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올해 참여하실 수 있는 비폭력트레이닝이 없어 아쉬우셨나요. 요즘 망치(비폭력트레이너 네트워크)는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주제로 내부 워크샵을 진행하며 분주히 노력중입니다. 얼마 전에는 ‘비폭력과 젠더’를 주제로 트레이닝을 진행했습니다. 유용하고 재미있는 사례들을 함께 살펴보았고, 이를 바탕으로 참여형 트레이닝까지 해보았습니다. 내부 워크샵인 만큼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 볼 수 있을지도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궁금하신가요? 망치에서 진행한 이번 젠더 트레이닝의 내용을 일부 재정리하여 공개해봅니다.
젠더를 주제로 한 내부 비폭력트레이닝을 통해 우리는 다음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첫 번째, 우리의 운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방법으로써 비폭력 직접행동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왜 젠더를 다뤄야만 할까요? 두 번째, 비폭력과 젠더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걸까요? 마지막으로 비폭력트레이닝에서 젠더에 대해 어떻게 다뤄야 우리의 운동을 성공적으로 잘 수행해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스웨덴의 평화활동가인 캐티스 라스카(Cattis Laska)의 의견을 참고했습니다.
우리는 사회의 억압과 부조리에 대항하여 운동을 하며, 평화와 정의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우리 안에서도 불평등을 지속시키는 권력구조가 계속해 작동하고 있습니다. 대항하고자 하는 사회의 억압과 부조리의 모습을 스스로에게 투영시키는 운동이 과연 제 구실을 할 수 있을까요? 운동조직 내에서 불평등과 같은 구조적·문화적 문제를 촉발시키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그 중 젠더는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입니다. 만약, 우리의 운동조직 내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퀴어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발언권이 잘 주어지지 않으며, 스스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운동은 민주적이기도, 효과적이기도 어렵습니다. 운동을 잘한다는 것은 단지 규모를 늘리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운동안에 보다 많은 관점과 경험을 위한 자리를 만들고, 보다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젠더 감수성은 우리가 비폭력운동과 캠페인을 통해 없애려고 하는 불평등을 우리 운동 안에서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두번째 질문, 비폭력과 젠더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걸까요?
우선 비폭력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간단하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비폭력은 모든 곳의 폭력을 끝내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폭력은 물론, 우리 운동 내에서도 말이지요. 비폭력은 지배와 통제로 돌아가는 위계적이고 억압적인인 구조와 그 권위에 맞서고 이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참여하고 권력과 책임을 공유하는 모습, 이것이 바로 비폭력의 지향이며 그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비폭력과 젠더를 어떻게 연결지어 고민해 볼 수 있는지는 이미 답을 찾은 듯 합니다. 젠더정체성은 사회적으로 부여되고 재구성됩니다. 젠더로 인해 주어지는 기대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사적 공적인 모든 방식으로 ‘처벌’당하며, 구조적이고 문화적인 모든 형태의 폭력에 직면합니다. 젠더의 시각은 폭력과 권력관계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다양한 폭력의 형태가 어떻게 젠더화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폭력은 모든 사례에서 불평등한 권력관계로 인해 나타나고, 권력관계는 폭력을 필요로 하며 특히 폭력의 재생산을 부추깁니다. 젠더에 대한 비폭력트레이닝을 통해 각자 젠더의 시각을 가지고 활동한다면 우리 자신 뿐 아니라, 우리 조직 안의 폭력적인 요인들도 변화할 것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에 있는 구조적은 폭력을 줄이는 방법이 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비폭력트레이닝에서 젠더에 대해 어떻게 다뤄야 우리의 운동을 성공적으로 잘 수행해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속한 조직을 다양한 질문들을 통해 점검해 보는 것이 우선순위가 될 듯 합니다. 이번 내부 트레이닝에서도 이를 함께 진행해보았는데요. 젠더의 시각을 통해, 젠더 이외의 구조적 문화적 폭력들을 발견해볼 수 있었습니다. 무겁고, 어렵지만 꼭 한번 점검되어야할 질문들을 몇가지 소개해봅니다.
캠페인 이슈 분석
– 우리 캠페인의 이슈에 의해 가장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현실과 욕구들이 캠페인/행동의 준비, 이행, 평가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제기되고 포함되었습니까?
사회를 향한 캠페인의 모습
– 워크샵, 프리젠테이션 혹은 대중 행동에서 어떤 사례나 시나리오들을 이용합니까? 기존의 규범들을 강화하는 대신 어떤 식으로 문제를 제기합니까?
내부 과정/조직화 구조
– 사용되는 언어는 얼마나 포괄적입니까? 다른 사람의 젠더 정체성에 대해 가정하지 않도록 어떻게 만들 수 있습니까?
캠페인/그룹 밖의 폭력 다루기
– 사람들이 국가 혹은 법집행기관에서 가지게 될 경험들(젠더, 인종, 계급, 출신 등에 따라 다른)을 어떻게 고려합니까? 사람들의 서로 다른 보호 욕구가 어떻게 그룹 내에 전달됩니까?
트레이닝에서 좋은 사례를 다루는 것은 우리의 또다른 방식의 재미있는 운동을 상상할 수 있게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반영하며, 이를통해 외부적으로는 보다 효과적인 운동을 진행하는 사례들은 좋은 자극이 됩니다. 무척이나 좋았던 내부 트레이닝에서의 사례연구들은 따로 소개가 될 수 있도록 전없세에 귀띔해 두겠습니다. 기대해주시길.
덧. 소개해드리지 않은 재미있는 툴이 있습니다. (아마도) 내년에 열릴 비폭력트레이닝에서 직접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