다.
앞으로도 이 선택을 죄라고 부르지 않겠습니다.

저는 후회 없는 미래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병역거부는 제가 제 양심을 지키면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입니다.

재판부가 부디 제가 왜 이 선택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주시고, 지혜로운 판단을 내려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첨부자료2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 발언문

안녕하세요. 한베평화재단 구수정입니다.  오늘 저는 병역거부자 김민형의 첫 재판을 앞두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재단에서 우리는 김민형 활동가를 ‘두부’라고 부릅니다. 두부는 한베평화재단에서 일하며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피해생존자와 유가족들을 만나왔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가 훌쩍 지났는데도 몸에 총탄과 파편을 지닌 채 살아가는 사람들, 하루아침에 부모와 형제와 아이를 잃고 평생 그날의 기억을 안고 살아온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우리가 재단에서 하는 일은 결국 하나의 질문과 마주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전쟁과 폭력 앞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두부는 그 질문 앞에서 자신의 답을 찾았습니다.

그는 군사훈련을 거부했고, 현재의 대체복무제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교정시설에서 36개월 동안 합숙해야 하는 대체복무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또 다른 징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두부는 병역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에 따르는 책임까지 거부하지는 않았습니다. 더 쉬운 길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택했고, 그 선택이 가져올 불이익도 감당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피고인이 되어 법정 앞에 섰습니다. 저는 불과 몇 달 전, 이 선택으로 인해 두부가 일터마저 잃을 뻔했던 시간을 기억합니다. 병무청은 한베평화재단에 두 차례 공문을 보내 두부를 해직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우리는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활동가가 자신의 평화주의적 신념을 실천했다는 이유로 일터에서 쫓겨난다면, 한베평화재단이 그를 해고한다면, 우리가 말해온 평화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래서 우리는 두부와 계속 함께 일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국가가 요구하는 폭력 앞에서 질문하기를 멈추고, “어쩔 수 없다”는 말에 익숙해지는 순간들이 쌓여

전쟁은 가능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를 지키는 사회에는 때로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그 한 사람의 거부가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정말 당연한가. 평화를 말하면서 평화를 선택한 사람에게 너무 가혹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오늘 법정에 서는 사람은 김민형 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오늘 법정이 묻고 있는 것은 한 청년의 양심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양심을 받아들일 만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넓어졌는지, 평화를 선택하는 서로 다른 방식들을 우리가 품을 수 있는지, 오늘 우리 사회도 함께 질문받고 있습니다.

두부.
두부가 선택한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앞으로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도 우리는 모릅니다.
그래도 두부가 혼자 법정으로 걸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오늘 꼭 해주고 싶습니다.
두부가 베트남의 피해생존자들 곁에서 평화를 배웠듯이,
우리도 두부의 곁에서 평화가 무엇인지 다시 배우겠습니다.
그리고 두부가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서 있는 동안,
우리도 두부의 곁을 지키겠습니다.

김민형 활동가의 무죄를 촉구합니다.

누구도 자신의 양심 때문에 감옥과 일자리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지 않는 사회,

평화를 선택한 사람을 벌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첨부자료3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 발언문

 

안녕하세요. 피스모모 대표 문아영입니다.

저는 동료들과 함께 지난 열흘간 스위스 제네바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유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 자율살상무기체계 정부전문가회의에 참여했는데요. 5일간 진행된 회의 일정 내내, 일부 국가들은 자율무기를 인간의 통제 바깥에 놓기 위해 갖은 애를 썼습니다.

특히, 미국은 아주 노골적이었어요. 미국이 내는 의견에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국가를 찾아보기도 어려웠습니다. 회의장 안에서 미국이 자율무기에 대한 인간통제를 약화시키는 동안,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다수 중견국이 그런 미국을 지지하는 동안, 회의장 바깥에서는 파병을 압박하는 미국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더 짧은 시간동안 더 많은 표적을 타격하고, 누구보다 더 압도적인 폭력을 행사할 방법을 고안하는 세계. 더 빠르게, 더 강하게라는 목표만을 강요하는 세계.

