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악희(전쟁없는세상 병역거부팀 활동가, 징병제폐지를위한시민연대 활동가, 베이시스트)

 

전쟁없는세상 주:

전쟁없는세상 병역거부팀 활동가이자 베이시스트인 안악희 님이 세 차례에 걸쳐서 반전과 평화를 노래한 음악들을 소개합니다. 앞으로 일주일에 한 편씩 모두 3주에 걸쳐 연재됩니다. 첫번째로 1960년대 이전 음악 중에서 세 곡을 뽑았습니다. 메인 이미지는 1차대전 당시 호주의 징병제 반대 운동 포스터입니다. 징병제 반대에 투표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음악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요 수단이었다. 아직 신문도 방송도 없던 시절, 음악은 국가나 공동체의 이념을 전달하는 주요 수단이었고, 민중의 표현의 자유를 충족시켜주는 도구였으며, 때로는 저항의 수단이기도 했다.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던 시대에도 모두들 노래 가사는 잘만 외웠으며, 구전으로 떠돌던 노래는 현대에 와서 과거의 역사를 되짚는 자료가 되기도 한다.

대체로 예부터 전해져 오는 노래는 국가와 민족의 아름다움, 자연의 아름다움, 위대한 영웅의 행적을 표현하곤 하지만, 반드시 숭고한 이야기만을 담지는 않는다. 항상 전쟁과 위기 속에서 영웅이 등장하지만, 그 영웅 뒤편에 있던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은 전쟁이 언제나 되어야 끝나는지를 고대한다. 영웅이 얼마나 대단하든 민초들은 사실 별 관심이 없다. 이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따듯한 잠자리가 있던 정든 고향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런고로, 음악에서 반군사주의와 평화주의는 어제 오늘의 소재가 아니었다. 변방의 병졸들이 고향을 그리워 하던 고대 중국에서 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읊은 시는 이루 다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이 글은 이러한 평화와 반군사주의를 노래한 곡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세상의 이 많은 노래들을 모두 소개하기는 어렵기에, 이 글에서는 독자 여러분이 음원에 접근 가능한 20세기와 21세기 초반의 곡들을 위주로 추렸다. 특히, 한국의 다른 칼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곡으로 엄선하려 노력했다.

 

Johnny I Hardly Knew Ye(19세기 경)

이 노래는 한국에 “빙빙 돌아라”라는 제목의 민요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노래는 현재까지 불려지는 반전/반군사주의 노래 중 가장 오래된 노래라 할 수 있다. 18세기부터 19세기까지 아일랜드인들은 종종 동인도회사나 영국군의 일원으로 인도 전선에 투입되곤 했는데, 당시 자원해서 군대에 간 젊은이들이 팔다리를 잃은 모습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 노래는 조니라는 청년이 알아 볼 수도 없을 정도의 모습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광경을 묘사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노래는 종종 개사되어 군가로도 쓰였고, 7~80년대 한국의 집회와 시위에서도 훌라송이라는 이름으로 개사되어 쓰이곤 했다. 이 곡은 원래 군가로도 쓰인 만큼, 때로는 호전적인 곡으로 받아들여진 적도 있었지만(특히 미국 남북전쟁 당시 양쪽 군대 모두에게서 군가로 불렸다고 한다), 반전과 염전사상을 담은 노래로 불린 역사가 훨씬 더 길기 때문에 그러한 역사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할 수 있겠다.

 

1971년 영화 "Johnny got his gun"의 한 장면. 전쟁터에서 팔다리가 잘리고 시각과 청각을 잃고 언어능력도 잃은 병사가 병상에서 투병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71년 영화 <Johnny got his gun>의 한 장면. 전쟁터에서 팔다리가 잘리고 시각과 청각을 잃고 언어능력도 잃은 병사가 병상에서 투병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I Didn’t Raise My Boy to Be a Soldier – Peerless Quartet(1914)

19세기에 총력전이라는 방식이 등장하자, 전쟁에서 인간은 말 그대로 “갈려 나갔다”. 개틀링 기관총은 분당 400발의 총알을 쏟아내며 전선의 병사들을 쓸어버렸다. 참호전은 지리멸렬하게 진행되었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의 목숨은 기하급수적으로 소모되었다.

동시에 민권의식의 성장은 시민 개개인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에 대한 의미를 다시 묻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서사시에 나오던 영웅들의 숭고한 초인적 희생은 점점 퇴색되었다. 나라를 지킨답시고 전선에 나가 봤자 소모품으로 쓰일 뿐이고, 그 전쟁이라는 것도 실제로는 국가 수뇌부들의 치졸한 힘겨루기에 지나지 않았다. 이 노래는 1차 세계대전 개전 당시에 발표되어 1915년 65만장이나 팔려 나가는 대 히트를 기록했다. 이 노래는 천만 명이 전쟁에 나갔지만 돌아오지 못했고, 그 천만 명 중의 하나인 자신의 아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 노래는 1차대전 중후반기부터 시작된 징병제 반대 집회에서도 곧잘 불렸다고 한다.

 

Turn! Turn! Turn! – Pete Seeger(1959)

피트 시거는 미국의 저항 가수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밥 딜런 이전에 그가 있었고, 좀 더 전투적이고 선동적인 우디 거스리 이후의 평화의 시대를 상징하는 뮤지션이다. 그는 수많은 지역과 국가들의 민속음악을 소개한 포크 뮤지션이자(심지어 그가 부른 아리랑의 음원도 남아 있다) 젊을 적에는 공산주의자였고 노년에는 집회에 빠지지 않고 얼굴을 비춘 거리의 뮤지션이었다.

이 노래는 성경 전도서 3장 1절부터 8절까지의 내용을 인용한 것인데, 원래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으리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피트 시거는 여기에 “평화를 위한 시대는. 나는 너무 늦지 않았으리라 맹세한다”라는 구절을 집어 넣음으로써 세계 평화에 대한 노래로 전환시켰다.

이 노래는 훗날 미국의 포크 록 그룹 The Byrds가 커버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