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대체복무제도를 연구할 의지가 있는가!
– 국방부의 대체복무제도 연구위원회 발족에 즈음하여
지난 2005년 12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제26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국회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양심적 병역거부권과 병역의무가 조화롭게 공존하게 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은 2006년 1월 6일 정례 브리핑에서 “민·관·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정책공동체를 구성해 올해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할 지 여부 등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국방부는 지난 4월 5일 [대체복무제도 연구위원회]를 발족시키고, 17명으로 구성된 연구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하였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시종일관 군제도 개혁을 주장해왔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국방부로서는 이례적으로 대체복무제도 연구위원회 구성을 주장했을 때, 어느 정도 기대를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 동안 1만 명이 넘는 수감자들과 그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 또 그 동안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어렵게 쌓아온 성과를 생각하면 그 기대는 실로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에 기반 한 것이었을 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지난 5일 국방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연구위원회를 구성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연구위원회는 위원장 이상돈(중앙대학교 법대 교수)씨를 포함 법조계, 언론·학계, 종교계, 시민단체, 체육예술계, 군 관계 이렇게 여섯 분야에서 선발된 1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연구취지에는 ‘종교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도입 여부를 비롯한 대체복무제도 전반에 걸친 원칙과 기준을 설정 하겠다’고 의지를 밝히고 있다. 여기에 체육예술계가 포함된 것은 국방부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를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야구선수 병역특례 파문 등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체복무제도 전반에 걸쳐 연구를 하겠다는 의지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원래 역사적으로 대체복무라는 개념과 제도는 전쟁에 참전하길 거부하는 평화주의 병역거부자들 위해 도입된 것이며 현재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병역특례 등의 대체복무와는 하등 관련이 없다. 순전히 국가적 기준에 의해 운영되었던 대체복무제도를 이제는 이들 평화주의자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때이다. 이러한 점에서 국방부의 이번 발표는 과연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고나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둘째, 연구위원 구성의 균형을 잃었다. 이는 연구위원 구성단계부터 염려해왔던 측면인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훨씬 참담한 것이다. 우선 그 동안 일관되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를 연구해온 사람들은 구성원에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 분야에 가장 정통한 전문가는 전부 제외하고 연구를 한다는 데 그 진심을 누가 믿겠는가? 이런 태도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를 인정할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또 형식상 각 분야별로 연구위원을 선정했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요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고, 그나마 차린 형식도 엉망이다. 그 동안 최선두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반대해왔던 종교 인사가 포함되어 있는가 하면, 재향군인회 소속 교수가 시민단체로 분류되어 있는 이 해프닝은 어찌할 것인가? 국방부의 몰상식한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체육예술계 인사라고 문광부 체육국장이나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포함시킨 것은 또 무슨 일인가? 스포츠 인들의 병역특혜문제랑 연관을 시켰기 때문에 체육계 인사들을 넣었다 쳐도 스스로 보도 자료에서 밝힌 바, ‘민간 중심의 정책공동체’ 라는 말은 어떻게 된 것인가? 게다가 군관계라 해서 국방부 인사기획관, 병무청 선병국장, 국방연구원까지 포함시켰으니 이건 민간 중심의 정책공동체가 아니라 관변어용 연구위원회라 불러야 할 판이다. 그렇게 억지춘향 격으로 연구위원을 끼워 맞춰놓고 정작 대체복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복지 분야 인사가 빠진 이유는 무엇인가? 구색을 맞추기 위해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를 섞었다 쳐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관변인사나 맹렬 반대인사들을 다수 포함시켜놓고 민간 중심이라 우기고, 다양한 의견을 반영했다고 하니 우스울 따름이다. 연구위원 구성을 볼 때 제대로 된 연구는 이미 물 건너 갔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국방부가 사실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언 발에 오줌 누기’나 다름없는 이런 가식적인 연구위원회 구성을 비판하며 우리는 국방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국방부는 위원선정의 절차, 방식, 선정기준 등을 상세히 밝혀라.
2. 국방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그 입장을 명확히 밝혀라.
우리는 이와 같은 질문을 담아 국방부에 공문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그 응답에 따라 적절한 행동에 나설 것이다. 다시 한 번, 국방부는 책임 있는 태도로 문제해결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2006. 4. 11.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