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욱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방산물자’ 수출에 있어 인권 심사 기준의 취약함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일단 한국의 ‘방산물자’ 관련 법제를 살펴보자. 「방위사업법」과 「대외무역법」, 그리고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이렇게 3가지가 있다.

「방위사업법」은 군용물자, 그리고 이중용도품목1)을 포함한 전략물자2)라도 최종사용자가 상대국의 국방·군 관련 기관인 경우를 관할하는 법으로, 방위사업청이 허가기관이 된다. 수출의 경우 수출허가 신청 → 서류검토 → 유관기관(국방부·외교부 등) 협의 → 허가판단의 4단계 절차를 거친다. 헌데 수입국의 목적 외 전용을 막는 장치가 ‘최종사용자 증명서’(목적 외 전용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 하나뿐이라 인권 침해 관련 심사 기준은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대외무역법」은 방산물자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의 수출입 전반을 규율하는 기본법이다. 산업통상부가 관할하며 국제법 이행, 국방상 물자 수급 등을 이유로 특정 품목의 수출입을 제한하고 금지할 근거(제11조)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근거 중 하나인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에 인권조약이 포함된다는 점이 명시돼있지 않아 인권침해를 이유로 수출을 금지하기엔 애매하다는 문제가 있다.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는 대외무역법의 위임을 받아 산업통상부장관이 만든 행정규칙이다. 어떤 품목이 ‘전략물자·이중용도품목’에 해당하는지 그 기준을 정하고 있으며, 국제인도법·국제인권법 위반 여부를 수출허가 심사 시 고려하도록 하는 인권 조항(제22조④항3))도 담겨 있다. 다만 이 조항의 적용에는 이중의 제약이 있다. 우선 고시 자체가 전략물자·이중용도 품목에만 적용되므로 그 지정 범위 밖의 품목에는 애초에 미치지 않는다. 또한 물건이 전략물자에 해당하더라도, 최종 사용자가 상대국의 국방·군 관련 기관인 경우 허가기관이 방위사업청으로 넘어가면서 절차 자체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가 아닌 「방위사업법」을 따르게 된다. 이 경우 인권 조항이 실려 있는 고시의 심사 절차 자체를 거치지 않게 되므로, 그 인권 조항 역시 함께 적용에서 배제된다.

세 법제의 관계를 정리해보면, 대외무역법은 수출입 전반을 규율하는 기본법이고,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는 그 위임을 받아 전략물자의 세부 통제 절차와 인권 심사 기준을 구체화한 행정규칙이다. 다만 이는 최종사용자에 따라 다시 갈라진다. 최종사용자가 민간 성격이면 대외무역법·전략물자 수출입고시 체계를 따르지만, 상대국의 국방·군 관련 기관이면 관할 자체가 방위사업법으로 넘어간다. 앞서도 말했듯이, 이 과정에서 인권 심사 기준은 사라진다.

 

‘방산물자’ 수출 제도의 공백

김현경의 「동남아시아로 수출되는 한국산 방산물자와 인권책무성」(『동아연구』 44권 2호, 2025)은 Ⅲ장에서 미얀마 군함 수출과 태국 살수차(물대포) 수출이라는 두 개의 사건을 통해 한국산 ‘방산물자’ 수출 관련 법제를 비판적으로 다루며 규제의 공백을 짚어낸다.

먼저 먼저 미얀마 군함 수출 사례다. 2017년 2월, 대선조선이 ‘상륙지원함/군수지원선’으로 미얀마 해군 수출을 문의했으나 방위사업청이 수출 보류를 결정했고, 같은 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같은 선박을 ‘다목적지원선/대민지원용’으로 다시 신청해 수출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9년 인도된 선박을 미얀마 해군이 군함으로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사례는 최종사용자가 군 관련 기관이면 관할이 방위사업법으로 넘어가면서 그 통제가 약해짐을 잘 보여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선박을 ‘다목적지원선/대민지원용’으로 신청해 수출 허가를 받았지만, 최종사용자가 미얀마 해군이었기 때문에 「전략물자 수출입고시」가 아닌 「방위사업법」의 절차를 따랐다. 그 결과 고시 제22조④항에 담긴 인권 심사 기준은 적용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목적 외 전용을 막을 장치는 최종사용자증명서 하나뿐이었다. 이후 미얀마 군부가 이 선박을 군용으로 전용한 사실이 드러나 관계자 14명이 입건됐지만, 절차 자체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 방위사업청의 입장이었다.

