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비폭력 트레이너 네트워크 망치, 전쟁없는세상 피망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갈등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여러가지로 반응을 하게 된다. 갈등을 모르는 척 하며 피하려 하거나 한쪽 편이 되어 싸우려 하거나 바로 타협점을 찾아 갈등을 무마시키려 하거나 갈등을 기회로 삼아 더 좋은 방식을 공동체에 도입하려 애쓴다. 모든 갈등에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갈등의 당사자인지 아닌지, 그 갈등에 영향을 얼만큼 받는지, 갈등의 당사자와의 관계가 어떠한지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할 것이다. 자신의 갈등 대응 유형과 다른 공동체 구성원들의 갈등 대응 유형에 대해 이해하고 나면 갈등을 잘 다루기 위한 방법을 찾기에 수월해지고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면서 상대와 자신의 만족을 위한 방법을 찾아낼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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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킬만에 의하면 갈등의 당사자일 때 갈등 대응 유형은 두 가지 관심사(자신의 목표, 상대와의 관계)의 정도에 따라 5가지로 나뉜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대한 열망이 더 크다면 경쟁대립형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커지고 타인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면 양보순응형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커진다.

 

회피형

갈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거나 갈등이 심화되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 불만이나 문제가 있어도 그냥 참고 넘어가고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을 무조건 피하고 보려하는가?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려하면 골치가 아파 도망갈 궁리만 하는가? 다른 사람과 부딪치게 되면 마음의 상처만 받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고 덕분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하도록 맡기는 편인가?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려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니라면 자신의 주장을 결코 꺼내려하지 않고 포기하는 편인가? 갈등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따지는 기분이 들어 피하고 싶은가? 나중에!를 외치며 지금의 문제를 미루고 싶은가?

회피형은 갈등을 제대로 다룬 경험이 없거나 그로 인해 상처를 받았던 사람들이 대부분 가지게 되는 성향이다. 갈등은 일단 모른척하고 피하고 넘기려 하거나 몰래 얼른 갈등이 종식되길 희망하고 기도하는 전략을 쓴다. 갈등의 원인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없고 대화에 익숙하지도 않다. 실제로 대화를 이끌어내기도 힘든 유형이다. 갈등 상태에서 본인의 실익을 주장할 엄두는커녕 상대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려하기 힘들어한다. 이들은 더 큰 갈등으로 악화될까 하는 두려움이 크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빨리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혹은 잘 해결되리라는 신뢰가 없고 당장 겪게 되는 불편함으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회피’는 갈등의 주된 쟁점이 사소하거나 관계가 그다지 의미가 없고 시간도 없고 결정이 꼭 필요하지 않을 때라면 적합한 전략이다. 혹은 당사자로 힘이 약하다면 힘을 키울 때까지 이 전략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쟁점도 중요하고 관계도 중요하다면 최악의 전략이 될 것이다. 모든 갈등에 회피만 한다면 관계도 안 좋아지고 얻는 것도 없어지고 갈등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만 쌓일 것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이라면, 갈등을 기회로 바꿔 생각해보라. 나중엔 나중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아무 것도 안 하면 아무 것도 못 얻는다. 중요한 문제라면 용기를 내보라. 만약 자신이 공동체 안에서 힘이 약해 영리하게 이 전략을 쓰는 거라면 열심히 다른 사람들을 관찰해서 자신의 주장을 도울 이들을 찾아보라.

이런 유형을 만난다면,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이 사람의 의견이나 주장을 경청해 본다. 갈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잘된 사례들을 이야기해준다.

 

양보순응형

갈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거나 갈등이 심화되는 상태에서,

상대방 감정이 상할까봐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잘 못하는 편인가? 내 주장도 정당하지만 다른 이들의 주장이 더 그럴 듯하게 들리는 적이 많은가? 내 손해보다는 상대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더 괜찮다고 여기는가? 상대방이 난색을 표하는 순간 순종적인 태도로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이게 되는가?

이 유형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려는 성향의 사람들이 많이 가지게 된다. 상대에게 맞추려하고 상대에게 동의한다. 정보수집이나 대화에 익숙하지 않아, 나서서 처리하려는 경쟁대립형의 사람들 뒤에 조용히 줄을 서는 편이다. 보통 주장을 강하게 하다가 나쁜 사람으로 몰릴까 두렵기 때문에 이 전략을 쓰려한다. 상대의 주장이 구구절절이 옳기 때문에 쉽게 설득되어 이런 유형의 전략을 쓰기도 한다. 모두를 기쁘게 하려다 한쪽 편만 들게 되어 미움을 받게 되면 견디질 못하기도 한다. 이들 역시 갈등이 악화될까 두려워 빨리 양보를 함으로 갈등을 종식시키려 하지만 관계를 좋게 유지하려했던 상대방은 양보를 당해(?) 자신이 강요하는 입장으로 비춰져 불편하고 부담스러워해서 관계가 더 좋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갈등이 빨리 해결되는 듯 보이나 다시 반복되거나 발전적인 방향으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경쟁대립 유형의 전략을 쓰는 사람들이 환영하는 유형이다.

‘양보순응’은 자신이 갈등쟁점에 대해 그다지 신경쓰고 싶지 않거나 힘도 없지만 남을 제지하고 싶지 않을 때 적합한 전략이다. 그리고 자신이 주장하던 입장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면 아주 훌륭한 전략이 된다. 자신의 주장에 확신이 있고 상대가 잘못 알고 있는 경우에는 최악의 전략이 된다. 자신이 주장하는 것으로 얻는 것이 중요할 때도 적합하지 않다.

