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없는세상의 후원 회원님께,
전쟁없는세상을 처음 만들었을 때가 생각나네요. 다른 단체 사무실에 월세를 보태며 더부살이를 시작했던 첫 사무실. 파티션으로 구획된 작은 공간 안 쪽으로 책상 둘에 컴퓨터 두 대가 전쟁없는세상이 가진 전 재산이었습니다. 그 컴퓨터도 누군가의 자취방에서 가져왔을 테고. 상근비 같은 건 줄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지만 그저 자발적인 의지만 있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시절이었죠. 우리는 회비를 늘리는 일이 커지게 되면 단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십여 년이 훅 흘러갔네요. 전쟁없는세상은 느물느물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해서 병역거부 캠페인과 비폭력 트레이닝은 물론 무기거래 반대 운동까지 주도하는 제법 괜찮은 평화단체로 성장했습니다. 해외토픽에서나 보던 새로운 저항방식으로 여기저기서 핫하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병역거부자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가들이 전쟁없는세상을 드나들며 역사를 써 나가고 있습니다. 단체운영이나 활동방식은 물론 일상적인 인간관계까지, 더욱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관계를 지향하는 회원들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선 평화단체가 인기가 참 없습니다. 단체들 어려운거야 인지상정이지만 평화단체 회원 숫자는 그 중에서도 가장 적습니다. 나름 역사와 연륜 있는 전쟁없는세상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래도 지난 2년간 열심히 회원 증가 운동을 펼친 결과 상근자 두 명에게 이전보다 더 많은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활동비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또 변화를 시도하고자 합니다. 상근자에게 최저임금은 지급하는, 재정적으로 건강한 단체로 한 단계 도약하려고 합니다. 며칠 전 있었던 총회결과 올해에는 활동가 세 명이 3일씩 상근을 합니다. 법정 최저 임금 기준으로 치면 1인당 699,732원 정도를 받아야 합니다. 현재 책정된 활동비가 1인당 60만 원입다. 대략 60명 정도 되는 회원이 5천 원을 증액하면 최저임금을 지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탁드립니다. 전쟁없는세상이 더 건강한 단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회비 증액 운동에 함께해 주세요. 평화활동가들이 안정적인 기반 아래 마음껏 활동을 펼칠 수 있게 해주세요. 전쟁없는세상과 함께 활동하고 싶은 분들이 전쟁없는세상에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찾아올 수 있도록 해주세요. 여러분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015년 2월의 어느날,
전쟁없는세상을 대표하여
나동혁 회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