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노회찬 재단>에서는 노회찬 의원을 기리며 매년 민주주의 발전과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증진에 기여한 개인 및 단체에 노회찬상을 수여하고 있는데요. 영광스럽게도 전쟁없는세상이 제2회 노회찬상 정의부문 수상단체로 선정되었습니다. (보도자료 보기) 평등부문은 정보인권운동을 일궈온 진보네트워크가 수상했습니다. 진보넷 같은 귀한 단체와 함께 수상한 것이 저희에게는 또 커다란 영광입니다.
<전쟁없는세상>을 제2회 노회찬상 수상단체로 선정하신 건 앞으로 대체복무제도를 더 인권친화적으로 개선하는 일, 무기거래를 감시하고 줄여나가는/중단시키는 일 등 평화를 위한 과제들을 더 잘 해내라는 응원이자 당부일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정의와 평등 실현을 향한 꿈을 꾸었던 고 노회찬 의원을 기억하며 <전쟁없는세상>도 그 꿈을 이어가겠습니다.
제2회 노회찬상 선정 이유
정의 부문 : 전쟁없는세상
누군가에게는 군 복무가 폭력에 가담하는 일입니다. 군대에서 전쟁을 준비하고 살상 방법을 배우는 것은 자신의 신념, 사상, 종교를 부정하고 인격을 파괴하는 일이 됩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사회는 평화주의의 신념을 가진 이들을 강제로 병영에 보내지 않습니다. 징병제 국가라 할지라도 병역거부자에게 대체 근무를 허용하지 않고 군 생활을 강요하는 것은 국가폭력이라 할 것입니다.
한국은 그동안 병역 거부를 특정 종교인의 예외적 행위, 소수의 일탈로 치부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병역 거부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지키고 보호하는 인권문제입니다. 평화는 보편적 가치입니다.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모색한 시민 모임이 <전쟁없는세상>입니다. 2003년 병역거부자 모임으로 출발한 <전쟁없는세상>은 청년 활동가가 참여하면서 대체 복무제의 필요성을 공론화했습니다. 국회와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소수의 활동가들이 이 ‘결함 있는 민주주의’를 고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분단체제와 군사주의 문화의 사회 분위기에서 <전쟁없는세상>의 도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기어코 단단해 보이던 벽에 구멍을 냈습니다. 2018년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대체 복무 거부를 위헌으로 결정하였고 같은 해 11월 대법원은 병역 거부자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전쟁없는세상>이 시민 의식을 바꾸고, 국회와 정부를 변화시켰습니다. 그럼에도 <전쟁없는세상>은 행진을 멈추지 않습니다. 징벌적 성격이 가미된 대체 복무제를 이름에 걸맞게 개혁하는 과제가 남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쟁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으며, 일상적인 차별·착취와 연결되어 있다는 자각에 따라 평화 활동의 외연을 넓혔습니다. “만들어진 모든 총과 진수된 모든 전함과 발사된 모든 로켓은, 굶주려도 먹지 못하고 헐벗어도 입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빼앗은 것”입니다. <전쟁없는세상>은 비폭력프로그램으로 일상적 사회활동에서 평화를 회복하고, 무기감시캠페인으로 전쟁을 가능케 하는 사회 구조를 깨는 일을 전개했습니다. 특히 무기 산업과 무기 수출의 감시, 군축 행동에 적극 나섰습니다.
세계 최고의 중무장 상태에서 상호 적대하는 동북아는 냉전적 대결 구도가 온존하는 위험 지대입니다. 그 틀에 갇혀 군대·무기에 의존해온 한국은 여전히 ‘안보 국가’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때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한반도 평화 행진은 멈춰 섰습니다. 군사훈련, 군비증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국가주의에 사로잡히지 않고 국경을 넘어 전쟁과 폭력을 반대하는 것은 평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입니다. <전쟁없는세상>의 젊은 목소리는 매우 소중합니다. 군사주의에 주눅 들지 않는 평화를 위한 당당한 외침은 계속 울려 퍼져야 합니다.
제2회 노회찬상 수상 소감
정의 부문 : 전쟁없는세상
제2회 노회찬상을 수상하게 되어서 매우 영광스럽습니다.
<전쟁없는세상>이 첫 발걸음을 시작했던 2003년, <전쟁없는세상>에 모인 병역거부자, 청년, 활동가들은 양심과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자들을 처벌해온 국가폭력의 역사를 끝내겠다는 꿈을 가졌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일제시대에 이어 해방된 조국에서도 병역거부자는 감옥에 갔습니다. 국가폭력이 가장 극심했던 유신시대 때는 억지로 끌려간 훈련소에서 총을 들지 않는다고 맞아 죽는 병역거부자도 여럿 나왔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병역거부가 양심의 문제로 사회에 널리 알려졌지만, 병역거부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여전했습니다.
모두가 병역거부자를 손가락질 하던 시기에 <전쟁없는세상>과 손잡고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법안을 발의한 의원 중 한 분이 고 노회찬 의원이었습니다. 공익시설이나 단체에서 사회 취약계층의 보호, 요양, 자활 등의 업무나 소방, 의료 또는 구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골자로 한 당시 법안은 양심의 자유를 확립하는 것을 넘어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들이 보다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기를 바랬던 고 노회찬의원의 소망이 담겨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 노회찬의원의 의정활동은 <전쟁없는세상>에게 큰 응원이자 힘이었습니다. 그의 공적은 <전쟁없는세상>이 병역거부자를 지원하고 대체복무제 마련을 위한 활동을 17년간 이어올 수 있었던 든든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2018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병역거부를 인권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있었고, 이에 따라 대체복무제가 곧 시행될 예정입니다. <전쟁없는세상>도 신발 끈을 다시 조이고 있습니다. 헌정사상 최초의 대체복무제 도입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무색하게 전 세계에서 가장 긴 복무기간이라든가 교정시설로 한정지은 복무영역, 현역 군인의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 등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대체복무제가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제도가 되도록 만들어 내는 일, 대체복무제가 평화와 안보의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도록 하는 일들에 <전쟁없는세상>은 앞으로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전쟁없는세상>을 제2회 노회찬상 수상단체로 선정하신 건 이 과제들을 잘 해내라는 응원이자 당부일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정의와 평등 실현을 향한 고결한 꿈을 꾸었던 고 노회찬 의원을 기억하며 <전쟁없는세상>도 그 꿈을 이어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