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미써번(Andrew Metheven)

전쟁없는세상 주:

매년 여름에 개최되었던 평화캠프가 올해는 열리지 못했습니다. 대추리를 그리워 하시는 분들, 부녀회의 비건식단이 눈에 선하신 분들, 평택평화센터의 지열을 활용한 친환경 에어컨이 생각나시는 분들의 많은 문의를 받았는데요 코로나 팬데믹이 당최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진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올해는 팬데믹 버전으로 10월에 온/오프라인 워크숍을 병행해 <2020 평화캠프 팬데믹 버전: 슬기로운 사회운동 탐구하기>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하루짜리 오프라인 트레이닝을 기획 중이지만 요즘같이 유동성이 심한 상황에서 정말 확정적인 일정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계획 중인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일단 다여리에 적어두세요~

  • 1회차 오프라인: 10월 24일 (토) 오전 10시~오후6시, 보드게임으로 배우는 사회운동전략이란 무엇인가
  • 2회차 온라인: 10월 27일 (화) 저녁 7시반~9시, 팬데믹과 군사주의 (국가는 팬데믹 상황에 어떻게 군사적으로 대응하는가)
  • 3회차 온라인: 10월 29일 (목) 저녁 7시반~9시, 팬데믹과 사회운동 (사회운동은 이에 어떻게 도전해왔고 도전할 것인가)
  • 평가 및 작별인사: 11월 3일 (화) 저녁 7시반~8시반

그리고 전없세 블로그에는 올해 팬데믹 버전 평화캠프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팬데믹과 사회운동에 관한 좋은 글들을 몇 편 소개할까 합니다. 앞으로 소개할 글들은 War Resisters’ International(WRI)에서 발행하는 잡지 Broken Rifle 113호(2020년 8월 발행)에 실린 글들이예요. 영어 원문은 https://wri-irg.org/en/publication/broken-rifle/113/broken-rifle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쏴 죽여버려.”

이것은 필리핀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의 명령으로, 국가의 군인과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의 영향을 제한하기 위해 시행된 엄격한 봉쇄조치(lockdown)를 위해 “계엄과 같은” 접근 방식을 사용해야한다는 명령이었다. 취객에 대한 총격, 개 우리에 갇힌 젊은이들, 통금 위반자들이 음식과 물 없이 구금되어 있다는 주장 등을 포함, 검역 봉쇄조치 위반에 대한 경찰력의 남용 및 살해에 관한 이야기가 곧 이어졌다. 필리핀에서는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봉쇄조치 조건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경찰이 수천 명을 살해한 “마약과의 전쟁”과 유사한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이 전술은 가택수색 및 코로나 증상이 의심되는 지역 사회의 다른 사람들을 이웃이 신고하도록 장려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필리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 미셸 바첼레트(Michelle Bachelete)은 “비상 권력은 정부가 반대를 진압하고 국민을 통제하며 그들의 시간을 영속화하기 위해 휘두를 수 있는 무기가 되어서는 안된다.”라며 많은 정부들을 비판했다. 이러한 봉쇄조치의 군사화된 성격을 이해하면 군사화된 치안 유지의 성격과 그것이 우리 지역사회의 안녕과 자유에 미치는 위협, 그리고 그것에 저항하고 도전해야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전쟁지역 밖에서는 경찰과의 만남이 많은 사람들이 군사화를 경험하는 가장 직접적인 경험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팬데믹 전에는 군사주의가 점점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제는 팬데믹의 거대한 위협을 고려할 때 전 세계 군사 경찰의 손에 쥐어진 극심한 폭력의 위험이 더욱 심각해졌다.

“군사화”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전쟁에 참여하는 군대가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관행, 시스템, 전략 및 사고 방식을 사용하는 국가를 언급한다. “전사정신(Warrior Mentality)”은 미국 경찰을 훈련하는 트레이너들에 의해 추진된 주제로,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대응하고 통제해야 할 위협으로 보고 폭력적이거나 심지어 치명적인 갈등 관리 방법을 우선순위에 놓으며 “우리 대(對) 그들”이라는 사고방식을 만들어 내는 치안 유지에 대한 접근법을 묘사하고 있다. 군용 무기와 종종 불충분한 책임감과 결합되는 이러한 접근방식은 어떤 상황에서도 유독한 조합이다. 세계의 많은 정부들은 군사화된 경찰력에 의해 시행된 봉쇄조치로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에 대응해 왔다.

군사화는 개인의 폭력 행위를 넘어선다. 그것은 시스템과 구조의 복잡하고 교차하는 망에 의존한다. 군사적 폭력은 가부장적이고 인종차별적 가치에 의해 조직되고, 고의적이며, 비인격화되고, 종종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난하고 권리를 박탈당한 집단을 표적으로 삼는다.

야간 통행금지와 봉쇄조치라는 폭력적인 정책의 도입 이외에도 군사화는 또한 군대가 팬데믹에 대한 국가 대응을 관리하는 역할을 지배할 때 역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들의 예로는 보건부 장관과 정부의 대응을 조율하는 대책위원회 책임자 등에 다수의 은퇴한 장군들이 주요 의사결정 자리에 있는 인도네시아가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에 관한 규칙을 시행하기 위해 수십만 명의 군대를 동원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가 팬데믹을 통해 볼 수 있는 군사화는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깊이 뿌리박은 군사화된 사고방식의 징후이다. 우리는 바이러스에 대한 국가의 대응에 사용된 “전시 편제(war-footing)”, “부대 규합(rally the troops)”, “공격 개시(mounting an assault)”와 같은 언어에서도 이것을 볼 수 있다. 군사주의 가치관은 그 대응에서 미사여구를 자극하고, 이는 결국 군사화된 대응을 지지하며 궁극적으로 폭력과 억압을 가능케 한다.