‘우리’라는 공동체를 말하지만 그 공동체는 이질적인 존재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동질성으로만 가득찬 세계. 단일한 신념으로 똘똘 뭉친 하나의 국가. 그러한 국가들로 만들어진 동맹, 이 모든 것들은 점점 더 극도로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자기복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세계는 수많은 다종다양한 존재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촘촘하게 얽힌 생명들의 생태계는 그물망과 같아서 다른 한 쪽이 무너지면 반드시 모든 존재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네팔에서 빙하가 녹아내리는 동안 세계는 점점 더 많은 돈을 무기에, 전쟁에 쓰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의 전쟁과 그 전쟁을 지탱하는 무기산업은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거대한 탄소배출원이면서, 동시에 위기에 대응할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계 4위의 무기수출국을 꿈꾸는 한국사회에 이러한 이야기는 불편하게 들립니다. 

전쟁의 북소리가 울려퍼지는 세계에서, 모두가 한 방향을 향해 행진해야 한다고 말하는 세계에서, 그 행진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목소리 또한 불편합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반국가세력이라는 꼬리표를 쉽게 붙이려는 것도 그런 이유지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번역어가 더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순간, 병역을 이행한 사람들은 비양심의 자리에 놓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겠죠. 저도 이 번역어가 좀 아쉽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오늘 이 발언을 준비하면서 ‘양심’으로 번역된 영어 conscience가 본래 담고 있던 의미를 복기해보았습니다. conscience의 어원인 conscire는 ‘함께 알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동사입니다. 처음부터 혼자가 아니라 공동의 앎을 전제로 한 단어였습니다. 한국어로 번역이 될 때 맹자의 ‘양심’으로 번역되면서, 여러 존재가 함께 만들어가는 앎이 아닌 본성적 선함이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가자지구에서, 레바논에서 연이어 어린이들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습니다. 수단의 내전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악화되고 있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기계가 사람을 죽이는 세계를 활짝 열어젖히고 있습니다. 이런 세계에서 전쟁에 가담하고 싶지 않다는 한 사람의 선택이 감옥에 가야할 일인가요? 다니던 직장을 잃어야 할 일인가요? 

군대에 가지 않을 것이며, 징벌적인 대체복무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한 사람의 목소리가 불편한 이유는 알면서도 외면해왔거나, 알고싶지 않았으나, 여전히 함께 알아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고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불편한 진실을 함께 알기, 그것이 conscience가 본래 하던 일입니다.

두부의 병역거부 선언은 누가 양심적이고 누구는 비양심적인지를 나누는 선언이 아닙니다. 전쟁이 기본값이 된 세계를 반박하는 각각의 목소리들은 동질성으로 가득찬 세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좁은 문입니다. 

그 좁은 문들을 모두 닫아버리고 ‘국가’가 열어주는, ‘제도’가 허락한, 단 하나만의 ‘문’이 존재하는 세계를 만들고 싶은 건가요? 그런 세계는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히고 무섭습니다. 

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나섰던 거리위의 목소리들은 하나의 지향을 가진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 모두 다 달랐습니다. 민주주의란 그런 것이지요. 고정된 명사가 아니라 움직이는 동사. 

반박이 사라진 자리, 하나의 목소리가 다른 목소리들을 대신하는 자리에서는 함께 아는 경험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저 똑같은 것이 되풀이될 뿐입니다.

전쟁이라는 것을 정답처럼 신봉하는 세계에서, 과연 그러한가 되묻는 목소리가 더 많이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전쟁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두부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불편함을 가만히 들여다볼 시간이 있는 한국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전쟁에 가담하지 않으려는 목소리를 어떤 한 사람의 것으로, 특이한 몇 사람의 것으로 남겨두지 않고, 이 사회의 것으로 함께 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재판을 포함하여, 전쟁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이 작지만 단단한 목소리의 궤적들이 이 사회가 전쟁에 가담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함께 알아가는 과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재판부 역시 그 함께 아는 자리에 서 있기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첨부자료4 국제평화인권 단체 공동 성명

 

전쟁을 거부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한국의 병역거부자 김민형에게 연대를

2026년 9월

 

아래에 서명한 국제 인권, 평화 및 양심적 병역거부 단체들은, 2026년 9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첫 형사재판을 앞두고 있는 한국의 평화활동가 김민형에게 전적인 연대와 지지를 표명한다.

