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 (전쟁없는세상 사무국, 무기감시캠페인 코디네이터)

 

전쟁없는세상 주:

사무국에서 뭉치가 사임하게 되면서 그 후임으로 오랫동안 전쟁없는세상에서 운영위원으로, 비폭력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워킹그룹 ‘피망팀’의 일원으로, 또 비폭력트레이너네트워크 ‘망치’의 트레이너로 함께했던 쥬가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쥬 인생의 첫 사회단체 상근활동이라고 하니 그 각오를 한 번 들어볼까요? ^^

 

무기 개발자가 되고 싶었어요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을 ‘무기 개발자’로 적어 낸 적이 있다. 보통 영화 감독, 화가 같은 예술계열 아니면 과학자, 프로그래머 등 이공계열이었는데 그해에는 공학자 중에서도 이렇게 구체적인 직업을 고른 걸 보면 왠지 모르게 무기에 관심이 많았나보다. 어릴 때부터 탱크나 전투기 장난감을 곧잘 가지고 놀았고, 전쟁 게임을 즐겨 했으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이 얘기를 나눈 건 처음인데 결격사유가 되려나? 무기 개발자를 꿈꿨던 내가 평화 단체 전쟁없는세상 활동을 하면서 무기감시 캠페인 코디네이터가 되다니 모순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십 몇 년 전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면서도 다른 사람이지 않은가. 본래부터 심성이 평화적이지는 않더라도 누구나 마음먹기에 따라 평화주의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없는세상과 함께 한 10

전없세를 처음 만난 건 2011년이다. 병역거부자 친구가 있었고, 다른 인권 단체 활동을 하면서 연대사업으로 전없세가 기획한 캠페인에 참여했다. 그 뒤로 전없세 활동에 관심이 생겼고, 2012년에 비전 워크숍에 참여하고 새로 생긴 피망팀(비폭력팀) 팀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마침 전없세가 활동의 변곡점을 맞아 재정비하던 시기였는데 때가 좋았다. 그게 벌써 10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걸 생각해보면 사건도 있지만 역시 ‘사람들’인 것 같다. 전없세를 통해서 존경스러운 동료 활동가들과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났으니까. 비폭력 트레이닝이나 평화 캠프 같은 자리를 통해서 다른 단체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전없세의 덕이다. 사람과 조직문화. 이게 전없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사무국 활동가로서 전없세와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전없세에서 배우고 느낀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이 기회를 통해 얻을 수 있길 바란다.

게임을 좋아한다던데?

보드게임과 비디오게임 모두 좋아한다. 요즘은 비디오게임 중에 퍼즐 게임을 주로 하는데, 예전에는 소위 전쟁 게임이라 불릴 FPS(1인칭 슈팅 게임)RTS(실시간 전략 게임)도 많이 했다. 보드게임 중에도 전쟁을 소재로 하는 것들이 더러 있다. 전쟁 게임을 한다고 해서 평화주의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구체적으로 어떤 게임이냐가 중요하고, 같은 게임이라도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아무튼 게임을 좋아하는 게 결국 활동으로 이어졌다. 예전 소식지와 지금 블로그에 ‘게임과 평화’라는 꼭지로 글도 쓰고, 사회운동 보드게임 <세상을 바꾸다: 광장에서 국회까지>도 만들었으니 나름 덕업일치에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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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수학은?

전없세 홈페이지의 소개 글에 게임과 수학을 좋아한다고 썼다. 스무 살 때만 해도 수학자가 꿈이었다. 지금은 더 이상 아니지만. 농담 삼아 순수수학만 배워서 써먹을 데가 없다고 하는데, 사실 뭘 하든 수학을 공부하면서 연습한 논리적 사고가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평화 운동도 예외가 아닐 테다.

그럼 수학이 평화 운동에 직접 쓰일만한 구석은 하나도 없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요즘 관심 갖고 있는 수학의 분야 중에 ‘게임 이론’이 있는데, 위에서 얘기한 게임은 아니고 상호 의존적인 의사결정으로서 게임을 다루는 학문이다. 이게 국제관계 이론에도 응용이 되는데 평화주의 관점에서 게임 이론적으로 국제관계를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건 무기감시 캠페인 코디네이터로서의 일은 아니고, 그냥 취미 생활에 가깝지만 말이다.

무기감시 캠페인 코디네이터로서 걱정과 기대

상근 활동가로 일하는 것은 처음이라 출퇴근하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방식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활동하는 것과 활동가라는 직업을 갖는 것은 다르니까. 게다가 전없세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하긴 했지만, 비폭력 프로그램에 주로 참여했지 무기감시 캠페인은 낯설어서 배우고 익혀야 할 게 많다. 그래서 동료들이 전없세에서 10년 활동한 쥬가 아니라 신임 사무국 활동가 쥬로 받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걱정되는 만큼 기대도 된다. 당장 올 9월에 열리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DX KOREA 2022가 첫 번째 난관인데, 어떤 비폭력 직접행동으로 이 죽음의 잔치에 맞불을 놓을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쉽지 않겠지만 동료 사무국 활동가 오리, 용석과 함께 잘 해낼 수 있길 바란다. 또 힘들 때면 언제든 무기감시팀 팀원인 뭉치, 쭈야, 날맹, 승호, 재욱이 큰 도움이 되어 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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