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작년부터 전세계 평화운동 차원에서 기후문제에 함께하기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는데 평화와 기후정의를 위한 글로벌 행동주간(Global Week of Action for Peace and Climate Justice)이 그것이다. 첫 해였던 작년에는 9월 21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됐었는데 최소 20개국 5개 대륙에 걸쳐 60개 이상의 공동행동이 진행되어 평화와 기후 문제 연결에 대한 상당한 국제적 관심을 입증했다. 멕시코에서는 학생들이 군사비를 삭감하고 환경정의에 재투자할 것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여 그 결과를 멕시코 의회에 직접 전달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추출 산업과 무력 충돌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티치인과 포럼이 개최되었다. 인도와 말라위에서는 지역에서 군사주의와 환경 파괴를 연결하는 지역 행사가 개최되었다. 대서양의 피스보트 선상에서는 강의, 워크숍, 사진 액션이 진행되었다. 뉴욕시에서는 유엔 미래 정상회의에 맞춰 행동이 조직되어 비군사화와 글로벌 협력 요구를 증폭시켰다. World Beyond War는 3일간의 국제 온라인 회의를 조직했고 War Resisters International, Women and Gender Constituency 등의 국제단체들은 다양한 주제의 웨비나를 개최하였다. 단체별로 다양한 자료들도 발간하였다.
올해는 9월 15일에서 21일까지 진행된다. 이 글로벌 행동은 군사주의와 기후위기 사이의 연결고리를 조명하고 이에 대응하려는 시도로, 기존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것이다.
군사주의-기후 연결고리
평화운동가들, 연구자들은 기후변화를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군사주의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의 주제인 “전쟁에서 투자철회하고 정의로운 전환에 투자하라(Divest from War – Invest in The Just Transition!)”는 시스템과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에 대한 전략적 논리를 함축하고 있다. 실제로 군사주의는 생명뿐만 아니라 기후에도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 먼저 군사 부분 온실가스 배출의 규모를 생각해보자. 전 세계 군대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를 차지한다. 만약 세계의 모든 군사력이 하나의 국가를 구성한다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국가별 배출국이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이 부문은 대부분의 국제 기후 보고 요구사항과 감축 약속에서 제외되어 있어 글로벌 기후 책임에서 상당한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더욱이, 군사기관들의 자원 소비 패턴은 기후 영향을 더욱 악화시킨다. 2019년 미 국방부 산하 국방물자청 에너지국(DLA-E)에 초점을 맞춰 미군의 글로벌 물류 공급망에 대한 지정학적 생태학을 분석한 논문 Hidden carbon costs of the “everywhere war”: Logistics, geopolitical ecology, and the carbon boot-print of the US military은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ies)’이라는 핵심 개념을 제안하고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전쟁 수행 패러다임, 무기 체계, 관료적 요구 사항 및 폐기물 처리와 같은 요소들이 군사기관들의 화석연료에 대한 구조적 의존을 만든다.
그런데도 사회는 점점 전쟁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24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718억 달러라는 기록적 수준에 도달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9.4% 증가한 것으로 1988년 이후 가장 가파른 연간 증가율을 보였다. 얼마 전 NATO 국가들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2035년까지 GDP의 5%를 군사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는데 만약 이 목표가 달성된다면 향후 5년 동안 27억 6천만 톤의 이산화탄소 상당량을 추가로 배출하게 될 것이라고 글로벌 행동주간 조직가들은 계산했다. 이는 브라질과 일본의 연간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한다.
정의로운 전환 프레임워크
행동주간 메시지의 핵심은 ‘정의로운 전환’ 개념이다. 이는 착취적 관계에서 재생적인 경제·사회 관계로의 포괄적 전환을 의미한다. 이 프레임워크는 군사화되고 탄소 집약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과 현재 오염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공동체의 공정한 대우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배치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정의로운 전환 개념은 노동운동에서 출발해 기후정의운동에서 채택되어 기후환경문제의 해결책이 사회적 형평성을 다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글로벌 행동주간 조직가들은 이 슬로건이 군사비를 줄이고, 그 자원을 기후 문제 해결에 쓰자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군사 산업에 의존하는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고려하면서도, 환경 파괴와 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필요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행동주간 조직가들은 올해 글로벌 행동주간을 유엔 총회와 동시에 진행되게 그리고 브라질에서 열릴 예정인 유엔 기후회의 COP30을 6주 앞둔 시점으로 선택하였다고 밝혔다. 각 지역과 국가의 주최자들이 즉각적인 정책 논의와 장기적인 기후 협상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가 확산되고 있고 다자주의 기구 약화, 정책 결정에 대한 기업 영향력 증가 등 우려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기후 재정에 대한 글로벌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작년 COP29(바쿠 개최)는 기후 영향을 가장 심각하게 받고 있는 최빈개발국들(LDCs)이 회의 결과를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배신”이라고 선언하며 끝이 났다. 차라리 합의를 하지 않는 것 만도 못한 나쁜 합의였다는 것이 글로벌 기후운동의 중론이다. 최빈개발국들이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자금은 (충분히) 지원할 수 없다면서 군사 예산은 계속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각 국이 무엇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는지는 명백하다.
올해 글로벌 행동주간의 주요 메시지 및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사회적, 기후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군사 지출을 줄이고 방향을 전환하라
- 글로벌 군비 경쟁을 중단하라
- 다자간 협력을 강화하고 억지력보다 군축과 외교를 장려하라
- 우리는 오염원과 억만장자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 우리는 국가와 기업이 전쟁과 대량 학살로 이익을 얻는 것을 거부한다
- 우리는 군사화와 생태사회 파괴에 반대한다
- 우리는 탈군사화된 기후정의를 요구한다
- 우리는 공동안보와 사람, 지구의 안녕을 요구한다
- 우리는 무력, 사회적, 생태적 폭력으로부터의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한다
한국은 매년 9월 기후정의행진에 평화그룹이 ‘피스메이커 모여서 함께 걸어요’라는 기후위기 군사책임을 드러내는 행진을 진행하고 있고 카덱스, 아덱스 등 매년 9월 혹은 10월에 개최되는 무기박람회 저항행동을 통해 글로벌 행동주간의 취지에 함께하고 있다. 특히 전쟁없는세상은 올해 『군대와 탄소발자국: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라는 핸드북을 내고 포괄적이고 투명한 배출량 집계, 전쟁과 분쟁의 환경비용 공개, 구조적 감축을 위한 목표 설정과 전략, 평화와 기후정의를 위한 문화적 전환, 국방비 삭감을 통한 구조적 해결책을 한국 정부에 주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