오랜 기간 활동한 평화활동가이자 현재 한베평화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민형은 2026년 2월 23일 공개적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1]. 완전거부자(total objector)인 그는 의무적인 군 복무뿐 아니라 한국의 징벌적인 대체복무제도까지 거부한다. 김민형은 한국에서 이러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비종교적 평화주의자의 첫 사례가 되었다. [2].

우리는 한국 사법부가 김민형에게 즉각 무죄를 선고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한국 정부가 국제법상 의무를 이행하고, 어떠한 처벌과 차별, 행정적 압력도 없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온전히 인정할 것을 촉구한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은 기본적 인권이다. 이는 한국이 비준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18조가 보장하는 사상·양심·종교의 자유에 내재된 권리이다. 또한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양심과 신념, 평화주의적 확신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을 국가가 처벌하거나 범죄화하거나 구금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수차례 밝혀왔다.

한국은 2020년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했지만, 현행 제도는 여전히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3]. 한국의 대체복무제도는 여전히 징벌적이며 차별적이다. 복무기간은 36개월로 일반적인 군 복무 기간의 두 배에 달하며, 세계에서 가장 길다. 복무 형태 역시 교정시설(교도소) 안에서 생활하며 근무하는 방식으로만 제한되어 있다.

김민형이 완전거부자로서 이 제도까지 거부한 것은 분명한 평화주의적 양심에 따른 선택이다. 그는 군 복무 뿐만 아니라 병역거부자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징벌적 대체복무 또한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김민형의 일터에 가해지고 있는 행정적 압력과 괴롭힘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2026년 4월과 6월, 병무청은 병역법 제76조를 근거로 한베평화재단에 김민형을 해고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고용주를 형사고발하겠다고 위협했다 [4][5].

2026년 9월 10일 김민형의 재판을 앞두고, 또한 한국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둘러싼 심각한 문제들을 고려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국제인권법을 존중하여 김민형에게 제기된 모든 형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라.
  • 병무청과 한국 정부는 김민형을 비롯한 모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행정적 괴롭힘과 고용상 제재, 위협을 즉각 중단하라.
  • 한국 당국은 모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범죄화하고 구금하는 일을 중단하라.

우리는 9월 10일 재판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며, 한국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이 온전히 보장될 때까지 국제적 연대를 계속할 것이다.

평화를 위해 나서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서명 단체 : War Resisters’ International, World without War, Aseistakieltäytyjäliitto (Union of Conscientious Objectors, Finland), Connection e.V., Conscientious Objection Watch,  

International Fellowship of Reconciliation (IFOR), International Peace Bureau (IPB), New Profile

 

[1] 전쟁없는 세상 (2026년 2월 23일): 김민형의 병역거부 선언문

https://withoutwar.org/?p=24026

 

[2] The Korea Herald (2026년 3월 25일): Choosing jail over enlistment: One Korean man’s pacifist stand

https://www.koreaherald.com/article/10700466

 

[3] Amnesty International (2019년 12월 27일): South Korea: Alternative to military service is new punishment for conscientious objectors

https://www.amnesty.org/en/latest/press-release/2019/12/south-korea-alternative-to-military-service-is-new-punishment-for-conscientious-objectors/

 

[4] 전쟁없는세상, 병무청의 해직 요구에 관한 성명

https://withoutwar.org/?p=24017

 

[5] 2026년 8월 26일,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제76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결정은 병역거부자에 대한 강제 해고 자체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당사자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절차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병무청은 현재 해직 절차를 일시 중단했지만, 병역거부자의 노동권에 대한 위협은 여전히 남아 있다.

