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사상 최악의 공습이라고 말하지만 앞선 언급한 알레포의 상황은 그간 시리아의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전쟁의 일상이다. 검색창에 시리아를 검색하면 연합군 작전에 의해, 정부군에 의해, IS에 의해 매일 같이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애매하게 껴버린 IS를 제외하고 민주주의를 둘러싼 갈등의 주체인 정부군과 반군은 자국민들을 국제적 미아로, 학살의 피해자로 만들면서 이 내전을 끌고 가는 것이 벅차지 않았을까. 5년이란 시간을 넘어, 이대로 전쟁이 계속된다면 이기더라도 결코 이긴 것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분명 숱한 고민을 했을 시리아들을 ‘지치지 않게’ 복 돋아줬던 이들이 있다. 그들은 군대도 보내주고, 무기도, 자본도 ‘전쟁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성심성의껏 함께 했다. 휴전협정에 서명을 할 만큼 이 전쟁의 명백한 당사자까지 되어버린 미국과 러시아가 그 주인공들이다.

2011년 3월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이 시작되고 시위대(현 반군)에 대한 정부의 무력탄압이 심화되자 유엔 안보리 회의가 소집된다.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규탄과 관련한 의결이 진행되었지만 러시아·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한다. 이듬해 유엔 안보리는 시리아 대통령에 대한 하야를 결의하려했으나 역시 러시아·중국의 거부권에 의해 무산되었다.
이후 러시아는 정부군, 미국은 반군을 지원하며 내전에 합류했고 러시아는 타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정치적 개입을 견제하고 IS를 제거한다는, 미국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호한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양국 모두 시리아의 안정을 위해 애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 반대이다. 두 열강의 참전 후 시리아는 민간인에 대한 학살, 테러, 그로 인한 대규모 난민 발생 등 그 어느 때보다 처참한 상황에 놓여있다.
날로 악화되는 시리아를 앞에 두고도 미국과 러시아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휴전기간 중 미국은 IS를 겨냥한 공습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시리아군을 폭격해 약 160여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고 구호물자를 수송하려 했던 유엔 역시 폭격을 맞았지만 누가, 어떤 목적으로 해당 작전을 지휘했는지 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천문학적인 금액은 차치하더라도 자국의 군대와 무기까지 투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잃을 것 밖에 없는 타국의 내전에 왜 이토록 모든 것을 걸어가며 전쟁을 이어나가려고 하는 것일까.
미국 의회조사국 CRS의 2014년 자료 기준, 세계 무기 수출국 순위에 미국과 러시아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것. 대량학살, 반인도적 범죄 또는 전쟁범죄를 저지르거나 그러한 가능성이 있는 국가의 무기류 및 군수품의 국가 간 거래를 규제하는 무기거래조약에 대해 러시아가 끝까지 서명을 거부한 것. 미국은 서명은 했지만 비준하지 않았다는 것. 미국과 러시아는 2015년 한 해에만 시리아 국민 250여명을 죽거나 다치게 만든 불법 대량살상무기인 확산탄(cluster bomb) 금지 조약에 서명하지 않았고 생산과 비축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는 것.
시리아 내전,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그들의 무기. 그 모든 것들은 결국 개별 사례일 뿐 아무런 연관성도 인과관계도 없는 것일까. 세계 전쟁시장을 좌우하는 주체가 다름 아닌 시리아 내전의 주체라는 것은 우연인 것일까.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앞서 나열한 저 사실들과 시리아 내전에 누구보다 깊숙이 관여되어 있는 그들의 모습이 괜스레 겹쳐진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의 참전 명분 중 하나인 IS는 아랍의 전쟁을 먹고 성장했다. 국제 앰네스티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IS는 전 세계 25개국에서 생산한 총기를 사용하고 대부분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유입된 무기들이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무기를 그곳에 두고 왔고 그 무기를 들고 싸우는 IS를 격퇴하겠다고 다시 그 땅을 찾아간 것이다. 또 무기를 들고, 또 무기를 팔면서.

한국도 이러한 복잡한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앞선 CRS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4년 세계 무기수출국 순위에서 8위를 차지했고 수입은 무려 약 9조원으로 세계 1위이다. 그 어떤 나라보다 전쟁을 준비하고 또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은 한화와 풍산이라는 세계 8위권의 확산탄 생산기업을 2개나 보유한 나라일 뿐만 아니라 IS에게 무기를 전달해준 이라크 전쟁에 파병을 감행하기도 했다.
시리아에 진 빚을 다 갚아도 모자랄 판에 한국 정부는 무기산업을 발전시켜 경제성장을 꾀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 정부는 나의 밥그릇이 어느 곳에선 총알이 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밥만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시리아 내의 민간구호단체인 ‘하얀헬멧’은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며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지난 5년의 전쟁기간동안 약 6만 명의 부상자를 구한 것으로 알려진 ‘하얀헬멧’은 진정으로 시리아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분명하고 설득력 있게 전하고 있다.
무기로는, 전쟁으로는 시리아를 구할 수 없다는 그 간단한 사실. 휴전이 끝난 후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진흙탕 싸움만을 이어가는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묵인하고 용인하는 세계. 고개를 들어 똑바로 응시해야 하는 순간인 것이다. 우리는 저 간단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들의 전쟁은 단 한 번도 시리아를 위했던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