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 (비정규직 창작노동자)

📢 20주년 생일해를 보내느라 건너뛰었던 평화캠프가 올해는 기후액션캠프로 돌아옵니다! 👏

8/15(목)~18(일)까지 평택평화센터에서 진행될 올해 캠프는 군사주의와 기후위기의 연관성을 살펴보고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지 논의해보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군대의 탄소발자국은 전 세계 배출량의 5.5%에 달합니다. 군사부문을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중국, 미국,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배출량입니다. 하지만 군사부문 배출량 보고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각국의 ‘자발적 선택사항’입니다. 기후위기는 반군사주의의 이슈입니다. 우리 운동은 무엇을 해야할까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진 유한한 자원을 슬기롭게 활용해 문제에 대응할 수 있을까요? 올해 평화캠프는 기후액션캠프로 이 당면한 문제를 다룹니다. 구체적으로 고민할 주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 전쟁무기로서의 생태학살
  •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
  • 군비지출과 기후위기
  • 무기거래와 방위산업, 그리고 기후위기

캠프가 열리기 앞서 이 주제들의 실마리를 블로그 글로 3차례 연재할 예정입니다. 먼저 세 번째 글은 전쟁범죄로서의 에코사이드에 대해 랑님이 기고해 주셨습니다.

쿠웅ㅡ쿵.

거대한 고철덩이가 내는 엄청난 굉음이 땅을 묵직하게 울리며 발끝을 타고 온 몸으로 전해졌다. 그것은 일종의 전쟁이었다. 약자에 대한 무자비한 파괴와 침탈, 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모조리 짜 내 쓰고야 말겠다는 자연에 대한 살기 어린 학살행위는 풀 한 포기 남기지 않고 밀어버리는 군사작전과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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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건설되는 마지막 석탄발전소인 삼척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되면 이곳에서 핵발전소 2기 분량의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2년 전, 이를 막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과 함께 삼척을 찾았을 때 아름답던 맹방해변은 이미 석탄운송을 위한 항만공사와 방파제 건설공사로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아름다운 파도소리가 들려야 할 해변에서는 공사장의 기계들이 내는 굉음만이 가득했고, 해안선은 게걸스럽게 침식되어 모래사장이 1미터도 채 남지 않아 아스팔트, 보도블록들과 위태롭게 맞닿아 있었다. 해안침식을 막겠다고 짓고 있는 방조제에서는 대량의 진흙이 쏟아져 나와 에메랄드빛 바닷물을 잿빛으로 바꾸고 있었는데, 오직 물빛만 잿빛이 되는 건 아니었다. 삼척에 거주하는 주민분의 말에 따르면 공사를 위해 가져온 흙과 공사 중 나오는 건축 폐기물로 인해 물과 뭍에 어우러져 살고 있는 다양한 생명들의 삶터가 완전히 ‘초토화’ 되었다.

‘초토화 작전’
전쟁에서 모든 시설이나 물자를 적군이 이용할 수 없도록 모조리 파괴하거나 불태워 없애는 작전.

군사용어를 일상에서 쓰는 것은 고쳐야 할 나쁜 습관이지만, ‘안보’라는 허울로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자연을 파괴하는 군사주의와 ‘성장’이라는 환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생태파괴를 자행하는 기후위기는 그 원인과 과정, 결과가 꽤나 닮아있다.

  • 수많은 인간, 비인간존재들에 대한 착취 및 학살행위
  • (무기회사, 에너지회사 등)수익을 내는 기업과 그들의 파괴행위를 허가하는 정치인의 공조
  •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자의 막대한 희생을 외면
  • 명확한 가해자가 책정됨에도(막대한 부를 거둬들이는 기업 임원, 학살행위를 허가한 정치인 등) 그들에 대한 어떤 즉각적인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음

기후위기와 군사주의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경우도 많다. 2021년 녹색연합은 정보공개청구를통해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질의했고, 국방부는 처음으로 2020년 단일 연도에 한해 한국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했는데 이는 388만 톤CO2-eq으로 같은 해 공공부문의 온실가스 전체배출량(370만 톤CO2-eq)을 훨씬 웃돈다.¹

군사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이 조용하고 느린 학살이라면 군사시설을 확장하거나 건설하는 일은 즉각적인 생태학살(ecocide)을 야기한다. 현재 건설논의가 한창인 새만금신공항의 건설이 확정되면, 주한미군이 관할권을 가지고 있는 군산공항과 새만금신공항을 잇는 유도로가 건설될 예정이며 두 공항 중간지점에 관제탑도 추가로 설치된다. 새만금신공항이 시민을 위한 공항이 아니라 미공군의 제2활주로 건설을 위한 ‘군산공항 확장사업’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²

제주의 해군기지, 용산과 평택의 미군기지 등 군대가 머무는 곳에는 반드시 학살이 수반됨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군사시설은 건설만으로도 필연적으로 그곳에 살고 있던 인간을 내쫓고 비인간 존재들을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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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라갯벌 상공, F16 전투기가 착륙을 위해 활주로에 접근하는 중에 민물가마우지 무리와 충돌하는 모습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³

전쟁과 기후위기로, 부정의한 죽음이 매일같이 넘실대는 이 행성이 정말로 잿빛으로 변해버리지 않도록 매일을 붙잡으며 벼텨내고 있을 당신에게 민들레 씨앗을 후-하고 부는 마음으로 이 글을 띄워본다.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어렵고 힘든 시기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곁에 선 이들과 뚜벅뚜벅 걷다 보면 조금 나은 내일이, 옅지만 선명한 희망이 빼꼼 고개를 내밀지도 모른다.

이 글은 전쟁없는세상의 평화캠프를 준비하면서 지구별 어딘가에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당신을 초대하는 마음으로 적어내린 글입니다. 저는 7년 전 평화캠프에서 만난 멋진 활동가들과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오며 함께 활동하고 있는데요. 혼자서라면 절대 걸을 수 없었을 다양한 길들을 함께라서 걸을 수 있었고, 힘들 땐 기대 쉬기도 하면서 즐겁지만은 않았던 시간들을 버텨낼 수 있었어요. 제가 나눠 받았던 뜨겁고 보드라운 마음들을 올해에도 평화캠프에서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출처
1. 녹색연합 보도자료 <군대는 기후위기 대응의 사각지대인가>

[보도자료] 군대는 기후위기 대응의 사각지대인가


2. “새만금 신공항, 미공군 제2활주로 건설사업이나 다름없다” /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84851
3. “새만금 신공항 상공의 아찔한 ‘버드 스트라이크” /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78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