태국 살수차 수출 사례는 한국 기업인 지노모터스(살수차 시장 점유율 세계 1위)가 2010년과 2013년에 두 차례 태국 왕실 경찰 본부에 살수차를 수출한 것이다. 그 살수차는 태국의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데 쓰였다. 이 사례는 첫 번째 제약, 즉 애초에 전략물자로도, 이중용도품목으로도 지정되지 않은 품목의 문제를 보여준다. 살수차는 전략물자 기준에도, 대량살상무기 전용 가능성을 전제로 설계된 이중용도품목 지정 기준에도 들어맞지 않았기에 「전략물자 수출입고시」의 통제 대상 자체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물품은 방위사업법으로 갈 것도 없이, 애초에 인권 심사 조항이 있는 규제 체계 바깥에 놓여 있었다.

이처럼 방산물자 관련 3가지 법제의 위계와 관할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국제인도법·국제인권법 적용의 공백이 생기며, 한국에서 수출된 무기(전쟁무기와 경찰무기를 포괄하는)들이 인권침해에 사용되고 있다. 논문에서는 앞선 사례 외에 최루탄의 경우 간단히 언급만 되고 다른 사례와 같이 구체적으로 다루진 않지만, 경찰무기, 즉 시위진압용인 최루탄과 섬광탄 등 역시 미얀마나 인도네시아 등 다른 지역에서도 계속해서 사용되고 있다. 최루탄 역시 CS가스가 주 성분이라 군용물자로 분류돼 방위사업청이 수출을 허가·감독하며 더불어 화약류는 경찰의 허가사항이기에 관할 시도경찰청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말인즉슨 결국 인권 심사가 고려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2017년 이후 수출을 불허한 사례가 없다는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인권친화적인 K-방산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넘어서

앞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현경은 Ⅳ장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법제 개선 방안’에서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1. 「전략물자 수출입고시」의 제22조④항 내용을 ① 방위사업법(전략물자·군용물자)과 ② 대외무역법(일반 수출품목)에 각각 명시해 허가 및 심사 절차 강화
  2. 적법하게 허가가 됐어도 최종사용자의 목적 외 전용을 방지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상시화하며 목적 외 전용이 확인된 국가에 대한 수출 제한 규정 신설
  3. 무역안보심사과(현 산업자원안보실)를 개편해 살수차와 같이 걸러지지 않는 인권침해 품목에 대한 심의를 추가하며 심의위원회에 시민사회와 학계 전문가의 참여 보장

이처럼 논문의 주요 문제제기에 대한 해결 방안은 법제 개선과 심의 강화 등 주로 제도 개선안을 담고 있다. 군사적 용도에 ‘안보’를 이유로 주어지는 특권을 방지하고, 한국에서 만든 무기가 인권침해와 살상에 사용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무역안보심사과에 시민사회와 학계가 동참하게 한 것처럼 목적 외 전용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과 심사에도 ‘민’이 참여하게끔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결론의 마지막 부분이었다.

“과도한 규제와 제재는 K-방산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기업 이익에 대한 충분한 고려도 필요하기 때문에 인권에 대한 책무성과 산업경쟁력 간의 균형을 찾는 방향에 대한 추가 연구도 중요한 과제이다. … 본 연구가 학계를 비롯하여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협력과 관심을 통해 인권친화적인 K-방산을 위한 후속연구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106쪽)

‘인권친화적인 K-방산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말을 뒤집어 보면 결국 인권은 산업경쟁력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에서만 받아들여진다는 뜻으로 읽히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무기는 상품이 아니다’라는 담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무기 수출을 다른 수출품과 같은 방식으로, 경제적 손익의 언어로만 이야기하는 순간 인권은 늘 부차적인 것이 된다. 제도 개선을 뒷받침하는 것은 ‘이익’의 관점이 아니라 ‘인권’과 ‘평화’의 관점이어야 한다. 이와 같은 관점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확산시키는 것은 결국 시민사회의 몫일 것이다.

 

주석

1) 평소 민간용으로 개발·사용되지만,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되거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상품, 소프트웨어, 기술을 의미합니다. 반도체, 첨단 소재, 통신 장비, 희토류 등이 대표적이며 안보상 이유로 수출입 통제를 받는다.

2) 대량살상무기(핵·화학·생물)나 재래식 무기 제조에 쓰일 수 있어 국제수출통제체제에 따라 수출 시 정부 허가가 필요한 물품·기술.

3) 1. 국제평화와 안보에의 기여 또는 저해 여부 / 2. 국제인도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 또는 촉진 여부 / 3. 국제인권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 또는 촉진 여부 / 4. 우리나라가 당사자인 테러 관련 국제협약이나 의정서상의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를 범하거나 촉진하는지 여부 / 5. 우리나라가 당사자인 국제조직범죄와 관련한 국제협약이나 의정서상의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를 범하거나 촉진하는지 여부 / 6. 심각한 성폭력 행위나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심각한 폭력 행위를 범하거나 촉진하는지 여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