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용(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시민참여팀장)
대전은 ‘세계 일류 방산 경제도시’가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방산업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방위사업청을 유치해 이전을 진행 중이며, 490억 원 규모의 대전방산혁신클러스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K-방산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대단하다.
이렇게 국방도시를 꿈꾸는 대전에서 5월 15일, 세계병역거부의 날을 맞아 두 병역거부자를 모셨다. 2004년 이라크 전쟁 파병에 반대하며 병역거부했던 이원표님과, 2026년 미국이 이란을 침공해 한국군 파병을 요구하는 때 전쟁반대를 외치며 병역거부한 두부님. 20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방식으로 전쟁에 ‘No’를 외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두 분이 함께 앉아있는 모습만으로도 이미 함축적인 의미가 느껴졌다.

2004년 8월 23일, 입영일에 진행한 이원표의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 사진. 크게 출력한 입영통지서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원표님은 2004년 “전범국가의 군인이 되느니 차라리 감옥을 택하겠다”며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며 병역거부했다. 그렇게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1년 4개월을 복역한 뒤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그가 당시 쓴 소견서에는 이런 문장이 담겨 있었다.
“군복을 입고 총을 들어 이라크인들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복을 입고 망치를 들어 이라크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와 집을 짓고 싶다”
전쟁을 거부하는 것이 곧 다른 세상을 상상하는 일이었다.
두부님은 군부대 근처에서 사격 소리를 일상적으로 들으며 자랐다고 했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더욱, 군대가 아닌 다른 방식의 평화를 상상해나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베평화재단에서 활동하며 베트남 전쟁이 남긴 상처와 민간인 학살의 실상을 가까이에서 마주한 것도 그 결심을 굳히는 데 깊은 영향을 미쳤다. 전쟁이 역사 속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2026년 2월 23일 입영일에 진행한 두부의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 사진. 연대자들이 만들어준 평화의 길을 걷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년부터 대체복무제가 시행되었지만 그는 2026년 완전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복무 장소가 교도소이고 기간은 36개월, 현역병의 두 배에 가까운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하는 이 제도가 진정한 의미의 병역거부 인정이라 볼 수 있겠느냐는 판단이었다. 전쟁에 대한 저항까지 제도 안에 가두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두부님은 앞으로 조사와 재판 등의 과정이 남아있다.
“군사주의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에서 잠시 멈춰 서서, 다른 선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함께 상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달랐지만, 그 뿌리는 같았다. “전쟁에 동원되지 않겠다”는 선언, 그리고 그 선언이 불러온 고립과 두려움, 그럼에도 놓지 않은 평화에 대한 믿음.
질의응답 시간에는 두 분의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무력이 아닌 평화가 우리를 어떻게 더 안전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이원표님의 답변이 기억에 남는다. 강도가 집에 들어와 공격한다면 내가 살기 위해 무언가를 집어던질 수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평소에 물건을 집어던지는 연습을 할 것이냐고. 군대를 키워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 평화를 위한 길이라는 논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일상의 언어로 말해주었다.
두부님에게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 마음 건강을 어떻게 챙길 예정이냐”는 물음이 전해졌다. 그는 주변 활동가 친구들과 병역거부 모임이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했다. 가족과 친구들의 반응도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이후 이어질 어려운 시간에도 주변의 따뜻한 마음들이 힘이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두부님은 이원표님과 같은 과거의 병역거부 선배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과거의 경험을 듣고 기록을 읽으면서 많은 힘이 되었다고도 했다. 이원표님은 두부님에게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20년 전 이원표의 시간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앞으로의 시간도 잘 보내라는 응원의 말도 덧붙였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도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두 분의 여정을 마음을 다해 응원한다.
사실 나에게 병역거부는 아주 먼 이야기였다. 병역, 군대라는 게 나와는 아예 떨어진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두 분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병역거부는 단지 군대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자체를 거부하는 행위라는 걸 깨달았다. 전쟁은 전장에 나가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지금 대전이 국방도시를 향해 달려가는 이 흐름 속에서, 대전에서, 우리 도시에서 평화를 말하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K-방산의 수도를 꿈꾸는 도시 한복판에서 전쟁에 저항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 이 자리는, 작아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시간이었다.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참석자들이 포스트잇에 남긴 말들은 가볍고 유쾌했다. 그리고 그 유쾌함이야말로, 전쟁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언어일지도 모른다.
<전쟁이 났는데 아무도 전쟁터에 나가지 않는다면?>
“무기만 덩그러니 남을 것”
“전쟁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나라!”
“그 시간에 같이 춤추고 놀자요~”
“오 예!!”
*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평화연대위원회는 대전을 ‘전쟁도시’가 아닌 ‘평화도시’로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활동으로는 국제연대, 무기산업감시, 평화 교육 및 의제 확산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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