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과 폭력을 목도하고 있다. 이란, 레바논,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학살, 무차별적 공격과 생존 기반의 파괴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러한 폭력은 결코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구체적인 군사 기술과 무기, 그리고 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기업 네트워크를 통해 실행된다. 이스라엘의 주요 방산기업인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는 그 중심에 있는 기업 중 하나로, 이스라엘 군이 사용하는 드론과 지상 장비의 85%를 생산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은 엘빗과 2021년부터 레이더 수출 및 항공기술협력 MOU를 체결하고 기술 및 수출 협력관계를 꾸준히 구축해왔다. 우리는 이 협력이 단순한 산업적 교류가 아니라 폭력에 대한 직간접적 가담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우리는 한화시스템이 인종 청소와 집단학살에 공모하는 엘빗, 엘타,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과의 모든 협력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더 나아가 우리는 한화문화재단을 통한 문화예술 후원이 이러한 기업의 폭력적 기반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작동하는 것에 반대한다. 2007년 설립된 한화문화재단은 실상 오너 일가의 미술품 보관소 기능에 머물렀고 탈세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오용되어 왔다. 2022년 보도에 따르면, 한화문화재단은 2017년 이후 5년간 미술관 및 박물관 운영비로 35억 원을 지출했었지만, 2007년 개관 이후 두어 차례의 기획전 외 어떤 전시도 개최하지 않았고 임원 명절선물, 보험료 등으로만 계열사에 7억 3천만 원을 지급했다. 그러다 2023년부터 갑작스럽게 대규모 문화사업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시도하면서 영민 해외 레지던시 지원, 뉴욕 아트스페이스 제로원 개관과 더불어 국내에 프랑스 퐁피두센터 분관 설립을 추진했다. ‘서울 한복판에 들어서는 첫 유럽 공공미술기관 플랫폼’이라는 퐁피두센터 한화의 캐치프레이즈가 식민주의적 관점을 수치심 없이 드러내고 있지만, 무엇보다 문제는 이러한 퐁피두 분관 설립 등을 위해 한화문화재단에 막대한 자금이 수혈되었다는 것이다. 2025년만 해도 한화문화재단에 출연한 금액이 가장 큰 계열사는 한화솔루션(약 162억)이며, 두 번째로 큰 규모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약 135억)이다. 이처럼 전쟁 산업과 생태 파괴에 깊이 연루된 기업이 예술을 통해 공적 이미지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는 ‘아트워싱’에 다름 아니다. 예술은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흐리는 장식물이 아니라, 오히려 그 책임을 드러내고 질문해야 할 영역이다.

 

한화문화재단은 서울의 새로운 문화예술 랜드마크를 만들고 글로벌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며 지속 가능한 미술 생태계의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불과 몇 해 전 기후 범죄의 실질적 가해자로 국가와 기업을 지목하고 이들을 법정에 세우는 작업을 초대해 예술가, 활동가들과 함께 한화를 단죄하는 전시를 만들었던 기획자가 지금은 그 범죄 기업의 문화재단에 기획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작가와 기획자, 학자를 막론하고 급진성을 내비쳤던 예술계 일원들이 이런 기업과 함께하는 모순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은 미술의 행동주의 실천뿐 아니라 예술가의 실천과 작업 자체를 무력하게 만들며 아트워싱에 동원되는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침략과 학살에 가담하는 기업의 적극적인 아트워싱으로부터 누구도 연루되지 않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전쟁과 파괴에 기반한 이윤 구조 위에서, 과연 예술은 생태를, 반전을, 디아스포라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한화문화재단이 이러한 조건을 외면한 채 영민 레지던시, 아트스페이스 제로원, 그리고 퐁피두한화를 통해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예술가들이 아름다운 전시를 열 때 우리는 예술의 기만적인 얼굴과 모순 앞에서 좌절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요구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모든 군사적 공격과 집단학살을 즉각 중단하라.

한화그룹은 집단학살에 공모하는 엘빗 시스템즈와의 모든 협력을 중단하라.

한화문화재단은 기업의 폭력적 기반을 은폐하는 아트워싱을 중단하라.


우리는 거부한다.

피로 얼룩진 자본 위에서 예술하기를 거부한다.

예술이 폭력과 권력의 이미지를 세탁하는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거부한다.

예술을 무력화하는 예술을 거부한다.

 

2026년 5월 15일 

 

[공동 발의 단체]  33개 문화예술단체 및 기후/평화운동단체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연대,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 도파민 퀴어진 클럽, 드랙킹콘테스트 올헤일, 데이미언 허스트에게 살해당한 동물들을 생각하는 모임, 마테리알, 바림, 블랙리스트 이후,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여성예술인연대(AWA), 여성을 위한 열린 기술랩, 영화집단 키니마, 이무기 프로젝트, 연분홍치마, 엑시빗(xhibits), 퀴어예술연대, 페미씨어터, W/O F.(우프),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한국퀴어연극아카이브, 강정친구들, 동네방네기후정의,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 전쟁없는세상, 청년기후긴급행동, 퀴어팔레스타인연대QK48, 팔레스타인문화연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이스라엘 문화예술 보이콧 캠페인 ‘모자이크’,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평화바람, 플랫폼C

 

*퐁피두한화가 개관하는 6월 4일까지 연명을 받고 있습니다. 연명 링크: https://bit.ly/4uSTZak 

 

2023년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열린 ‘세대간 기후범죄 재판소: 멸종전쟁’에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들도 무기회사 한화를 기소하는 역할로 참여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한 라다 드수자 님과 요나스 스탈 님이 이번 퐁피두한화 개관을 맞이해 가자학살에 공모하는 한화그룹의 아트워싱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보내주셨습니다. 