정부가 팬데믹에 대한 그들의 대응을 군사화시킨 방법은 다양하다. 이러한 것들을 이해하면 군사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림을 그리고 그것에 도전할 기회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엘살바도르

휴먼라이츠워치는 엘살바도르 경찰력이 “제한조치 시행을 명목으로 수백명을 임의로 체포”했으며 대통령 나이브 부켈레(Nayib Bukele)는 트위터와 전국 방송연설을 통해 “과도한 무력사용과 엄격한 조치 시행”을 독려했다고 보고했다. 일반인들은 정부가 강제한 적이 없음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음식이나 약을 사러 나갔다는 이유로 체포돼 임의로 구금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지난 3월 요하네스버그에서는 봉쇄조치가 발효되면서 경찰대가 슈퍼마켓 밖에 줄을 서 있는 손님들에게 고무탄을 발사했고 중무장한 경찰과 군인들이 자가격리가 거의 불가능한 환경의 매우 가난한 동네를 순찰하며 채찍으로 시민들을 때리는 장면이 비디오에 찍혔다. 4월에는 보안기관들이 봉쇄조치를 강행하여 바이러스 자체로 인한 사망자 만큼 많은 사람들을 살해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콜린스 호사(Collins Khosa)는 지난 4월 10일 자신의 집 마당에서 술잔으로 추정되는 것을 군인들이 발견한 이후 치안 부대에 의해 살해됐다. (남아공에서는 봉쇄조치 중 술 판매를 금지)

남아공 사회경제권익연구소(Socio-Economic Rights Institute of South Africa)의 테오 마사앙고아코(Thato Masiangoako) 연구원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만행과 폭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새로운 사실은 이 봉쇄조치 기간 동안 이러한 남용에 대한 더 가혹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다는 점이다… 치안 부대는 주로 고밀도 마을과 같은 가난한 흑인 지역에 배치되었다. 더 부유한 지역은 그 폭력으로부터 보호되어 왔다.”라고 전했다.

스리랑카

5월 중순까지 스리랑카에서 6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스리랑카의 봉쇄조치 조건을 어긴 혐의로 체포되었다. 이 나라의 감찰관은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축소하고, 공무원들을 “나무라”거나 “사소한 문제”를 지적하는 등 정부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체포할 것을 경찰에게 명령했다.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긴 내전 마지막 몇 개 월 동안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신뢰할 만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군 사령관 샤벤드라 실바(Shavendra Silva) 장군이 팬데믹 대응 업무를 전담하는 정부 대책반을 운영하고 있다.

세르비아

군대와 군사화된 경찰을 사용하여 폭력적으로 봉쇄조치를 부과하는 것 이외에도 국가는 정부의 위기대응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모인 시위대에게도 유사한 폭력을 사용했다. 세르비아에서는 ‘독재자’ 알렉산다르 부치치(Aleksandar Vucic)가 6월 21일 선거를 치르면서 그가 속한 세르비아 민족주의 정당인 진보당이 압도적인 득표로 승리했지만 야당으로부터 거부당했고 선거에서 승리한 후 엄격한 통행금지를 부과하기 전에 대규모 집회에 대한 규칙을 완화함으로써 위기를 고조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투경찰은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대에게 최루가스를 발사했고 구타했다. 전투경찰은 언론인들을 표적으로 삼았고 위협을 가하지 않고 시위대와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개인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했다. 경찰은 차량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조명탄을 발사하고 공원 벤치에 앉은 사람들을 구타했다.

군사주의가 아니라면, 그럼?

국가들은 다양한 이유로 군사적 대응을 선택한다. 다른 시스템과 구조에는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군을 민간/비군사적 시스템에는 없는 지략이 있고 결단력이 있으며 효과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폭력과 폭력의 위협은 통제력을 유지하는 공포를 조성하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비상시에는 오직 국가만이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수단을 사용하여 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이익이 될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전 세계의 사회운동이 거대한 경제적 충격에 대한 녹색회복(green recovery)을 추진함에 따라, 우리는 또한 많은 국가들이 어떻게, 그리고 왜 팬데믹에 대해 군사화된 대응으로 전환했는지, 그리고 우리의 대안이 무엇일지 생각해 볼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군대는 수년 동안 더 강력한 보건 및 사회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막대한 양의 자원을 낭비한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가 2019년 군비 지출액을 1,917억 달러로 집계했는데 이는 198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2018년 대비 3.6%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엄청난 양의 자원이 군대에 투입될 때 군사화된 접근 방식과 내러티브가 지배적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는 분명해야 한다. 군사주의가 유일한 선택은 아니며, 군사주의적 접근 방식은 민간이 운영하고 관리해야하는 시스템에 대한 중립적인 대안이 아니다. 우리는 비상사태를 관리하기 위한 공평하고 정의로운 접근방식을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

번역: 오리(전쟁없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