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전쟁을 지탱하는가1]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전쟁을 바라는 이들, 군수산업체

이용석(전쟁없는세상)

입으로는 평화를 외치거나 전쟁에 대해 침묵하면서 실제로는 전쟁을 원하고 때로는 기획하거나 부추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전쟁을 원하고, 부추기고, 기획하는 이유는 바로 전쟁이 그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전쟁에서 이익을 얻고, 때로는 이익을 얻기 위해 전쟁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부추기는 자들을 일컬어 전쟁수혜자 Warfrofiteer라고 부릅니다.

돈벌이가 되면 아무에게나, 아무거나 다 파는 무기상인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누군가를, 특히 가난한 사람이나 약한 계층을 등 처먹지만 않는다면 돈 버는 일을 누가 뭐라고 비난하겠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는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일부러 나쁜 짓을 하는 회사나 사람도 많습니다. 애국이나 평화를 이야기하지만 사람 죽이는 것 말고는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고철덩어리를 만들어 비싸게 파는 군수산업체와 무기상인들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메렉스가 판매한 무기를 사들인 이들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선,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에 대해 사고 차량을 판매한 자동차 영업사원이 짊어져야 할 정도만 책임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전쟁을 팝니다』 166쪽)

독일계 무기중개상인 메르틴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치 제3제국의 전쟁영웅이었던 메르틴스는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오랜 세월 동안 악명높은 전쟁범죄자들과 사업적 파트너십을 맺고 세계 곳곳의 독재정권에 전쟁 무기를 팔았습니다. 돈벌이가 된다면 진영도, 이념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등이 고객이었고, 미국이나 (통일 전) 서독도 메르틴스의 고객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돈만 되면 타노스한테 인피니티 스톤 팔아먹고 어벤져스한테는 인피니티 건틀렛 팔아먹을 인간입니다. 메르틴스가 대표적일 뿐 대개의 무기 상인들, 군수산업체들이 돈만 된다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독재 정권과 거래를 합니다.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바버라 소령』에 나오는 무기상 앤드루 언더샤프트는 “인간성이나 정치적 신념 따위와는 상관없이, 가격을 제대로 쳐주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무기를 대주라”는 신조를 가진 사람이라고 합니다. 언더샤프트의 실제 모델은 바질 자하로프라는 무기상으로 그 또한 메르틴스만큼이나 악명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전쟁으로 막대한 돈을 버는 거대 군수산업체들

오늘날 거대 군수산업체들은 전쟁 무기의 생산과 판매, 유통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이들은 무기를 더 많이 만들어서 더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게 목적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들은 돈이 된다면 누구에게든 어떤 무기든 팝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의 규모는 어마어마합니다. 스톡홀름평화연구소(SIPRI)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에서 매출이 가장 높은 100개 군수산업체의 무기판매금액을 합치면 약 4200억 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498조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입니다. 이 금액은 중국 기업을 제외한 숫자이니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무기가 사고 팔렸을 것입니다.

군수산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무기를 판매하는 기업은 록히드마틴입니다. 록히드 마틴은 2017년 무기 판매로만 4천4백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그해 애플의 매출이 2억1천5백만 달러, 삼성전자의 매출이 1억7천4백만 달러입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1/5, 1/4 수준이라 금액이 커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팟, 맥을 생산하는 애플과, 스마트폰부터 TV, 냉장고, 세탁기 등 거의 모든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삼성전자와 견줄 수 있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큽니다. 무기는 전 세계 70억 인구의 필수품인 스마트폰과 매출액을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팔리는 상품입니다.

스톡홀름평화연구소(SIPRI) 의 설명에 따르면 제조업체 리스틑는 Fortune Global 500 for 2017, 군수산업체 리스트는 SIPRI Top 100 for 2017에 기초했습니다.

군수산업체들은 이렇게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하지만, 우리는 그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들은 은밀하게 움직이고 무기를 사고파는 일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안보를 이유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수산업체들이 전쟁을 직접 기획하거나 일부러 일으켰다는 명시적인 증거를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결과로 드러나는 모습을 보면 이들과 전쟁, 혹은 군사적 갈등의 관계가 아주 밀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과 매출로 드러나는 군수산업체와 전쟁의 관계

록히드마틴이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한 건 2017년이었습니다. 위의 표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영업이익이 무려 510억 달러입니다. 록히드마틴의 기록적인 매출액은 F-35 전투기 판매와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 관련 매출이 늘어난 덕입니다. 미사일과 사격통제 부문의 판매가 2016년 대비 2017년에 9%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한 2017년은 연초부터 트럼프와 김정은이 서로 자기 책상 위에 더 큰 핵단추(핵미사일 발사 버튼)를 갖고 있다고 자랑하던 해입니다. 북한과 미국 간의 군사적 긴장도가 매우 높아졌고, 그 틈을 타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를 압박해서 사드 포대를 배치하게 합니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것만큼 무기 팔기 좋은 때가 없는 거죠.

반면 무기가 안 팔리고 군수산업체들의 가치가 똥값이 될 때도 있습니다. 록히드마틴이 최고 매출을 올린 2017년 바로 다음해 4월 27일, 록히드마틴의 주식가치가 폭락합니다.

