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빅웨이브 상임공동대표)
기후위기를 체감한 순간
교육을 들으러 오는 길은 기후위기 그 자체였다. 40도를 넘는 더운 열기가 남에서 북으로 올라온 그 날이었다. 시원한 옷을 입어도 비 오듯 땀이 흘렀고, 한 번 더위에 노출되면 열이 잘 안 떨어지기도 했다. 나처럼 더위를 잘 타는 체질은 앞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살아남기 어려운 열성 유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군대 경험과 토론의 낯섦
병장으로 만기 전역한 남성에게 군대는 친숙한 주제다. 남성 친구들 사이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안주 거리임과 동시에 묘한 유대감을 쌓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금은 내밀한 대화 주제를 공개적인 토론 주제로 삼는 것 자체가 나에게 있어서는 생경한 경험이 되리라 생각했다. 어쩌면 너무나 익숙한 주제라 나도 모르게 상대방이 불편할 수도,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전쟁과 기후위기의 악순환
전쟁과 군사가 기후위기와 어떤 관련이 있었는지 그 간의 경험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군사 시스템은 전쟁이 발발하거나 군비 경쟁이 확대될 수록 기후위기에 더욱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중동 전쟁을 보면서 더욱 체감했다. 화석연료를 차지하기 위한 국가들의 패권 다툼 때문에 그 과정에서 온실가스는 더 많이 배출되었다. 우리나라처럼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오히려 화석연료에 더 매달리며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 구조는 더욱 고착화되는 게 아닐지 우려된다.
반대로 기후위기가 전쟁과 군사주의를 더욱 심화시키기도 한다. 정치사회적으로 불안정한 국가는 기후위기로 인한 물리적 재난이 전쟁을 촉발하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수단-다르푸르 내전이 사막화로 인해 이주한 유목민과 기존 농민 간의 갈등이 전쟁으로 번진 예가 대표적이다. 기후위기가 전쟁을 심화시키고, 전쟁이 다시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현재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비극적이었다.
군사 온실가스 배출의 현실
여기에 더해 군사 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얼마인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감안하기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보안 상의 이유로 비공개 정보가 많은 군대의 특성상 공식적인 배출량 통계 조차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계 군사 부문의 배출량은 27억 5천만 톤으로 국가 수준으로 환산하면 전세계 4위에 해당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나라 연간 배출량의 절반 수준인 3억 1,14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규모를 고려하면 국방비 세계 11위권, 군사력 5위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또한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응의 의무, 우리의 과제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워낙 이념적으로 입장 차이가 뚜렷한 주제다보니 참가자들도 확연하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방산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 기후범죄에 연루된다고 볼 수 있을 지, 우리나라가 군사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해야 하는지 등등 논의 주제에 대한 각자 가진 생각의 스펙트럼도 다양했다. 열띤 논쟁이나 토론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긴장감이 느껴졌다.
영화 1917에서 주인공 스코필드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고독한 여정을 떠나는 모습이 떠올랐다. 전쟁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오열하는 것보다, 무덤덤하게 지나가는 모습이라던지 평화로운 자연의 모습을 롱테이크로 보여주는 장면이 개인적으로 더욱 설득력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전쟁의 모습은 굉장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보다 아무 일이 아닌 것처럼 흘러가는 장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이었기에 뾰족한 해결방안을 도출해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각에서 군사 문제를 생각해보고 그것이 인류 최대의 난제인 기후위기와 어떤 관련성을 갖고 있는지 이해한 것만으로도 세상을 보는 렌즈가 한층 더 넓어진 느낌이었다. 모든 국민들에게 국방의 의무가 주어졌듯이 기후위기 대응의 의무도 모든 국민, 모든 국가들이 마땅히 해야 할 시대를 살고 있다. 어떤 기후위기 대응의 의무를 다할 지 고민하고, 스스로 내린 해답을 꾸준히 실천하는 세상이 당연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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