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디엑스이코리아 활동가)

 

두 번째 트레이닝에는 더 많은 활동가들이 모였다.

첫 번째 트레이닝은 동물해방을 위한 직접행동을 해보자는 같은 의지를 가진 여섯 사람이 모여 시작되었습니다. 비폭력 직접행동에 대한 어림짐작 정도로 시작한 활동에서 전쟁 없는 세상의 비폭력 트레이닝은 비폭력 직접행동의 뿌리 깊은 바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상황에 따른 역할극, 강제집행을 대비한 트레이닝 등 비폭력 트레이닝을 통해 배운 것을 바탕으로 저항하고 소통하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동물의 현실에 대한 정치적 담론의 물꼬를 트기 위해 도심 속 기습 시위를 벌였고 콘크리트로 몸을 결박하여 도살장 입구를 점거하며 동물 권리의 법적 보장을 요구했습니다.

첫 번째 비폭력 트레이닝을 통해 축적된 행동들이 사회에 드러나면서 더 많은 활동가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트레이닝은 그 간의 활동으로 만나게 된 더 많은 활동가들이 비폭력 직접행동의 가치와 실천을 함께 공부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연대의 스펙트럼 연습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연대의 스펙트럼 연습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각 모둠별로 메시지 좌표평면 연습활동 후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각 모둠별로 메시지 좌표평면 연습활동 후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비폭력 직접행동으로 ‘정제된 분노’를 전달하기

부정의한 사회와 그 안의 고통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분노하고 슬퍼합니다. 사회 문제와 우리가 동떨어져 있는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쉽게 분노할 수 있고 언제든 폭력적이고 적대적일 수 있습니다. 동물에 대한 끔찍한 착취가 사회의 정상성이 되고 심지어 그 고통이 은폐되고 가려지는 사회에서 진실을 마주한 이들은 사회의 잔인성에 좌절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적대적인 표현은 어떤 방식으로든 시선을 끌 수 있지만 동물의 현실을 우리가 매개하기 위한 방식으로는 효과적인 전달이 어렵습니다.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해 서 우리는 끊임없이 ‘정제된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야합니다. 전쟁없는 세상의 비폭력 트레이닝은 정제된 분노를 전달하기 위한 탁월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시스템에 대한 분노를 충분히 인지하면서 동시에 사회 변화에 대한 전략적 신뢰를 기반으로 정제된 분노를 효과적으로 표현합니다. 비폭력 트레이닝을 통해 당장의 분노에 살피기 어려웠던 전략적 대상을 스펙트럼으로 나누어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동물해방이라는 사회적 의제에 적극적 반대편에서부터 소극적 반대편, 중립, 소극적 우리편, 적극적 우리편의 스펙트럼을 두었습니다. ‘편’이라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로 인하여 분할되어 있는 것일 뿐 동물해방 운동은 누구나 동참할 수 있고 동참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 구조상의 스펙트럼 안에서 특정 범주의 대상을 어떻게 그 앞의 중립으로 나아가 적극적 우리편으로 한 칸씩 움직여 낼 수 있느냐에 대한 전략적 고려를 단계적으로 나눌 수 있어 메시지 전달 대상에 대한 면밀한 고려를 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어떤 스펙트럼에 놓인 대상이라도 그 안에는 폭력적인 시스템에 휘말린 개인이 존재함을 확인했습니다. 적극적 반대편까지 그야말로 모든 사회 구성원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연대의 가능성을 서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신뢰게임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신뢰게임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당연한 것을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폭력이 너무나도 당연한 세상에서 그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만들기 위한 운동을 한다면 필연적으로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반발에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와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조차 인정되지 않는, 우리 앞에 그 모습이 드러나지도, 본연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도 없는 비인간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권 운동에서는 그러한 반발이 더욱 강하게 돌아옵니다. 동물해방이 가당키나 하냐고, 사회운동이 아니라 현실을 모르는 배부른 소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진짜 동물의 현실을 안다면, 우리의 위치를 자각한다면 이것은 더 이상 편하게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나아가 동물에 대한 폭력은 명백하게 부정의하기 때문에 오히려 명백하게 변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나도 ‘인간적’이게 되어서, 비인간동물과의 구분이 너무나도 당연해진 분리된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에 동물의 현실을 가닿게 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요. 그리고 우리가 비인간동물 당사자가 아닌 인간 동물로 인간사회 내에서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요. 그렇기에 우리는 비폭력 직접행동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을 압니다. 비폭력 직접행동으로 우리는 인간이기 이전의 동물의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동물의 현실과 괴리가 큰 사회를 인지하고, 어느 한 사람만의 책임이 아닌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서 함께 바꿔나가야 할 사회적 연대의 힘을 비폭력 직접행동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장장 6시간의 비폭력트레이닝을 마치고

장장 6시간의 비폭력트레이닝을 마치고

멈추지 않을 앞으로의 비폭력 트레이닝이 기대가 된다

“비폭력 직접 행동은 위기를 만들어내고 긴장감을 조성함으로써, 여태껏 논의를 거부해온 지역사회가 문제를 직면하도록 합니다. 또한 문제를 극적으로 표출함으로써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합니다.” – 마틴 루터 킹

비폭력 직접행동에도 당장은 사회가 뒤바뀌고 동물해방이 성큼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기도 합니다. 폭력이 당연한 사회는 구조적으로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 우리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불의에 나서서 저항하는 사람들이 사회에 드러난 이후는 더 이상 그 이전과는 같을 수 없습니다. 감춰진 문제에 대한 물음과 긴장감이 세상에 놓이기 시작했고 더 이상 사회의 폭력이 당연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제 함께 답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비폭력 직접행동은 문제의식에 소극적인 수많은 사람들에게 행동과 생각의 지렛대를 제공합니다. 비폭력 트레이닝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매 트레이닝을 통하여 거듭나는 우리의 운동이 강한 불의에 맞서 저항할 수 있는 정의와 연대로 퍼져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