그래프를 보면4월 27일에 주식이 폭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록히드마틴뿐만 아니라 미국의 군산복합체들의 주식이 일제히 하락했고(레이시온 3.9% 하락, 노스 롭 그루먼 3.4% 하락, 제너럴 다이내믹스 3.8% 하락) 5대 군수산업체의 주가 하락으로 100억 달러 이상의 시가 총액이 날아갔다고 합니다. 보통 주식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다고 합니다. 군수산업체들의 매출이 별 볼 일 없어 질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였던 겁니다. 2018년 4월 27일은 남북정상회담,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였던 도보다리 회담이 있었던 날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은 당시에는 실제로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성큼 다가올 거라는 기대를 부풀게 했습니다. 평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수록 무기 거래 시장이 위축되고 군수산업체들의 돈벌이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군수산업체의 돈벌이와 전쟁, 혹은 군사적 긴장 사이에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전쟁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처럼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나거나 군사적인 긴장이 높아지면 군수산업체가 돈을 벌고, 반대의 경우엔 돈벌이가 시원찮아집니다. 당연하게도 수산업체들이 전쟁과 군사적 갈등을 반기고 각종 평화회담이나 평화협정에 정부가 나서는 것은 싫어하는 건 너무나 뻔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트럼프도, 토니 블레어도 영업사원일 뿐

물론 이 자연스러움이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흔히들 자본주의의 천박함이 극에 달한 나쁜 기업들을 고발하기 위해 ‘사람 목숨 값을 하찮게 본다‘는 비유적인 표현을 쓰는데요, 군수산업체들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사람 목숨 값으로 돈을 법니다. 더 많은 사람을 더 효율적으로 죽이고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무기를 판매하니까요. 기업으로서 돈을 벌려는 욕구 자체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군수산업체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행동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여느 회사들이 매출이 늘지 않을 때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처럼 무기회사도 매출을 늘리기 위해 무엇이든 합니다. 그리고 그 무엇에는 ‘전쟁을 반기는 것’을 넘어서서 ‘전쟁을 원하는’ 좀 더 적극적인 행동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군수산업체들의 적극적인 행동은 안타깝게도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쉽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모든 것을 가릴 수도 없습니다. 군사산업체들의 적극적인 전쟁 옹호가 빙산이라면 수면위에 살짝 드러나는 것이 바로 방산비리입니다, 1990년대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율곡비리 사업부터, 최근 와일드캣 헬기 수입을 둘러싼 논란까지 군수산업과 방산비리는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블랙마켓에서 오가는 비정상적인 거래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 간의 거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뇌물과 리베이트가 오가는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 전체 규모는 파악조차 어렵습니다. 드러난 방산비리조차도 전체 규모에서는 아주 일부분일 것입니다. 국제투명성기구 조 로버의 연구에 따르면 세계 무역 거래에서 일어나는 부패 사건의 40%는 무기 거래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무기 거래의 추악한 시장을 고발한 다큐 <Shadow World>의 원작자이자 국제 부패 감시 단체인 ‘코럽션 워치 Corruption Watch’ 활동가인 앤드류 파인스타인은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글에서(‘무기거래와 방산비리는 한 몸’) 무기 거래 산업에 이토록 많은 비리와 부패가 일어나는 까닭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이 죽음의 거래에는 왜 그리도 많은 비리가 발생하는 것일까?
그 첫째 이유는 방위산업이 국가방위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현실, 또 방산업체의 고위층이 정부 관료 및 정치인과 극도로 친밀한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방산업체, 정부, 의회, 군, 정보기관, 심지어 외교부까지 연결된 회전문 인사가 그 배경이다.
둘째로는 무기 거래가 극도로 전문적인 영역에 속해서 구매 품목과 구매처를 정하는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점 때문이다.
셋째로는 수천만 달러, 또는 수조 달러에 이르는 대형 계약이 매해 10여 건에 불과해서다. 이는 뇌물을 줄 사람은 적고 액수는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넷째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모든 일이 국가안보라는 명목으로 비밀의 장막 아래 이뤄져 이런 뻔뻔한 범죄 행각을 감추기 쉽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의 수반이 이 검은 거래의 영업사원으로 나서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난 뒤 첫 순방지는 사우디아라비아였습니다. 사우디에 가야할 다른 중요한 일도 많았을지도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에 보답하기라도 하듯이 사우디 왕실은 1100억 달러(약 123조 350억 원) 규모의 미국 무기를 구매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 규모는 오바마 때 사우디아라비아가 사들인 미국 무기 구매액을 넘는 수치입니다. 록히드마틴이나 보잉, 레이시온 같은 업체로서는 트럼프가 최고의 영업사원이었을 것입니다. 트럼프가 직접 영업을 뛰었다면 영국의 토니 블레어는 영업사원의 역할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토니 블레어는 총리 시절 영국 군수산업체인 BAE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고위층 인사에게 60억 파운드 가량의 뇌물을 준 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단시키기도 했습니다.

전쟁의 진짜 주인

이러니 전쟁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도 듭니다. 국가안보를 핑계 삼아 법망도 피해 가면서, 대통령을 영업사원 삼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제조업 회사들만큼이나 돈도 많이 벌어들이는데, 군수산업체들이 기세 등등 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우리는 군수산업체들이 전쟁수혜자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전쟁을 반기며 때로는 돈벌이를 위해서 전쟁을 기획하거나, 군사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을요.

정치인들이나 군인들에 비해 전면에 잘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전쟁의 중요한 당사자, 어쩌면 진짜 주인은 바로 군수산업체들일지도 모릅니다. 선전포고는 정치인이 하고, 전투를 수행하는 것은 군인이지만, 그 뒤에서 전쟁을 기획하고 추진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군수산업체들일 테니까요.

군인이며 전쟁 영웅 출신인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퇴임 연설에서 군부와 군수산업 세력이 결탁한 군산복합체의 등장을 경고하고, 세금을 방위비에 쏟아 붓는 것은 국민들의 생필품을 도둑질 하는 행위((『미국민중사2』 398쪽)라고 비판했습니다. 결과를 보자면 아이젠하워의 경고는 군수산업체들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세계 강대국의 정치지도자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전쟁터에서 주판알을 튕기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