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미국에서 흑인은 버스에 타서 백인 전용 좌석에 앉아서는 안 됐다. 백인 전용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없었고, 도서관에 들어갈 때도 백인들과 다른 문으로 들어가야 했다. 오늘날 우리는 모두 이 모든 법적인 조치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얼마나 심각한 인권침해인지 알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흑인들이 백인들과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오히려 법이 인권침해를 옹호하고 보장해줬다.
이런 심각한 인권침해에 흑인민권운동 활동가들은 정면으로 맞섰다. 누구나 인종차별이 잘못이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하고 지적할 수 있으며, 더 이상 법의 이름으로 인종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는 지금의 시대를 살 수 있게 된 것은 온전히 흑인민권운동 덕분이다. 지금 세상에서도 물론 사회문화적인 차별과 혐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흑인을 차별하는 것을 법제화 하자거나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사람은 전혀 공감받지 못하는 것을 넘어 비난을 받을 것이다.
오늘 5월 24일 육군보통군사법원은 A대위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A대위를 범죄자로 명명했다. A 대위는 군대 밖에서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 이 사건에 대한 유죄 판결은 이성애중심주의와 군사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권침해라고 생각한다. 만약 A 대위가 이성애자였다면, 혹은 A 대위가 군인이 아니었다면 그는 처벌받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 법적 처벌 대상이 되는 건, 흑인이 버스에서 백인 자리에 앉았다고 처벌 받는 것만큼이나 말이 안 되는 일이고 심각한 인권침해다.
인권을 침해당하는 소수자들을 오히려 법의 이름으로 처벌했던 역사를 오늘의 우리가 부끄러워하듯이, 얼마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2017년 5월 24일 육군보통군사법원의 A대위에 대한 유죄판결을 수치스러운 역사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수많은 흑인 민권 운동가들의 투쟁으로 흑인을 차별하는 악법들이 사라졌듯이, 성소수자 운동가들의 활동이 군형법 92조6과 같은 악법을 폐지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또한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 인권침해에 맞선 투쟁들은 비단 성소수자 인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다양한 소수자들의 인권을 옹호하여 민주주의를 확장시키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쟁없는세상은 A대위에 유죄 판결을 선고한 육군보통군사법원을 규탄한다. 아울러 성소수자 활동가들의 투쟁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국방부는 성소수자들을 차별하고 색출하고 처벌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군형법 제92조의6을 즉각 폐지하라.
2017년 5월 24일 전쟁없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