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링 (전쟁없는세상 기후팀)

군대가 기후위기랑 무슨 상관이 있어?

전쟁이 자연을 파괴한다는 사실 정도를 막연하게 알고 있던 때에는 누군가 이렇게 물어오면 제대로 답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공부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전쟁없는세상의 기후팀에 들어갔고, 관련된 세미나를 찾아 들었다.

6월 17일 녹색연합과 전쟁없는세상이 함께 기획한 <평화가 기후다-기후·평화운동 세미나>도 그 중 하나였다. 세미나는 군사주의가 어떻게 기후위기를 심화하는지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기후운동과 평화운동이 함께할 수 있을지 모색해보는 자리였다.
녹색연합은 해외의 최신 연구를 토대로 군비가 증가할수록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고, 기후위기에 그만큼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전세계적으로 국방비가 증가하며 추가 배출된 탄소량은 한 국가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며, 이는 군비 지출이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와 가자, 이란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세계 군사비가 증가되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기후재난에 대응하는 비용과 보건·교육 등 사회적 서비스에 쓰일 수 있었던 재원이 군사비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에 더해 군사비가 증가함에 따라 군사활동과 군수산업이 확대되고 탄소 배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군사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은 이렇듯 중대한 문제임에도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런 한계 속에서도 군비 지출이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정량적 평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세계 책임을 위한 과학자들>의 스튜어트 파킨슨 박사가 분석한 보고서에서는 군비 지출이 1,000억 달러 증가함에 따라 온실가스가 약 3,200만 톤 늘어나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경향성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 역시 추정치이기에 정확하고 상세한 인과관계는 알기 어려웠다.
전쟁없는세상에서는 스코프 1, 2, 3, 3+ 개념으로 군사주의가 탄소를 배출하는 각 영역에 대해 설명하고 그 양이 상당히 가려져 있음을 이야기했다. 산업에서 직접 태우는 화석연료와 사용하는 전기 등 이외에도 원자재를 채굴·생산할 때, 물건을 사용하고 폐기할 때, 또 전쟁으로 산림이 파괴될 때, 파괴된 지역사회를 다시 재건할 때에도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발생했다. 군사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보고한다면 스코프 3와 3+까지 다루어져야 정확할 테지만 안보를 이유로 대부분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고, 국제 기후 협약에서조차 군사부문은 예외로 두고 있다.

전쟁없는세상에서도 TNI 방법론을 사용해 한국군이 배출한 탄소량을 추정했다. 군에서 지출한 비용과 병력 수를 넣어 간접 배출량과 고정 배출량을 계산했다. 그 결과 23년 한국 온실가스 순배출량의 2.2%에 해당하는 값이 나왔는데, 전자부품제조업이 순배출량의 1.4%를 차지했다는 것을 생각해보았을 때 상당한 양이었다.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라고 했지만 국방부에서 발표한 배출량의 3.7배가 넘는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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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재원의 활용 기회라는 말이었다. 전쟁으로 자연이 파괴될 때, 폭탄이 터질 때, 무기가 만들어질 때 직접 배출되는 탄소량이 엄청나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그 모든 것에 들어간 비용은 사실 기후위기를 막고 사회를 더 살 만하게 바꾸는 데 쓰일 수 있던 재원이기도 했다는 점을 짚어주었다. 기후위기가 점점 더 이 땅을 살 수 없는 곳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 때에 우리가 무엇을 진짜 위험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세미나 제목처럼 기후 문제가 곧 평화 문제이며, 우리가 왜 지금 군사적으로 무장하는 것이 아닌 평화를 이야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기후나 전쟁 문제는 너무 거대한 싸움처럼 느껴져 쉽게 무력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지금 할 수 있고 가장 시급한 과제를 꼽는다면, 군사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군사부문이 실제 기후위기에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수치로써 보여준다면 기후위기 대응을 논할 때 군사부문은 빠질 수 없는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기후와 평화 운동에 큰 추진력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토론 발제 중 글로벌 시민사회와의 연대가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에도 적극 동감했다. 국내외 운동이 서로 영감을 주고받아 더 큰 흐름으로 이어진다면 기후 정의와 평화를 더 빨리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팔레스타인 전쟁을 비롯한 국제적인 문제에도 함께 대응할 수 있다면, 우리가 바라는 전쟁 없는 세상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