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11월 26일 병역거부자이자 평화활동가 시우에 대한 원심 선고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2018년 11월 대법원의 무죄 판결  이후 약 700여 명의 병역거부자들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중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병역거부자는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한 명 뿐이었다(수원지방법원 1-1형사부 2019.11.22. 판결). 평화활동에 적극 참여한 정치적 병역거부자들은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에도 계속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무죄 선고는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병역거부자 중 현역 입영대상자로서는 첫 번째 무죄 선고다.

병역거부자 시우는 평소 비폭력과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활발하게 평화운동을 펼쳐온 평화활동가이다. ‘이스라엘의 무력침공을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독교단체 긴급기도회’, ‘용산참사 문제 해결 1인 시위’,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 ‘수요시위’ 같은 현장에 꾸준히 참여해왔고, 전쟁없는세상 병역거부팀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러한 평화운동 실천을 바탕으로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는 기독교 신앙과 소수자를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를 옹호”하는 그의 양심이 “분명한 실체”를 가졌다고 판단했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의 병역법 제5조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병역거부자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들은 병역거부자가 지닌 양심의 구체적 내용이나 과거 행적 중 일부를 찾아내 문제 삼거나, 대법원의 판례를 개별적 상황에 대한 고려없이 기계적으로 적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병역거부자의 양심이 형성되고 자리잡고 구현되는 과정을 총체적으로 바라보았다. 양심 검증 과정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양심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헌재의 결정이 내려진 지 2년 반이 지났고, 대체복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도 한 달이 지났지만 헌재 결정 전에 재판이 시작된  병역거부자들 중 200여 명이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대체복무제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 감옥행을 각오했던 이 병역거부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여 이들이  대체복무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전쟁없는세상은 병역거부자 시우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 평화주의 양심과 적극적인 평화운동 실천 또한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포함된다는 것을 증명한 중요한 판결이다. 평화를 위한 적극적이고 비폭력적인 실천을 이어가는 평화활동가들에게도 대체복무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더 나아가 대체역 심사위원회에서 종교적 신념뿐만 아니라 평화주의자들의 신념을 비롯한 다양한 양심이 인정되어야 한다.

 

2020년 11월 27일 전쟁없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