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전쟁없는세상)

 

지난 7월 8일, 한미 정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를 성주에 배치한다고 발표하였다. 사드 배치 지역이 확정되어 근래 들어 큰 뉴스거리가 되었지만 시민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그 이전부터이다. 우리는 사드 도입이 환경적인 부분, 안보부분, 경제부분, 외교부분 등 많은 지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정부는 한결같고 간단히 예측 가능한 답변(“사드는 대한민국의 안위를 위해 추진된 것”, “미국 MD에 참여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반발은 예단할 필요 없다”, “국민 건강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걱정할 필요 없다.”)으로 일관하였고 우리는 이것이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에는 대단히 허술한 진술에 불과하다고 느꼈다.

물론 국민들은 군사안보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곧 군사안보 문제는 ‘전문가’들에게 맡겨라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국민들이 우려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애초 사드 배치 계획을 고안한 한·미정부와 군 관계자들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의무로 귀결되어야 한다. 만약 정부가 지금까지 시민사회가 우려했던 부분에 대해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면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정부가 성주 주민들을 비롯한 국민 모두의 생각을 제고해볼만한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국가안보라는 미명 하에 이뤄지는 국가정책이 발표, 집행될 때마다 반복되는 패턴이 이번 사태에도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다는 것에 우려한다. 성주 주민들은 TV를 통해 자신들이 사는 곳에 듣기에도 무시무시한 전자파 발산체가 세워질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정부는 이 모든 게 다 북한으로부터 우리 모두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성주 주민들이 지역이기주의에 빠져 있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이러한 묻지마 식의 정책결정에 지역 주민들, 특히 제주처럼 고립된 섬이나 주민수가 많지 않은 평택 대추리, 성주와 같은 지역들은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드는 한국에는 전혀 불필요한 무기 체계이자 동북아,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평화를 가져다주기는커녕 오히려 군사적 긴장감만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그렇게 눈에 불을 켜고 색출하고 싶어 하는 외부세력은 절대 외부세력이 될 수 없다. 이 문제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시민으로서 내 세금이 군사적 긴장을 조장하는 데 사용되는 문제, 제로섬 사회에서 과도한 군사비 지출로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내 건강권, 내 교육권, 내 행복추구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세력은 더욱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가 외부세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리고 성주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저항을 조직해야한다. 군사력으로 평화를 살 수 있다는 군사주의의 진짜 모습이 7조원이 드는 F-35 전투기 도입에는 쿨하지만 누리과정 예산 4조 원에는 짠돌이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 이 글은 한살림의 월간지 [살림이야기] 8월 호(통권51호)에 기고한 칼럼으로 약간의 수정 후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