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람 (전 녹색연합 활동가, <미세먼지 클리어> 공저자)

 

“용산에 유전이 있다.” 용산에 미군기지에서 새어 나오는 기름이 주변 지역을 오염시키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 1990년부터 용산 미군기지 내에서 90건 이상 기지 내부에서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이 미국 정부에 정보공개 청구하여 확인한 바 있다. 여기가 나의 전 일터였던 터라, 나는 ‘용산’ 하면 ‘미군기지’, ‘미군기지’ 하면 ‘기름 오염’ 이렇게 연관검색어가 이어진다. 미군이 떠난 자리에는 늘 오염이 있다. 벤젠, 다이옥신, 톨루엔, 탄화계수소 조금 복잡해 보이는 이 단어들은 모두 탄소,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와 연관이 있다. 석유가 가득한 드럼통을 겹겹이 쌓아두고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 미군이 여기에 있는 목적이었을 테고, 수십 년간 주둔하면서 환경오염에 대한 고민을 촘촘히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책임을 질 필요가 없으니까. 군대는 늘 기름이 필요하고, 전쟁은 그 자체로 거대한 환경오염이다. 석유가 없다면 군대도 움직이지 못하고 전쟁도 불가하다.

 

석유로 치르는 전쟁, 석유가 불러온 전쟁 

노벨상의 그 노벨의 가문은 석유의 역사에도 등장한다. 19세기 중반부터, 유럽과 미국 자본들은 유전을 따라 나라들을 이동했다. 그 노벨의 두 형도, 당시 러시아 제국의 통치 아래 있던 지금은 아제르바이잔의 바쿠 유전에 투자한다. 노벨 형제들은 군수물을 만들어 파는 사업자였고, 그들을 석유 사업가로 변신하게 만든 바쿠 유전에 처음 간 것도 소총의 원료를 찾기 위해서라 한다. 노벨 형제가 러시아 제국의 바쿠유전에 투자하면서, 파이프라인이나 유조선과 같은 ‘근대적 시설’이 들어서 계절과 상관없이 원유를 생산하고 수송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졌다. 이후 몇몇 투자자를 끌어들여 ‘브라노벨’이라는 석유회사를 설립하고 러시아 혁명 이후 유전이 국유화되기 전까지 계속해서 원유생산을 늘려갔다. 19세기 후반에 러시아에 필요한 석유의 대부분이 이 지역에서 생산됐고 20세기 세계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상당량이 여기에서 공급되었다. 이 시기에 치러진 세계대전도 바쿠유전의 기름에 덕을 보았다. 1, 2차 대전동 안 독일은 이곳을 간절히 원했다. 연합군과 다르게 유전을 갖고 있지 못했던 독일군은 바쿠를 통해 전략물자를 공급받고자 했다. 소련을 침공하는 히틀러가 바쿠를 손에 넣느냐 아니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질 것이라 했을 정도로, 전쟁에서는 무엇보다 석유의 위상이 컸다.

이 바쿠 유전에서 카스피해를 따라 동남쪽으로 이동하면 이란의 테헤란을 만날 수 있다. 이란에서 페르시아만에서 호르무즈해협으로 이어진 바닷길을 건너편으로는 이라크,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의 국가가 있다. 지난 1월 문재인 정권이 파병을 계획한 곳이 바로 여기다. 중동은 특히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땅이 되었고 20세기 전쟁과 분쟁의 역사는 이 국가들의 이름으로 빼곡하게 채워진다.

전쟁을 겪으며 석유에 대한 통제가 곧 승리임을 알게 해주었고, 오일쇼크를 겪으며 석유의 독점이 곧 산업경쟁의 우위 담보였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군사력이 석유패권을 위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화석연료와 기후위기는

화석연료는 기후위기의 주범이다. 그리고 군대와 전쟁은 석유와 뗄레야 뗄 수는 없는 관계다. 2017년 미군이 소비한 기름은 포르투칼이 소비한 기름과 맞먹는다. 군대가 커지고 활동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석유가 쓰이고, 기후위기는 가속화된다.

