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인 오늘, 전쟁없는세상이 국가인권위원회 대한민국 인권상 위원장 표창을 수상했습니다. 전쟁없는세상이 처음 활동을 시작했던 2003년부터 지금까지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꾸며 함께 길을 걸어준 전쟁없는세상의 회원, 지지자, 친구 분들과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

전쟁없는세상을 수상단체로 선정하신 건 앞으로 남아있는 과제들을 더욱 잘해내라는 응원이자 당부일 거라 생각합니다.  대체복무제가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제도가 되도록 만들어 내는 일, 대체복무제가 평화와 안보의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도록 하는 일들이 바로 그 과제일 것입니다.  전쟁없는세상은 전쟁과 전쟁을 준비하는 것, 우리 일상에 깊숙히 스며든 군사주의에 저항하는 평화와 인권의 언어를 더욱 널리 퍼뜨릴 수 있도록 활동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수상소감

가람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

세계 인권의 날,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하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가 저보다 훨씬 많은 동료 활동가들이 많지만, 여러 사정으로 오지 못한 그 아쉽고 감사한 마음들을 받아서 함께 이 자리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없는세상>은 2003년 5월 15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후원인들의 모임”으로 출발한 평화운동 단체입니다. 매 년 500에서 800명의 사람들이 종교적, 평화적 양심과 신념을 이유로 감옥에 갇히는 일을 멈추고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그 다짐을 이루는데 18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18년의 여정에서, 그 길을 함께 묵묵히 걸어온 많은 이들 중에는 국가인권위원회도 있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2005년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처음 권고한 이후 대체복무제 도입방안 관련 실태조사 및 연구용역, 토론회, 성명, 의견표명, 대법원 의견제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쟁없는세상과 많은 평화 인권 활동가들과 함께 우리 사회에 지속적으로 던져 왔습니다.

2004년, 2011년 두 차례의 합헌 결정을 거쳐 마침내 2018년 6월 헌법재판소의 역사적 병역법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났을 때도 결정을 환영하는 성명이 나왔고, 같은 해 11월 최초의 대법원 무죄판결 직전에도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 해당하며 따라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인권위의 의견이 대법원에 제출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인권과 양심, 평화적 신념에 가혹하던 우리 사회의 척박한 현실을 많은 이들과 함께 바꾸어 왔으나,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헌재 판결 이후 거의 1년 6개월 만에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고 바로 지난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헌재 결정 전에 재판이 시작된 병역거부자들 중 200여 명은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전에 수감된 5명의 거부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차가운 감옥 안에 있습니다. 또한 현재 시행 중인 대체복무제도는 그 역사적 의미가 무색해질 만큼 복무영역, 복무기간, 복무형태 등 전반적 측면에서 인권친화적이지 못하고, 제한적이고 징벌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전쟁없는세상>을 2020년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단체로 선정하신 것은 앞으로 대체복무제도의 이러한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제도가 양심을 선별하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양심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 잘 활동하기를 바라는 응원이자 당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체복무제도가 본래의 취지대로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나아가 전쟁과 전쟁을 준비하는 것, 폭력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시스템이자 우리의 일상 곳곳에 깊숙히 스며들어있는 군사주의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평화와 인권의 언어를 더 많이 만들어내고 널리 퍼뜨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에, 지금까지 그래왔듯 국가인권위원회도 함께 해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