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군 훈련 거부자 이상, 김형수가 예비군 훈련 거부를 함께 할 분들을 찾습니다.
- 첫모임은 10월 28일 7시 망원동 전쟁없는세상 사무실에서 열립니다.
- 이미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고 계신 분들, 아직 고민 중인 분들 모두 오세요.
- 혹시 첫모임에는 못 오더라도 앞으로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은 전쟁없는세상으로 연락주세요. peace@withoutwar.org
-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함께 걸으면 서로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군대에서 무능력하고 쓸데없는 사람 취급 받은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군대에 들어간 저는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존재였습니다. 6주간 받는 기초군사훈련에서 사격기술이 형편없었습니다. 1차 시기를 끝내고 나와서 합격 기준에 통과하지 못한 저는 자갈밭에서 ‘없드려 쏴’ 자세를 취하고 복명복창해야 했습니다. “나는 세금을 좀 먹는 존재다”라고. 아무래도 총알을 더 써야했기에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아냥과 조롱을 들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사람을 악에 받치게 해 이를 갈며 열심히 하게 하려는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군대 생활은 편했지만 누군가를 해치는 기술을 잘하도록 요구 받는 것이 괴로웠습니다. 잘 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습니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위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사람을 긴장시키는 공격적인 분위기와 인간관계도 힘들었습니다. 동시에 여성에 대한 성적인 편력이 능력과 훈장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에서 저는 찌질한 사람이었습니다. 군대에서의 저는 무능력하고 쓸데없고 인정받을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군대 가기 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교회를 다니는 저로선 생명을 해치는 기술과 역할을 요구받는 군대에 과연 가야하는 것인지 납득이 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과자로 사회생활을 하는 게 자신이 없었기에 고민을 유예하고 군입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을 해치는 군사행위 일체에 온 몸으로 동의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고서 괴로웠고, 적응할 생각이 들지 않는 조직 문화에서 군생활을 한다는 것이 고통스러웠습니다.
가시밭길을 걷더라도 좀 더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고 싶은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제대를 하고나서 무거운 멍에를 벗은 것 같아 후련했습니다, 한동안은. 예비군 훈련이 다가올 무렵 정말 친한 선배의 예비군 훈련 거부 소식을 듣고 유예했던 고민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더 이상 사람을 해치는 제도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전쟁이 나면 반대하겠다는 것은 고민을 한 번 더 미루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감옥이나 벌금 등 처벌이 두려웠지만 오히려 이 감정을 통해 제가 믿는 신(하나님)보다 국가의 제도와 처벌을 더 두려워한다는 것을 깨닫고서 신앙적 자괴감마저 느꼈습니다.
괴로운 삶이 아니라 버겁고 고통스럽더라도 좀 더 자유롭고 당당한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최소한 제 스스로의 양심에 떳떳한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전쟁보다는 평화, 폭력보다는 비폭력이 모두를 불행하게 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2014년 예비군 1년차부터 훈련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훈련에 무단 불참하게 되면 경찰에 고발이 됩니다. 고발이 되면 벌금을 내야합니다. 벌금을 다 내기도 전에 또 다른 훈련이 부과되고 무단불참했기에 또 고발이 돼 벌금을 내게 됩니다. 경찰서를 다녀온 날 다시 경찰서에 출석하라는 전화가 옵니다. 군대에 대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전쟁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사람을 국가는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고발과 처벌로 제 삶은 안정적으로 계획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갈수록 높아지는 벌금액도 버겁지만 일상생활을 파고드는 경찰서 출석과 재판은 일상적 직업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저를 옥죄어오고 있습니다.
예비군 훈련 거부를 함께하실 분들을 찾습니다
국가는 최소한의 틈,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살아갈 조그마한 틈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틈을 넓혀갈 분들을 찾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과 이유로 출발했다 하더라도 군대와 전쟁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평화의 영역을 넓힐 벗, 함께 만나고 싶습니다. 이미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고 계신 분들이나, 혹 아직 예비군 훈련 거부를 결심하지 못했더라도, 고민 중인 분들이 있다면 함께 고민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11월 중에는 예비군 훈련 거부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함께 할 예정입니다. 어려운 길이지만 함께 걷는다면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미약한 힘이지만 함께한다면 그래도 중요한 의미를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 가을, 예비군 훈련 거부자 이상과 김형수를 대표해서 김형수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