 

기후변화의 책임은 군대에게도 있다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하며 분쟁과 전쟁에 개입하고 때때로 무력도 동원하는 미국의 외교전략은 미국이 더 많은 군사 장비에 투자하고 해외로 자국의 군대를 파견 보내도록 한다. 이렇게 해서 돈을 버는 곳은 미국의 군수업체와 정유업체들이다. 이라크전쟁을 치른 부시 정권의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가 이라크 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인 최대 정유 및 군수업체 중 하나인 ‘핼리버튼’의 경영자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개입은 ‘악의 축’, ‘민주주의의 확대’와 같은 명분이 내세워졌지만 석유에 대한 미국의 패권을 목적으로 하는 미국의 간섭주의 외교전략의 실천이었다. 이를 위해 미국의 군대는 누구보다 많은 석유를 구매하는 집단임에도, 외교와 국방을 이유로 석유와 화석연료 이용에 따른 기후변화의 책임으로부터 가장 비켜나 있다. 각국의 온실가스 저감을 의무로 규정한 1997년의 교토의정서에 군사 활동은 온실가스 저감 의무에서 제외되었다. 미국 환경청은 군사 부문이 포함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출하고 있지만, 많은 연구자는 미국 군대의 자료가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출할 만큼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지난 2019년 영국에서 한 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이 연구는 미국의 군대가 기후변화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연구였다. 이 연구에 의하면, 미국군대는 2017년 한 해 동안 매일 약 27만 배럴의 기름을 소비한다. 2017년 미국 공군은 49억 달러, 해군은 28억 달러, 육군이 9억 470만 달러, 해병대가 360만 달러를 기름을 사는데 지출했고 이를 합산하여 원화로 단순계산해보면 대략 8조 7천억 원에 이른다. 이를 한 국가로 친다면, 전 세계에서 47번째로 큰 온실가스 배출 국가가 될 것이고 페루나 포르투갈과 같은 국가 전체가 배출하는 만큼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올해 4월 전쟁없는세상을 비롯한 평화, 환경단체들이 국방부에 한국의 군사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국방부의 몇몇 건물을 제외하고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17년 국내의 한 연구팀이 국내 군사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수를 통해 산출할 때 국 항공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수송분야에서 제외되었다고 지적하며 이를 추가로 산정했다. 그 결과 2013년 항공, 항만 등 비도로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누락된 군사부문을 추가하면 수송부문 배출량의 74%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전 세계의 시민들이 각국의 석탄화력발전소를 멈추게 하고, 광산으로 가는 철로를 점거하고, 화학산업과 기업의 에너지사용 전환을 촉구하는 동안 군대는 얼마나 이러한 책임에서 비껴가 있었나. 석유문명의 한계로서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까지 누려온 모든 것을 지속가능에너지원으로 대체해 계속해서 이용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따라서 군대가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것은 전쟁을 친환경 에너지로 치르자 주장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지금껏 전쟁과 군대가 지켜준다. 믿었던 그 세계가 기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전쟁과 군대가 이 기후위기의 가장 큰 책임자 중 하나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책임을 전쟁과 군대에 물어야 한다.

 

<참고자료>

 

  • 이필렬 (2003).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
  • 송기봉, 최상진, 김정, 장영기 (2017).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관한 연구. 기후변화학회지, 8(2), 177-186.
  • Oliver Belcher, Patrick Bigger, Ben Neimark, Cara Kennelly (2019), Hidden carbon costs of the “everywhere war”: Logistics, geopolitical ecology, and the carbon boot-print of the US military,
  • 양승조, “코카서스 오일 러시, 아제르바이잔 바쿠 유전과 노벨 가문“, http://diverseasia.snu.ac.kr/?p=3533
  • Oliver Belcher, Patrick Bigger, Ben Neimark, “US military is a bigger polluter than as many as 140 countries – shrinking this war machine is a must:, 2019.06.25, http:///theconversation.com/us-military-is-a-bigger-polluter-than-as-many-as-140-countries-shrinking-this-war-machine-is-a-must-119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