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상과 파괴 부추기는 ‘죽음의 시장’, 

DX KOREA를 중단하라

한국산 무기, 세계 각지에서 분쟁과 탄압의 도구로 쓰이고 있어

코로나 19에도 강행하며 방역과 위기극복 방해

 

오늘 (11월 18일) 부터 3일 동안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DX KOREA 2020>이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다. 대한민국육군협회와 KOTRA 등이 주최/주관하고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 15개 기관이 후원하는 대한민국방위산업전은 국내 무기 수출을 촉진하여 방위산업을 육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금 이 시각, 전시회에서는 각국의 군사관계자들과 무기바이어, 그리고 방산기업들이 적극 교류하며 무기수출 계약을 맺고 있다. 이렇게 팔려나간 무기들은 세계 곳곳에서 살상과 탄압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 이미 예멘, 아제르바이잔, 웨스트파푸아 등 세계 각지에서 한국산 무기가 사람들의 생명과 삶을 앗아가는 장면들이 포착되고 있다. 우리는 무기수출을 촉진하는 DX KOREA가 살상과 파괴를 초래하는 “죽음의 시장”임을 선포하며, 전시회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정부는 오랫동안 방위산업 수출 정책을 활발하게 추진해왔다. 그 결과 2019년 기준 무기수출국 8위에 이름을 올렸고(각주1),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이나 인권침해 현장에서 한국산 무기가 목격되고 있다. 2015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전쟁으로 인해 역사상 최악의 인도적 위기를 겪고 있는 예멘에서는 각종 전투와 공습에서 한국산 세열수류탄과 대전차유도미사일이 사용된 흔적들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드러났다. 지난 9월 시작된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에서는 국방과학연구소와 LIG넥스원, 한화가 개발한 대전차유도무기 ‘현궁’이 사용되고 있다는 소식 또한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현궁은 IDEX, ADEX 등 국내외 방위산업전시회에서 주요하게 전시되어 온 무기다. 

 

DX KOREA에서는 시위진압에 쓰이는 물대포를 세계 각국에 수출한 기업 또한 적극 홍보에 나섰다. 대지정공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물대포와 경장갑차는 오랜 시간 동안 인도네시아의 식민점령에 맞서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는 웨스트파푸아 사람들을 진압하는 데 쓰여왔다. 지난해 11월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 (War Resisters’ International)은 웨스트파푸아 사람들의 평화적 시위를 탄압하는 데 일조한 대지정공을 “이 달의 전쟁수혜자”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수출된 무기가 전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인권을 침해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현실을 철저히 가린 채, 방위산업 육성과 경제적 파급효과만을 내세우는 DX KOREA에 분노한다. 한국정부는 무기전시회가  ‘수출을 위한 실질적인 비즈니스의 장’이자 ‘국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이익은 명백히 분쟁과 탄압으로 인한 사람들의 희생에 기생한다. 이 곳에서 오고가는 “피 묻은 돈”이 국가 산업 정책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회는 코로나 19 상황에도 불구하고 강행되며 시민들의 불안을 일으키고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방위산업전시회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해 취소 혹은 연기된 가운데, DX KOREA는 아시아에서는 올해 최초로 진행되는 방위산업전시회다. UAE, 인도네시아, 영국, 미얀마 등 15개국의 군 관계자들이 전시회 참석을 위해 입국했고, 주최 측은 이번 전시회가 “침체된 방위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전시회 참석을 위해 한국에 방문하는 해외 VIP들은 A2 공무 체류자격 프로그램을 통해 자가격리를 면제 받았다. 주최 측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머니투데이가 지난밤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으로 입국한 외빈 중 일부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되었다(각주2). 정부는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해외입국자에 대해 철저한 자가격리를 실시하고 소규모 모임 또한 자제할 것을 권고해왔지만, DX KOREA에는 각종 예외를 적용하고 있다. 일반 입국자에게는 형사처벌까지 동원하며 엄중히 적용되는 자가격리조치가 살상무기를 구입하러 온 해외 무기 바이어들에게는 면제된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전 세계가 유례없는 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 국가가 시급히 나서야 할 일은 감염병으로부터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방위산업전시회를 지원하고, 방위산업체에게 국고보조금까지 지급해가며 방위산업 진흥에 앞장서고 있다. 무기도입을 위해 방위산업전시회에 참여한 해외국가들 역시 같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무기산업이 활발해질수록 보건과 의료,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쓰일 수 있는 예산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팬데믹의 영향 아래,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바이러스만이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보건의료복지에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한 현재, 무기 수출과 수입을 촉진하며 군비경쟁을 부추기는 방위산업전시회 또한 전 세계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살상과 파괴라는 어두운 진실을 가린 채 무기수출을 촉진하며 이윤을 남기는 DX KOREA의 실상을 알려나갈 것이다. 또한 코로나 19라는 지구적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의 협력이 필요함에도 무기수출을 촉진하며 군비경쟁을 부추기는 방위산업전시회가 방역과 위기해결의 방해물이 되고 있음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에 우리는 ‘죽음의 시장’ DX KOREA의 이면을 널리 밝히고,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다. 끝.


각주 1.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TIV of arms exports from the top 50 largest exporters, 2019-2019

각주 2. 최민경기자, “이 시국에 외빈초청 ‘방산전시회’..코로나19 확진자 입국”, 머니투데이, 2020.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