이런 유형의 사람이라면, 이 유형으로 오래 반응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분노가 쌓이거나 좌절과 자존감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가만히 있으려니 남들이 가마니로 본다. 내가 양보한 만큼 상대가 자신을 좋게 평가하길 바라지만 그런 일은 매우 드물게 일어남을 기억하라.

이런 유형을 만난다면, 이 유형을 이용만 해먹다가는 더 큰 원망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수 있다. 혹은 점점 위축되는 동료를 보게 될지 모르니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것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관계가 아닌 쟁점 자체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해볼 분위기를 만들어본다.

 

경쟁대립형

갈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거나 갈등이 심화되는 상태에서,

늘 내 주장이 합리적이고 정당하므로 어떤 상황에서도 할 말은 하고 따질 것은 따지는 편인가? 한 번 정한 입장은 의심없이 단호하게 밀어붙이는 편인가? 다른 주장하는 사람들의 약점이 유독 눈에 잘 보이고 목표한 것을 얻을 방법들을 잘 찾는 편인가? 때론 포기할 줄도 알지만 지킬 것에 있어선 물러섬은 없는가?

이 유형은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위해서 상대와의 관계는 깨져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하고 행동한다. 정보수집에 능하고 전략을 잘 찾아내는 편이고 이겨본 경험이 많다.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는 신념이 강할 수록, 공동체 안에서 힘을 많이 가질 수록 쉽게 이 유형으로 반응하려 한다. 차이를 수용하기 힘든 권위주의적인 면모를 보이며 자신의 온갖 힘과 자원을 사용해 공격하는 데 능한 사람들이 많다.

‘경쟁대립’은 응급상황이거나 사소해서 다른 사람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을 때 도움이 된다. 자신의 주장이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확신이 있고 기존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더 공동체에 도움이 되리라는 확신이 있다면 이 유형으로 행동하는 것이 적합하다. 하지만 다른 구성원들의 협력이 중요한 경우에는 최악의 전략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문제에 일상적으로 이 유형으로 반응하거나 상대가 자존감이 매우 낮은 경우 이 유형으로 반응하는 것은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이라면, 자신의 주장하는 바가 중요한 만큼 다른 이들에게도 그들이 주장하는 바가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한다. 때로는 목표를 성취하는 것만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위협이나 공격은 문제를 더 키우므로 싸울 때와 물러설 때를 구분하고 주장이 다른 사람은 적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한다

이런 유형을 만난다면, 다른 사람의 협력이 더 좋은 결과를 나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고려할 수 있도록 시도해본다. 같은 편이라면 안도하며 뒤로 물러서기만 할 것이 아니라 열심히 주장하고 싸우는 것에 대한 노고를 인정하고 감사를 표한다. 그러면 나중에라도 다른 편이 되었을 때 귀 기울여줄 가능성이 생긴다.

 

타협절충형

갈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거나 갈등이 심화되는 상태에서,

갈등상황에서 적당한 선에서 중용을 지키는 편이라 여기는가? 다툼이나 문제 발생시 적당히 빨리 끝내는 편인가? 서로의 주장이 상충되면 내가 양보한만큼 상대도 양보하도록 하는가? 상대와의 관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자신의 목표도 추구하는 편인가? 서로의 감정을 다루기보다 양쪽이 얻는 것과 잃는 것을 공평하게 하도록 절충점을 잘 찾아내는가?

이 유형은 협상을 통해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적당히 서로 목표를 충족하는데에 관심이 있다. 갈등은 묵힐수록 더 문제가 커지므로 그 전에 빨리 타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서로 대화할 시간이 많지 않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이 중요할 때는 ‘타협절충’으로 행동하는 것이 적합하다. 최선은 아니지만 문제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할 때도 적합한 전략이다. 하지만 가까스로 찾은 타협점이 스스로도 수용하기 힘든 결과라면 최악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창조적인 해결이 절실할 경우 공동체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이라면, ‘적당히’는 최선이 아니다. 빨리 답을 찾으려다가 최선의 방법을 놓칠 수 있음을 기억한다. 때로는 긴 시간을 들여 문제를 해결할 때 더 근사한 방법과 더 나아진 관계를 만들 수 있음을 고려한다.

이런 유형을 만난다면, 여유를 가지고 모든 주장의 근거와 서로의 감정들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적당히 봉합하는 것이 오히려 갈등상황을 반복해서 겪게하거나 때로는 악화시킴을 상기시켜준다.

 

협동형

갈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거나 갈등이 심화되는 상태에서,

시간이 걸리고 힘들어도 문제의 근본원인을 찾아내 해결하려 애쓰는 편인가? 서로의 주장의 근거들을 충분히 듣고 고려하는 편인가? 대화할 때 상대에게 질문을 많이 하고 귀기울여 듣는 편인가?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상대방도 그러하리라 여기는 편인가? 내 목표 달성과 상대와의 관계라는 두가지를 동시에 충족할 방법을 찾는 경우가 많은가?

이 유형은 공동체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갈등이 생긴다면 그 원인은 나 자신과 상대방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불만이나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든 풀고 넘어가려 한다.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것에 익숙하고 반대의견을 수용해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과정을 중시하고 공동체의 변화와 성장에 열린 사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갈등을 평화롭고 창조적으로 해결해본 경험이 많거나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있는 경우라면 이런 유형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주장하는 것과 상대와의 관계 모두가 중요하고, 협력을 통해서만 문제해결을 할 수 있고, 창조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면 ‘협동’은 적합한 전략이 된다. 하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문제 자체가 사소하거나 다른 시급하고 중요한 일들이 많거나 서로의 신뢰도가 다른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런 유형의 사람이라면,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의 신뢰도와 애정의 정도는 서로 다를 수 있음을 기억한다.

이런 유형을 만난다면, 사소한 일은 대충 처리해도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