 

INTERNATIONAL SOLIDARITY STATEMENT

Refusing War is Not a Crime
Stand with South Korean Objector Min-hyung Kim

September 2026

As the undersigned international human rights, peace, and conscientious objection organisations, we declare our full solidarity with South Korean peace activist Min-hyung Kim before his first criminal trial, scheduled for September 10, 2026, at the Seoul Central District Court.

Min-hyung Kim, a long-time peace activist and staff member at the Korea-Vietnam Peace Foundation, publicly declared his conscientious objection to military service on February 23, 2026 [1]. As a total objector, he refuses both compulsory military service and South Korea’s punitive alternative service system, making him the first non-religious pacifist in South Korea to publicly take this stand [2].

We call on the South Korean judiciary to immediately acquit Min-hyung Kim. We also urge the South Korean government to follow its international obligations and fully recognise the right to conscientious objection without punishment, discrimination, or administrative pressure.

The right to conscientious objection to military service is a fundamental human right. It is inherent to the right to freedom of thought, conscience, and religion, as protected under Article 18 of 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ICCPR), which South Korea has ratified. Also, the UN Human Rights Committee has stated many times that governments must not penalise, criminalise, or imprison people who refuse military service based on their conscience, beliefs, or pacifist convictions.

Although South Korea introduced an alternative service system in 2020, the current system still does not meet international human rights standards [3]. It remains punitive and discriminatory. At 36 months, South Korea’s alternative service is twice as long as standard military service, the longest in the world. And it is limited only to working and living inside correctional facilities (prisons).

Min-hyung Kim’s choice to refuse this system as a total objector comes from his clear pacifist conscience. He refuses to join the military or accept a punitive alternative that is designed to punish objectors.

We are also deeply concerned about the administrative pressure and harassment against Min-hyung Kim’s work. In April and June 2026, the Military Manpower Administration (MMA) sent official letters asking that the Korea-Vietnam Peace Foundation dismiss Min-hyung Kim under Article 76 of the Military Service Act, threatening the employer with criminal prosecution if they did not dismiss him [4][5].

Ahead of Min-hyung Kim’s trial on September 10, 2026, and considering the serious problems with conscientious objection to military service in South Korea, we demand that:

  The Seoul Central District Court acquit Min-hyung Kim of all criminal charges, respecting international human rights law.

 

  The Military Manpower Administration and the South Korean Government immediately stop all administrative harassment, employment sanctions, and threats against Min-hyung Kim and all conscientious objectors.

 

  The South Korean Authorities stop criminalising and imprisoning all conscientious objectors.

We will closely follow the trial on September 10 and continue our global solidarity until the right to conscientious objection to military service is fully respected in South Korea.
Standing for peace is not a crime.

 

Signatory organisations:

War Resisters’ International, World without War, Aseistakieltäytyjäliitto (Union of Conscientious Objectors, Finland), Connection e.V., Conscientious Objection Watch, International Fellowship of Reconciliation (IFOR), International Peace Bureau (IPB), New Profile

 

 

 

References:

[1] World Without War (February 23, 2026): Declaration of Conscientious Objection by Min-hyung Kim  https://withoutwar.org/?p=24026

[2] The Korea Herald (March 25, 2026): Choosing jail over enlistment: One Korean man’s pacifist stand  https://www.koreaherald.com/article/10700466

[3] Amnesty International (December 27, 2019): South Korea: Alternative to military service is new punishment for conscientious objectors https://www.amnesty.org/en/latest/press-release/2019/12/south-korea-alternative-to-military-service-is-new-punishment-for-conscientious-objectors/

[4] World Without War Statement on Military Manpower Administration’s Demand for Dismissal  https://withoutwar.org/?p=24017.

[5] On August 26, 2026, the Constitutional Court of Korea ruled that Article 76 was “constitutionally nonconforming” [Legal Campaign Information on Article 76 Constitutional Challenge]. However, the ruling focused only on procedural problems – that the individual was not given a chance to explain, rather than declaring the forced dismissal of conscientious objectors unconstitutional itself. Although the MMA has temporarily paused the dismissal process, the threat against conscientious objectors’ right to work rem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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