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경 (평택평화센터 사무국장)
평택에는 미군기지가 두 곳이 있다. 평택에 주둔하는 미군만 해도(가족, 군무원 포함) 대략 46,000여명. 평택시민 10명에 1명이 미군인 셈이다. 평택시민은 70여 년 동안 미군 항공기로 인한 군소음, 생물무기실험, 하수처리문제, 환경오염문제 등 꾸준히 미군기지로 인한 사건사고에 노출되어 왔다. 평택시민 대부분이 미군기지로 인한 사건사고의 피해 당사자인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군을 만나면 친근함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군기지 사건사고가 계속적으로 터져 나와도 미군은 우리를 지켜 줄 거라는 생각들이 평택시민 전반에 깔려 있다. 그것이 미군기지로 인한 사건사고 해결에 걸림돌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평택시는 지난 3개월 동안(4월 17일부터 ~ 7월 31일까지)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 기간 동안 평택 미군기지 안에서는 1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게 되었다. 미군의 대부분은 입국절차를 거치지 않고 평택오산미공군기지(K-55)로 전용기를 통해 들어온다. 입국 후에야 기지 내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되니 미군 내 확진자가 많아 질 수 밖에 없는 상황. 평택시민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군은 마스크 착용에도 소홀하다. 평택시내에 돌아다니는 미군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평택 시민들은 미군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는 것도, 같은 식당을 이용하는 것도, 노골적으로 얼굴을 붉히며 불편해하고 있다. 자칫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하는 상황.
평택시민사회는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자 주한미군 방역대책 마련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후 바로 3일 뒤, 주한미군은 기지 내 확진자 정보를 평택시민에게 문자로 그때그때 공개하게 된다. 주한미군이 이렇듯 빠른 변화를 보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현재 주한미군은 평택시 방역정책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후에도 기지 내 확진자가 계속적으로 나오면서 평택시와 시민사회는 주한미군 방역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를 통해 ‘미군기지내 확진자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평택시 방역정책에 적극 협조’ ‘미국 출국 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미군에게 강력히 요청했다. 간담회를 가진지 15일 뒤인 8월 11일, 미국내 코로나 검사방식이 개선되었다. 미국에서 출국 전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인 미군만 기지로 들어오도록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즉각적인 변화와 개선을 가져온 것은 민관이 같은 목소리로 미군을 압박해 이루어낸 성과이기도 하지만 평택시민들의 불안이 노골적으로 표출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한미연합훈련이다. 훈련은 8월 18일부터 열흘 동안 실시된다. 지난 7월 31일,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한미연합군사훈련 취소’ 건의문을 통일부에 보냈다. 건의문에는 코로나 확산 방지와 남북관계 신뢰 회복을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해 줄 것을 담고 있다. 미군 관련해 경기도가 직접 움직여준 사례는 극히 드물다. 코로나 확산 방지가 주요한 명목이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공식적으로 군사훈련을 취소 요청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한미연합훈련으로 평택 미군기지 두 곳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훈련이 실시되는 평택에는 훈련기간동안 미군 3,000여명이 들어온다. 이들이 훈련 후 휴가를 받아 평택시를 자유롭게 활보하게 된다. 코로나 상황에서는 이것이 위협적일 수 밖에 없다. 훈련으로 인한 더 큰 피해는 훈련기간 내내 밤낮없이 전투기와 헬기가 떠다닌다는 것이다. 전투기는 출격시간이 일정하지 않는데다가 새벽에도 헬기가 몇 시간씩 공중에서 떠있어 소음과 진동으로 주민들은 몸살을 앓는다. 전투기의 출력 소음과 헬기의 진동으로 사람들은 밤잠을 설친다. 2017년 기준, 평택은 한미연합군사훈련으로 월 10회 이상 전투기와 헬기의 야간비행이 이루어졌다. 훈련으로 인한 피해는 평택시민들의 일상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전쟁과 무기로 평화를 이뤄낼 수 없다. 70여년을 미군기지와 이웃하며 살아온 평택시민들은 전쟁 기지와 전쟁 연습으로 조용한 일상을 반납한 지 오래다. 코로나 확산 방지와 남북간의 신뢰회복, 더불어 평택시민들의 조용한 일상을 찾기 위해서는 전쟁훈련은 없어야 한다. 평택지역 주거면적과 거의 동일한 면적을 차지하는 평택 미군기지. 그곳이 전쟁을 위한 기지가 아니라 무성한 숲이었다면 … 평택시민들은 지금 어떤 삶을 영위하고 있을까. 이런 상상을 하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