As co-founders of the Court for Intergenerational Climate Crimes (CICC), we are deeply concerned to learn of the partnership between the Centre Pompidou in Paris and the Hanwha Corporation, which uses its cultural foundation to whitewash its dangerous role as a producer of artillery systems, missiles, military electronics, armored vehicles, naval systems, and ammunition. The company has expanded globally as part of South Korea’s growing arms-export sector and has partnered with Israeli defense firms Elbit Systems and Elta Systems, thereby enabling the ongoing genocide in Palestine.

Hanwha’s role in large-scale militarization and heavy industry is directly implicated in high carbon emissions and ecological destruction: genocide goes hand in hand with ecocide. This was also the central subject of our project Court for Intergenerational Climate Crimes: Extinction Wars, a series of public hearings and a major exhibition on climate crimes committed by the Korean state and Korean corporations. The project formed the contribution to the Dutch Pavilion at the 2023 Gwangju Biennale at the Gwangju Art Museum, and was co-produced with Framer Framed, Amsterdam. We developed the project and its public hearings in collaboration with peace and climate justice activists across Korea, with the Hanwha Corporation among those accused.

The fact that the curator of our project, Juhyun Cho, has been hired by Centre Pompidou Hanwha — despite having co-initiated our hearings against Hanwha and having heard extensive evidence of climate crimes and human rights abuses committed by the corporation — comes as a profound shock and represents a serious breach of trust not only towards ourselves but more importantly toward all the activists and campaign groups in the Republic of Korea who contributed to our work. We stand firmly with those resisting the military-industrial complex and its dangers to peoples and ecosystems, and against the militarization of arts and culture. Against genocide and against ecocide. We stand opposed to commodifcation of art and corruption of artists by military-industrial corporations.

  • Radha D’Souza, writer, academic, lawyer and activist, co-founder of the Court for Intergenerational Climate Crimes (CICC)
  • Jonas Staal, artist and propaganda researcher, co-founder of the Court for Intergenerational Climate Crimes (CICC)
  • Framer Framed, platform for contemporary art, visual culture, and critical theory & practice in Amsterdam

 

우리는 ‘세대 간 기후범죄 재판소(Court for Intergenerational Climate Crimes, CICC)’의 공동설립자로서, 파리 퐁피두 센터와 한화그룹 간의 파트너십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접하고 깊은 우려를 표하는 바입니다. 한화는 포병 시스템, 미사일, 군용 전자장비, 장갑차, 해군 시스템 및 탄약을 생산하는 등, 그룹이 진행하는 사업의 위험한 부분을 한화문화재단 사업을 통해 은폐하고 있습니다. 한화는 한국 무기 수출 산업의 성장에 발맞춰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해 왔으며, 이스라엘의 대표적 방산 기업인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 및 엘타 시스템즈(Elta Systems)와 협력관계를 맺고 팔레스타인에서 자행되고 있는 집단학살에 공모하고 있습니다.

한화의 사업은 대규모 군수산업과 중공업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막대한 탄소 배출과 생태계 파괴와도 직접적으로 연루되어 있습니다. 집단학살과 생태학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이는 우리의 프로젝트 《세대 간 기후범죄 재판소: 멸종 전쟁(Court for Intergenerational Climate Crimes: Extinction Wars)》의 핵심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들이 저지른 기후범죄에 관한 일련의 공개 청문회와 대규모 전시로 구성되었습니다. 암스테르담의 예술기관 프레이머 프레임드(Framer Framed)와 공동 제작해 2023년 광주비엔날레 네덜란드관의 출품작으로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우리는 한국 전역의 평화·기후정의 활동가들과 협력해 이 프로젝트와 공개 청문회를 기획했고, 한화그룹은 그 청문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피고들 중 하나였습니다.

우리 프로젝트의 큐레이터였던 조주현 큐레이터는 한화그룹을 상대로 한 청문회를 함께 주최하고, 해당 기업이 저지른 기후범죄와 인권 침해에 관한 광범위한 증거를 직접 청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한화 퐁피두의 큐레이터가 되었다는 사실은 프로젝트 팀 모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는 팀뿐 아니라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에 기여해 준 대한민국의 모든 활동가들과 운동 단체들에 대한 심각한 신뢰 위반입니다. 우리는 군대와 거대 방위산업체 간의 상호 유착 문제, 그리고 그것이 인류와 생태계에 가하는 위험에 맞서 저항하는 이들과 굳건히 연대하며, 문화예술의 군사화에 반대합니다.  또한 우리는 집단학살과 생태학살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군산 복합 기업의 자본에 의해 예술이 상품화되고 예술가들이 포섭되는 것에 반대합니다.

 

공동 작성자
작가·연구자·변호사이며 활동가, 세대 간 기후범죄 재판소(CICC) 공동설립자 라다 드수자(Radha D’Souza)
예술가이자 프로파간다 연구자, 세대 간 기후범죄 재판소(CICC) 공동설립자 요나스 스탈(Jonas Staal)
암스테르담 기반의 현대미술·시각문화·비판이론과 실천을 위한 플랫폼 프레이머 프레임드(Framer Fram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