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비폭력트레이너네트워크 망치, 전쟁없는세상 피망팀)

 

활동가들은 재능이나 기술습득 여부와 상관없이 회의 진행부터 기자회견이나 집회의 사회를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토론자로 섭외 받거나 토론회의 진행자가 되거나 발표회나 보고회 뿐만 아니라 따로 정해진 틀이 없는 행사의 진행을 맡을 수도 있다. 강의를 받거나 워크숍이나 트레이닝의 진행을 맡게 되는 경우도 있다. 후자를 맡게 되는 경우 나름의 기술과 노하우들이 있겠지만 처음 시도해보는 이들을 위해 그동안 배웠던 것, 실천해보고 도움이 되었던 것 위주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두려움과 친해지기

 많은 이들이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의 눈을 마주치는 것 자체가 온 몸의 세포를 굳게 만들고 호흡도 멈추는 경우부터, 머릿속이 하얘지거나 눈앞이 깜깜해지거나 혀가 굳어버리는 증상까지 원인도 다양하고 해법도 다양한 두려움들이 있다. 그렇다고 활동가가 되어 발표라던가 진행이라던가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흔히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만 극복의 대상은 두려움이 아니라 진행해야하는 눈앞의 현실이다. 두려움과 함께 있어 보면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1. 잘하지 말자

아마도 두려움의 가장 큰 원인은 ‘잘’하려고 하기 때문이고 나는 ‘잘’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제일 많으리라 짐작된다. 여기서 기억할 것은 ‘잘’하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잘’하려고 하지말고 해야할 것만 하자.

2. 숨쉬기

긴장을 하게 되면 몸이 저절로 위축이 되고 호흡이 얕아진다. 목소리도 떨리고 신체 일부에서 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냥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해보자.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미 이상하게 보고 있거나 사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는 처방에 의하면 원더우먼 자세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다리를 골반넓이보다 조금 크게 벌리고 서서 허리에 손을 얹는 자세다. 그 자세를 하면 일단 몸이 펴져서 호흡이 깊어질 수 있다. 일단 눈읖 감고(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차단) 심호흡 세 번 정도하면서 자신이 해야할 말, 순서 등을 기억해보자. 이번엔 시험삼아해보고 다음에 잘하자고 주문을 만들어 외워도 좋다.

3. 기억하기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기억하자. 준비해야할 것, 꼭 알려야할 것, 순서들, 도움을 받는 방법 등을 적어놓고 체크하자.

4. 도움을 요청하기

참가자들은 당신을 잡아먹는 괴물이 아니라 당신이 삐끗할 때 웃으며 친절하게 다음을 기다려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자신의 긴장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하자. 참가자들도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고 어쩌면 도움을 주기도 한다.

5. 실패하기

사실 성장은 여러번의 실패 속에서 일어난다. 낯선 사람들 대상으로 말고 허용이 되는 모임이나 연습모임 등을 만들어 시도해보고 넘어져보는 것은 아주 도움이 된다. 왜 넘어지는지 뿐만 아니라 어떻게 넘어질 때 덜 아픈지, 잘 넘어지는 방법을 배울 때 안 넘어지는 기술도 습득될 것이다.

 

분위기 만들기

자신의 마음속 불안을 잠재웠다면 이제 외적인 부분을 설계해보자. 진행자뿐 아니라 참가자들 역시 참가에 대한 불안이 있을 수 있다. 특히 갑작스럽고 익숙지 않은 상황에서 참가자들은 두려움을 경험하고 혼란스러워한다. 위축되거나 회피하거나 거부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되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참가자들은 익숙하고 긍정적인 경험 안에 있을수록 안전함을 경험한다. 그 안전함 속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편안해서 잠들어버리는 정도까지는 아니어야 한다. 조금은 낯설고 어느 정도는 긴장되는 경험에서 살짝 불편하지만 참을 만한 수준에서 더 많은 배움과 성장이 일어난다. 참가자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도전해보는 수준의 편함과 불편함의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다.

1. 자리배치

기자회견이나 패널이 정해져있는 토론회라면 모를까 회의나 워크숍 등은 서로 얼굴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배치가 좋다.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은 평등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회의는 책상이 있는 편이 좋지만 워크숍의 경우 의자만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 참가자들이 필기를 따로 할 필요가 없고 서로 간에 유대감과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면 특히 책상없이 자리를 배치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2. 참가자에 대한 파악과 참여자 스스로 기대하는 바에 초점두도록 하기

같은 프로그램이어도 진행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참가자에 따라 더 큰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불행히도 참가자를 선택할 수 있는 진행자는 많지 않다. 미리 참가자들에 대해 알아보고 유의할 점을 정리해보고 생길 수 있는 돌발상황 등에 대해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사전에 참가자들의 성향이라 할 만한 것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참가자들에 대한 선입견이 생겨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

참가자의 장애여부를 미리 알면 접근권을 고려한 동선을 짤 수 있고 필요한 지원(활동지원, 문자통역이나 수어통역 등)을 준비하거나 알아볼 수 있다. 식단이나 간식을 준비해야하는 경우 채식여부도 물어볼 필요가 있다.(진행 뿐 아니라 준비도 해야하는 경우)

필요한 정보들은 참가자들이 자기 소개를 할 때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주로 어떤 이유로 모인건지, 모임에서 원하는 것들 등을 미리 알아두고 모임에서 여유가 된다면 자기 소개를 하면서 간략하게 직접 기대를 말하게 하는 것도 모임에 집중하도록 돕기도 한다.

3. 고요하게? 여유있게? 활기차게?

분석을 하거나 과거를 돌아봐야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경우 참가자들이 차분해질 수 있는 분위기(약간 어둡게 하고 가운데 초를 두는 것도 좋다. 초가 타고 있으면 사람들은 일단 불이 날수도 있다는 생각에 차분하게 행동한다.) 조용한 음악을 틀어두거나 명상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거나 계획을 세워야하는 경우에는 간단하게 몸을 풀어줄 필요도 있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서로 배울 수 있도록 하거나 원으로 서서 옆사람의 등을 두드려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몸을 움직이는 게임 등을 해보는 것도 좋다. 신체접촉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하는지에 따라 게임 중 일부를 수정해야할 필요도 있다. 신체접촉에 거리낌이 없는 집단이라면 신체접촉을 통해 참가자들 사이의 유대감과 신뢰를 높이기도 한다.

팬데믹 시대에는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 도구를 사용하거나 눈빛, 소리 등 비접촉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다. 손소독제를 옆사람에게 짜주면서 돌아가면서 발언하도록 한다던지, 손짓을 활용한 신호를 보내는 것을 해보는 것을 시도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